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마논드호 케이 미스터리 k_mystery
정지혜 지음 / 몽실북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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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서 땅이 완전히 사라졌다

현시대상을 투영시킨 충격적인 디스토피아 세계가 펼쳐진다

왜 이렇게 낯설지가 않지? 소설 [다마논드호]를 읽고 있는데 현재 한국 사회의 병폐를 들여다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사이비 종교에 휩쓸려서 몸도 마음도 그리고 재산도 모조리 빼앗기는 사람들, 주술에 놀아나는 듯 보이는 정치와 나라를 움직이는 실세는 따로 있다는 느낌... 극도의 경쟁 사회에서 도저히 가족을 꾸릴 여력이 없어서 결혼을 회피하는 청년층과 부와 권력으로 인해 뚜렷하게 나뉘는 계급 등등등 보이는 듯 보이지 않게 우리들의 목을 조르는 한국 사회의 폐단이 보였다. 그렇다면 한국 사회는 또 다른 다마논드호?

온난화 현상으로 인한 기후의 변화가 심상찮다. 북극의 얼음이 녹고 있고 해안가에 있는 마을과 섬들은 침수의 불안에 시달리는 요즘이다. 우리가 겪을지도 모를 비극적인 미래를 보여주는 듯한 소설 [다마논드호] 이 소설 속에서는 침수로 인해서 땅이 완전히 사라지고 19척의 배 안에서만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묘사된다. 배를 벗어나면 오직 죽음뿐이니 차선책에 대한 희망이 없다. 어떻게 보면 배라는 한정된 공간에 인간들이 고립된 상황이라 하겠다. 다른 선택지를 전혀 찾을 수 없을 때 인간들이 어떤 특징을 드러내게 될지 잘 보여주는 소설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매우 통제적이고 지배층이 득세하는 사회를 보여주는 디스토피아... 그냥 상상만으로도 소름이 돋는다.

다마논드호는 침수로 인해 땅이 모조리 사라진 지구에서 인간이 기댈 수 있는 19척의 배 중 하나다. 마치 성서에 등장하는 방주를 묘사한 느낌이다. 지구가 침몰하기 직전 남들에 비해 정보를 빠르게 손에 넣은 일부 계층들이 배를 짓고 자신과 관련된 사람들과 여러 종의 동물, 식물을 배에 태웠다. 매우 한정된 자원 속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통제받으며 살고 있다. 아이러니한 것이 이렇게 생존을 위해 겨우 살아가는 와중에도 지배층들은 계급을 나누고 종교와 정치 등을 통해서 사람들을 지배한다. 지긋지긋하다는 생각마저 든다. 그런데 다마논드호를 쥐락펴락하는 실세는 기업인들이고 사람들이 왕처럼 떠받드는 왕부 ( 일종의 제사장) 은 꼭두각시에 지나지 않는다. 나라를 쥐고 흔드는 사람은 따로 있을 것 같은 한국 사회를 묘사하는 듯했다.

주인공 산도는 원래 최하층들만 모여 사는 37 주거 단지에 삼촌이라 부르는 마요와 함께 살았었다. 부모님이 누군지 모르고 탄생의 비밀을 가진 산도에게는 마요가 유일한 가족이나 다름없다. 그런데 사회의 최하층에 속했던 산도가 알 수 없는 이유로 이 다마논드호의 실세인 수호 그룹이 운영하는 기숙사 학교에 올 수 있게 되었다. 산도는 인간 이하의 삶을 벗어난 것을 다행으로 여기지만 한편으로는 다른 아이들이 자신을 사람 취급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대해 절망을 느낀다. 한편 전학생 몬구도 원래는 최하층이었지만 가족 덕분에 기숙사 학교에 올 수 있게 된다. 그런데 몬구는 산도처럼 절망에 빠진 채 무력하게 지내지 않는다. 그냥 수호 그룹의 밑바닥에 붙어있길 바라는 산도와 악착같이 노력하는 몬구의 모습이 대비된다.

한편, 최하위 계층에 속한 마요에게는 결혼과 출산의 자유가 없다.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이 한정된 다마논드호에서는 임신 허가서와 결혼 허가서 가 제대로 제출되어야 그 모든 게 가능하다. 산도와의 관계 덕분인지 사립학교의 관리자로 취직할 수 있었으나 결혼을 한다거나 아기를 가지는 일은 불가능했는데, 여자친구 수지가 덜컥 임신을 하고 말았다. 좁은 동네에서 아기의 존재는 금방 들통나고 말일... 허락받지 않는 아기의 미래는 오직 죽음뿐이다. 과연 마요와 수지는 아기를 구할 수 있을까?

왕부와 실세들의 대립.. 그러나 기계 부품 바꿔치기하듯 늙고 병든 왕부는 건강하고 젊은 왕부로 대체된다. 실세들과 왕부 모두 용왕님이란 신적 존재는 애초에 없다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다마논드호의 안정과 통제를 위해서라면 신의 존재는 필수적이다. 그뿐 아니라 통제를 위해선 계급의 공고화도 필수적이다. 어린아이들조차 수호 그룹에 속하면 지배층으로 살 수 있다는 걸 안다. 현실 와 이상 가운데에서 괴로워하는 게 산도라면 약삭빠르게 현실을 깨닫고 맞춰 살아가는 게 몬구 캐릭터라 하겠다. 도저히 희망을 찾을 수 없는 이 소설에서 마지막 희망은 마요와 수지의 아기의 미래인 것 같다. 책에서는 남아있는 땅이 있을 수도 있다는 뉘앙스를 은근히 풍긴다. 온통 어둡고 컴컴하기만 한 다마논드호의 항해가 안정된 땅을 찾아서 제발 그만 멈췄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불안불안하기만 한 한국 사회의 현실을 고스란히 반영한 듯한 디스토피아 소설 [다마논드호]

* 출판사에서 제공하는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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