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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 - 지옥의 풍경, 요한계시록부터 단테까지 ㅣ 해시태그 아트북
알릭스 파레 지음, 류재화 옮김 / 미술문화 / 2022년 1월
평점 :
" 악마, 나는 그것을 믿을 수밖에 없다.
내 안에 악마가 있기 때문이다."
- 샤를 보들레르
영화 [콘스탄틴] 을 보면 인간 세상은 천사와 악마가 공존하는 장소이고 두 거대한 에너지는 팽팽하게 맞서며 균형을 이루어나간다. 그 균형을 깨뜨리는 일은 있을 수 없으므로 우리는 끊임없이 선과 악의 경계선에서 어느 쪽으로 향할지 선택을 해야 한다. 보통은 "선" 이 내미는 손길을 받아들이지만 그러는 와중에도 "악" 을 돌아보는 게 인간의 심리이다. 괴물이나 악마로 현현되는 악은 그 추하고 역겨운 모습 때문에 겉으로는 배척되지만, 사실 몰래 그들에게 끌리는 게 인간의 본성이 아닐까?
이 책 [악마-Diable] 은 에콜 뒤 루브르에서 미술사 학위를 받은 알릭스 파레가 엮은 것인데, 루브르 박물관과 베르사유 박물관에서 8년간이나 일한 내공이 책 속에서 팍팍 느껴진다. 다양한 대가들의 손끝에서 창조된, 강렬하면서도 인상적인 악마의 모습이 독자들을 사로잡는다고 할까? 현대인들이 잔인하고도 끔찍한 범죄 사건에 소스라치면서도 한편으로는 매료되듯, 과거 우리 조상들도 지옥이나 사탄 등의 이미지에 자기도 모르게 끌린 것 처럼 보인다.
이 책 속에서 우리는 여러 예술 작품의 형태로 재창조된, 정말 다양한 모습의 악마를 만날 수 있다. 그들은 지옥에서 인간에게 잔인한 형벌을 내리기도 하고 인간들이 서로 물어뜯는 장면을 흥미진진하게 구경하기도 한다. 책을 보다가 문득 도대체 화가들은 어디서, 어떻게 악마나 사탄의 형체나 이미지에 대한 영감을 얻었을까? 했는데, 아무래도 기독교와 고전 문학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4세기 중반 로마 속주의 아프리카에서 태어난 성 아우구스티누스는 신학자이자 철학자였다. 그는 자신에게 악의 서를 내미는 악마에게 신의 가호를 빌며 단호하게 대답한다. 비록 젊은 시절 죄를 범하며 방황하긴 했지만, 악에 저항하고자 하는 신념을 끝까지 버리지 않는, 진정한 수도자의 모습이 그림에서 드러난다.
- 종교화의 악마들은 대체로 하나님을 믿고 따르는 선한 영적 지도자들에게 나타나 유혹하는 모습으로 묘사된다. 완전히 인간의 모습을 띤 악마의 모습도 있지만 대체로 염소나 박쥐 등에서 뿔이나 날개를 빌려 인간과 차별화시킨 부분이 흥미롭다. 이 그림 속 악마도 뭐라고 형용할 수 없는 모습이다. 무질서와 혼란 등등이 악마의 신체를 빌려 구체화된 것 같다.
젊은 예술가 윌리엄 부게로 (1825-1905)는 화가에게 최고의 영예인 로마 대상에서 두 번이나 고배를 마신다. 세상이 자신의 재능을 인정해 부길 바란 그는, 단테의 [신곡] 지옥 편 30곡에 나오는 일화를 그리겠다고 결심한다. 이 그림에서 잔니 스키키와 카포티 오는 서로 상대의 목을 물어뜯거나 머리채를 잡아채고 있고, 이 싸움을 해골처럼 앙상한 얼굴을 한 사탄이 지켜보고 있다.
- 흥미롭다는 듯 두 인간의 거친 싸움을 바라보는 사탄의 모습도 인상적이지만, 이 그림은 인체 근육과 골격을 완벽하게 구현해냈다는 점이 큰 감상 포인트인 것 같다. 마치 거대한 야수들이 서로를 향해 덤벼드는 듯한 이 그림에서, 폭발적인 힘을 느낄 수 있었다. 지옥에서 영벌을 받은 두 죄수의 싸움은 마치 한 편의 무용극처럼 아름답게 펼쳐지지만 이곳이 지옥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 같다.
위에 소개된 그림 이외에도 이 책 [악마-Diable] 에는 아주 다양한 종류의 악마를 그린 그림들이 소개되어 있다. 각 화가들의 상상력 만큼이나 다양한데, 그들은 타락 천사라는 타이틀을 달고 우울하게 명상을 하기도 하고 세상을 멸하는 거대한 붉은 용으로 묘사되기도 한다. 노트르담의 대성당 위의 악마상이나 니키 드 생팔이라는 작가의 손에서 탄생한 작품 [Le Diable -악마] 와 같은 것들은 기괴하면서도 동시에 세상을 희롱하는 듯한 발랄함도 가지고 있다.
눈에 보이는 괴물에서 내면의 악마까지
악의 본질을 탐한 예술가의 기록
지옥에 가야만 악마를 볼 수 있는 건 아니다. 지금 이 책 [악마-Diable] 을 펼치면 다양한 시대와 지역에서 상상되었던 악마의 생생한 이미지를 엿볼 수 있다. 추하고 그로테스크하지만 그만큼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여러 악마들의
모습이 이 책을 넘기는 독자들을 사로잡을 것이다. 소장할 만한 가치가 100% 인 책 [악마-Diable]
- 출판사에서 제공하는 책을 읽고 최대한 솔직하게 리뷰를 작성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