가여운 것들
앨러스데어 그레이 지음, 이운경 옮김 / 황금가지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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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서류 더미에서 발견된 한 권의 책

죽음에서 부활한 여자에 얽힌 기록은 과연 진실일까?

[프랑켄슈타인]의 포스트모던적 재해석

소설 [프랑켄슈타인] 을 읽었던 기억이 난다. 시체의 일부로 만들어진 괴물은

굉장히 지적이고 순수했으나 흉물스러운 모습 때문에 사람들의 공격을 받고

창조주 프랑켄슈타인 박사로부터도 외면을 받는다. 결국은 끔찍한 복수극으로 끝을 맺는 소설 프랑켄슈타인과 비슷한 내용이 아닐까? 했는데

이 [가여운 것들]은 내 예상과는 전혀 다른 작품이었다.

소설 [가여운 것들]에 대해 한 줄 평을 내리자면,

굉장히 기이하고 괴상한 이야기이지만 매우 철학적이고 지적이며 매혹적인 작품이다!!

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책 속에서 창조주 역할을 맡은 고드윈 벡스턴은 혐오스러울 정도의 추한 외모와 목소리를 가졌지만 해부학과 생명 공학 분야에서는 독보적인 지식을 가진 천재이다. 석연치 않은 출생 ( 고드윈은 엄마의 존재를 모른다 ) 과 추한 겉모습 때문에

세상과 거의 담을 쌓고 살아온 그는 시체를 이용하여 평생 자신의 곁에 있어줄 여인을 만들어낸다.

시체를 통해 새로운 생명을 창조한다는 줄거리만 봤을 땐 프랑켄슈타인과 비슷하지만

이야기 전개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이어진다. 소설 [프랑켄슈타인]에서는 능력 있고 잘난 과학자가 흉물스러운 괴물을 탄생시키지만, [가여운 것들]에서는 흉물스러운 과학자가 능력 있고 잘난 괴물을 만들어낸 것 같다. 시체를 이용하여 새로운 생명을 만들어낸다는 기본 틀은 비슷하나, 백스터가 사용한 획기적인 방법 덕분에

그녀는 세상에 대해 편견 없는 눈으로 삶을 시작한 뒤 점점 성숙해지고 아름다워진다.

이 책 [가여운 것들] 을 여러모로 분석하자면

소설 프랑켄슈타인이 가진 기본 틀에 피그말리온 신화 한 스푼

페미니즘 한 스푼과 정치학 개론 두 스푼 정도 넣어서 섞은 것 같다고 할 수 있다.

고드윈 백스터가 정신적이든 육체적이든 자신의 필요에 의해서 만든 여인 벨라 백스터

그녀는 고드윈을 God, 즉 신이라고 부르며 존경하면서도 자신이 독립적인 존재임을 분명히 한다. 어린아이와 같은 순수함의 결정체인 벨라는 우연한 기회로 세계여행을 하게 되면서 겉으로는 신사인 척하는 미국, 영국과 같은 강대국이 어떤 식으로 약소국을 지배하고 착취하는지도 알게 된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후의 벨라는 예전의 벨라가 아니다.

[가여운 것들]이 영화로 만들어진다는 것을 본 것 같은데

이 소설을 영화로 어떻게 풀어냈는지 꼭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벨라의 모험기를 통해서 사회, 정치 그리고 여성의 지위 등등에 대한 작가 본인의 철학을

압축해서 담아낸 것처럼 보이는 아주 지적인 책이다. 책을 읽은 다른 분들의 의견도 한번 읽어보고 싶다. 생각보다 엄청 재미있고 흡인력 있었던 책 [가여운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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