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롭힘은 어떻게 뇌를 망가뜨리는가 - 최신 신경과학이 밝히는 괴롭힘의 상처를 치유하는 법
제니퍼 프레이저 지음, 정지호 옮김 / 심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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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목표는 당신이 치유될 수 있음을 알리는 것이다.

자기 안에 회복의 도구가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

학교 폭력, 직장에서의 왕따, 그리고 아동학대 등등 우리 사회는 약자가 괴롭힘을 당하는 일에 매우 민감하다. 학창 시절 지독한 괴롭힘을 당했던 여주인공이 어른이 된 후 가해자들을 찾아내서 잔인한 복수를 하는 드라마가 인기를 끄는 걸 보면 더욱더 그런 것 같다. 그런데 이런 드라마가 인기가 있다는 것은 우리 사회에 폭력이나 학대, 즉 괴롭힘이 만연해있다는 반증일 텐데, 왜 우리는 이 주제에 대해서 좀 더 깊이 있는 연구를 하지 않을까? 저자 제니퍼 프레이저는 이 책 [괴롭힘은 어떻게 뇌를 망가뜨리는가]를 통해서 괴롭힘이 발생할 때 우리의 뇌가 겪게 되는 부정적인 변화와 회복 가능성 등에 대해서 매우 과학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그녀가 "괴롭힘"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는 아들 몽고메리 때문이었다. 학교에서 농구 토너먼트를 마치고 돌아온 몽고메리는 입과 혀에 염증으로 생긴 궤양 때문에 괴로움을 호소한다. 알고 보니 아이들로부터 잠재력을 이끌어내고 싶었던 코치들이 공개적으로 몽고메리에게 면박을 주고 욕설을 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런 코치들의 학대 때문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은 몽고메리의 뇌에서 코르티솔이라는 스트레스 관련 호르몬이 분비가 되었고 그로 인해 입과 혀에 온통 궤양이 생기게 된 것이다. 신체적인 학대가 몸에 남듯이, 정신적으로 받은 학대도 뇌에 고스란히 상처를 남긴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저자 제니퍼 프레이저는 정신적인 학대가 뇌에 어떤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가를 잘 보여주는 예로써 영화 "위플래시" 대한 이야기를 한다. 나는 사실 이 영화를 봤을 때 지휘자 플래처가 엄격한 지도법으로 학생들의 잠재력을 100% 이끌어내는 것을 보여준 좋은 영화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 영화를 찍은 감독은 영화 위플래시는 음악 하는 기쁨에 관한 영화가 아니라 공포와 고통에 관한 영화라고 고백한다. 사실 영화 속에서 지휘자 플래처에게 학대를 받고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던 한 학생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드럼 천재가 되는 주인공도 피해자로 시달리다가 부정적인 영향을 받고는 여자 친구와 소통할 수 없는 인간으로 변하게 된다. 제니퍼 프레이저가 언급하길, 연구 결과에 따르면 모욕이나 성희롱처럼 신체에 가하지 않는 정신적 학대로 사람들의 스트레스 수준을 높이고 뇌에 영향을 미쳐서 학습과 성공을 방해한다고 한다.

저자가 아들과 영화의 상황을 예로 들었듯이 괴롭힘과 학대는 우리 삶에 불행을 안겨주는 요소이다. 괴롭힘과 학대가 뇌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우리는 과학적으로 접근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왜 피해자들이 우울증을 겪게 되거나 심하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지 몰랐다. 즉, 일반인들은 괴롭힘 때문에 겪게 되는 정신적인 상처를 어떻게 치료해야 할지, 어떻게 정신적 건강을 회복해야 하는지 잘 모를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책 [괴롭힘은 어떻게 뇌를 망가뜨리는가]에서는 각 분야의 전문가들 - 의사, 정신과 의사, 심리학자, 신경과학자 등등 - 이 그동안 수집해온 여러 증거들, 즉 괴롭힘과 학대가 어떻게 뇌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지와 어떻게 하면 스스로와 다른 사람들을 괴롭힘과 학대가 남긴 영향력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지가 자세히 나와 있다.

이 책의 앞부분에는 괴롭힘과 학대가 뇌에 전반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주는데, 뒷부분에 가면 뇌의 회복 가능성, 즉 신경가소성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다루고 있다. 말하자면 집중적인 훈련을 통해서 신경학적인 상처를 치유하고 건강을 회복하는 성인과 어린이들에 대한 사례가 등장한다. 예로써 한동안 우울증을 겪었던 아들 몽고메리가 자신에게 맞는 운동과 신체활동을 선택하여 꾸준하게 함으로써 회복하는 이야기를 다룬다. 말하자면 자신의 몸을 단단하고 강하고 유연하고 탄력 있게 만들 수 있는 것처럼, 자신의 뇌도 단단하고 강하고 유연하고 탄력 있는 기관으로 조직할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괴롭힘을 도덕적인 문제로 보고 주로 가해자에게 벌을 주거나 하는 방식으로 접근하였는데, 이 책을 통해서 괴롭힘을 보는 관점이 조금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육체적으로 아프거나 다치면 검사와 치료를 받듯이, 괴롭힘과 학대로 인해서 상처 입은 뇌도 검사받고 치료받아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즉, 괴롭힘은 이제 의학적 관점에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정말 다행인 것은 신경과 학자들이 만든 뇌 치료 훈련으로 인해서 얼마든지 뇌가 입은 상처가 회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괴롭힘이 만연한 세상이다. 모두들 조금씩 상처를 입었지만 모르고 있을 수 있다고 본다. 좀 더 살기 좋은 세상을 추구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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