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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의 밤
블레이크 크라우치 지음, 이은주 옮김 / 푸른숲 / 2022년 9월
평점 :
“ 우리가 하는 모든 생각, 우리가 내릴 수도 있는 모든 선택이
새로운 세계로 분기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무서울 지경이야. ” - 182쪽 -
주인공 제이슨 데슨은 작은 대학의 물리학 교수이자 아름다운 아내와 사랑스런 아들을 둔 평범한 가장이다. 그러던 어느날, 친구 라이언의 큰 성공을 축하하고 돌아오던 길에 괴한의 공격을 받아 납치되는 제이슨. 순식간에 벌어진 납치 사건 속에서 제이슨은 탈출을 노리지만 쉽지 않다. 괴한은 정체모를 이상한 약물을 제이슨에게 주입하게 되고 제이슨은 그대로 정신을 잃고 만다. 그런데 이게 웬일일까? 깨어난 세상과 현실은 뭔가 앞뒤가 맞지 않다. 모든 것이 뒤집혀버린 듯한 현실... 내가 누군지, 여기는 도대체 어디인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이상한 현실.. 그는 어떻게 이 상황을 극복하고 사랑하는 사람들 곁으로 돌아갈 것인가?
이 책에는 과학 개념에 무지한 나 같은 일반인에게는 다소 어렵게 들리는 개념들이 등장한다. 다른 세계로 가는 금속 상자 (슈뢰딩거의 고양이 이론이 나오는데 무슨 소리인지 전혀 알 수 없다 ) 그리고 한번은 들어본 듯한 다중우주 이론과 양자 역학 그리고 암흑 물질 이론 등등의 다소 어려운 과학적 개념이 등장한다. 이렇게만 이야기하면 이 책이 꽤 지루할 거라고 지레짐작할 수 있지만 천만의 말씀! 다소 호흡이 짧은 문장과 강렬한 묘사가 어우러지면서 굉장한 속도감을 일으키는 소설이다.
무시무시한 속도감도 있지만 독자들의 호기심을 매번 자극한다는 면에서 이 책은 굉장히 흡인력이 있다. 사실 다소 불친절하게 시작되는 첫 장면 때문이기도 한 것 같다. 주인공 제이슨이 갑자기 낯선 자에게 공격을 받고 낯선 세계로 끌려와서 어벙벙해 있는 걸 보니, 아무런 단서가 없는 상황에서 "나" 라는 정체성을 어렵게 되찾아야 했던 또 다른 "제이슨", 영화 “ 본 아이덴티티” 속 주인공 제이슨 본이 생각났다. 제이슨 본이 그랬던 것처럼, 이 책의 주인공 "제이슨" 도 칠흑 같은 어둠 속을 헤매듯 사건의 전말을 파악해야 한다. 이렇게 주인공을 아무렇게나 던져놓다니... 하지만 이 또한 재미의 요소이다!
이 책은 공상 과학 소설을 표방하고 있지만 사실 스릴러처럼 읽히기도 한다. 앞서 말했듯 굉장히 속도감이 있고 범죄가 속출하며, 화려한 액션도 펼쳐진다. 굉장히 예측 불가능하다는 면도 소설의 재미를 배가시키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다음 스토리 전개에 대해서 더 털어놓을 수가 없다. 내 생각에는 일단 독자들이 이 “30일의 밤” 이라는 바다에 빠져서 허우적거리는 경험을 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제이슨을 관찰하는 것보다는 직접 제이슨이 되어보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SF, 추리, 스릴러 등등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요소 이외에도 이 책의 중심을 차지하는 것이 있는데 그게 바로 “로맨스”이다. 어떻게 보면 가장 핵심이라고 볼 수 있다. 첫 장면에서 제이슨을 납치한 괴한이 그에게 묻는 말이 있는데 그게 바로 “사는 게 행복해?” 이다. 소설 속 모든 사건들은 어쩌면 그의 이 한마디에서 시작된다고 볼 수 있다. 모든 SF에는 철학적 요소가 좀 있는데 그런 면에서 이 책도 한번 생각해 볼 여지를 남긴다고 할 수 있다.
만약 우리가 인생에서 지금과 다른 선택을 했다면 우리는 지금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가지 않은 길,, 그 곳엔 과연 무엇이 기다리고 있었을까?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우리는 어디까지 희생을 할 수 있을까? 다중 우주 속 다른 세계에서 살아가던 다른 "나" 가 갑자기 찾아와서 지금까지 쌓아올린 "나"의 삶을 빼앗으려 한다면" ? 읽다보면 결국 스스로에게 많은 질문을 하게 만드는 흥미로운 소설이다. 약 30일간 다중우주에서 펼쳐지는 제이슨과 다른 제이슨들의 쫓고 쫓기는 이야기. 진짜 제이슨은 과연 본인의 세계로 안전하게 돌아갈 수 있을까? 너무나 재미있었던 소설 "30일의 밤" 꼭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은 소설이다.
*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