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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성론
김성모 지음 / 피비미디어콘텐츠 / 2022년 4월
평점 :
이 책 [근성론]은 30년 넘게 만화라는 분야 한 군데에 그야말로 뼈를 갈아 넣은 장인의 이야기이다. 만화에 인생을 걸었고 몇 번 넘어지기도 했지만 그때마다 오뚝이처럼 우뚝 선 한 남자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만화가의 책이라, 물론 만화라는 분야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지만 인생을 먼저 살았고 여러 큰 굴곡을 넘어보기도 한 인생의 선배가 후배들에게 애정을 듬뿍 담아서 건네는 충고 같기도 하다. 그러나 꼰대가 하는 "라떼는 말이야" 정도로 생각하면 안 된다. 이 분은 아직 현역에서 활동하고 있고 여전히 뜨거운 심장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젊은 마음이기 때문!!
글에 전투력을 매긴다면 이 책은 당연히 100%의 지수를 가지고 있다. 책을 다 읽고 나니 "무엇이든 할 수 있다!"라는 호랑이 기운이 솟는 듯하다. 음식을 사 먹을 돈이 없어서 영양실조에도 걸리는 등 젊은 시절 굉장히 힘든 시절을 보냈다고 하는 김성모 작가. 그러나 근성 하나로 버텨서 이제는 만화계에서 성공의 산증인이 되었다. 혜안이 있어서 일찍 김성모 사단을 만들어 조직적으로 팀을 운영하면서 여러 굵직한 만화를 히트시킨 작가. 50대가 된 지금도 여전히 웹툰에 만화를 올리는 등 여전히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니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매일 약을 한 주먹씩 먹는 한이 있어도 만화계를 이끌어야 한다는데, 내가 왜 주먹을 불끈 쥐고 있는지 모르겠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김성모라는 작가를 잘 몰랐다. 내가 어렸을 때는 일본 만화가 대세였기 때문이다. . 슬램덩크, 드래곤 볼, 북두신권 등을 읽으며 하루 종일 시간을 보냈고 다음 책이 빨리 나오길 기다리며 발을 동동 굴렀었다. 그런데 책 속에 소개되는 작가의 작품들이 지금 내 눈에 대단히 흥미로워 보인다. 뭐랄까? 그의 작품들이 있는 그대로의 사회를 깊이 있고 치밀하게 반영했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만화든 영화든 소설이든 사회 문제를 꿰뚫어보고 그것을 반영하는 작품들이야말로 인정받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 그런 만화를 창작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 사회 문제를 제대로 알아야 했다. 나는 직접 그 현장에 뛰어들어 취재하고 파헤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사회 어두운 면의 아픔, 좌절, 절망을 그대로 보여주기 위해서는 그래야만 했다.”
김성모 작가는 독자들에게 진짜 만화를 보여주기 위해 실질적 취재를 서슴지 않았다고 한다. 소재를 얻기 위해 실제로 어둠의 세계로 잠입했던 일화는 놀라웠다. 사창가로 들어가 취재를 하다가 건달에게 얻어맞아 갈비뼈가 나가기도 하고, 신세대 털이범의 사연을 얻기 위해 직접 청송 교도소로 달려가 자료를 얻기 위해 징역 수발까지 했다고 하니,,, 그 근성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어떤 분야이던지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질 준비가 되어있어야 비로소 성공을 할 수 있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대목이었다.
" 혹 비난을 받았다고 해도 절대로 자기 그림, 더 나아가 자기 작품에 대한 자신감을 잃어서는 안 된다. 무조건 내 그림, 내 작품이 최고라는 신념으로 뻔뻔해져야 한다. 그래야 자신의 '류'가 형성된다. 항상 '내가 최고다'라고 울부짖어라."
작가들에게 본인만의 세계를 구축할 것을 당부하는 대목도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사실 요즘의 웹툰 세계는 인터넷을 통해 전달되는 만큼 실시간으로 평가가 되니, 독자들이나 다른 누군가의 평가에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 비난이나 평가 때문에 비슷비슷하게 흘러가는 요즘 만화계는 옳지 않다고 말하는 저자. 그는 공격을 피하지 말고 오히려 자신의 색깔을 독자에게 명확하게 드러내는 것이 길게 가는 데 유리하다고 말한다. 이 부분은 일반인들도 새겨들어야 하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비슷하게 살아가기를 요구하는 사회에서 개성대로 살아가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나"답게 살아도 된다는 용기를 이 책을 쓴 저자에게서 얻은 느낌이다.
책의 제일 뒷면에는 김성모 작가의 작품에 등장했던 명대사들이 나와 있다. "대략난감" 과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와 같은 촌철살인의 표현들이 김성모 작가의 작품 [대털]에서 나왔다고 하니 놀랍기만 하다. 위에서도 얘기했던 신세대 털이범의 이야기, 옥바라지를 해가면서 얻은 귀한 자료를 바탕으로 창작한 작품 [대털]을 지금이라도 꼭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근성론]을 읽고 있자니 예전 그 만화방 시대로 회귀한 느낌이었다. 종이책에 파묻혀서 종이 냄새를 맡으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던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인생을 만화라는 한 분야에 바친 한 남자의 파이팅 넘치는 인생과 만화에 대한 이야기도 너무 재미있었다. 만화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도, 허둥대고 있을 사회 초년생에게도, 혹은 나이가 들어 우울하다고 느끼는 중년들에게도 권하고 싶은 순도 100% 전투적인 에세이 [근성론]
* 출판사가 제공한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