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숲 - 나의 문어 선생님과 함께한 야생의 세계
크레이그 포스터.로스 프릴링크 지음, 이충호 옮김 / 해나무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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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때 제인 구달이라는 학자이자 탐험가를 매우 좋아했었고 그녀가 펴낸 책들을 모조리 사서 읽었었다.

침팬지들과 함께 숲 속에 머물면서 그들과 진정한 유대 관계를 맺고 소통을 시도했다는 면도 좋았지만

자연이라는 그 자체가 정말 생명력있고 진정성있게 다가왔었다. 그녀와 같은 경험을 하고 싶다는 생각까지할만큼.

사실 스스로를 문명인이라 부르는 우리 현대인들은 자연을 경험하기가 힘들다.

콘크리트 빌딩숲에 갇혀서 매우 인위적인, 즉, 인간 중심의 삶을 살아가기 때문에 언젠가부터는

지구가 마치 인간의 것인양, 폭군처럼 살아가다가, 이제는 환경오염과 멸종위기라는 위험에 처했다.

자연을 찾아가는 프로그램조차 단지 포식을 위하거나 경치감상을 위해서일뿐

대부분의 인간들은 다른 종을 지구를 공유하는 동등한 존재로 대하지 않는 듯 하다.

하지만 일찍부터 자연과 다른 종을 직접 체험하고 그것이 얼마나 신비롭고 아름다운지 깨달은 사람들이 있었으니,

바로 이 책을 지은 저자 크레이그 포스터와 로스 프릴링크가 바로 그들이다.

남아프리카 공화국 출신의 이 용감한 두 남자는 케이프반도에 있는 그레이트 아프리칸시포리스트라는

[바다의 숲]에서 잠수복도 입지 않은 채 차가운 물 속을 유유히 유영하며 놀라운 세계를 탐험한다.

이 숲에는 해파리나 불가사리같은 흔히 경험하는 생물들도 있지만, 상어와 같은 포식자 입장의 생물도 있다.

그러나 상어들 중에는 오히려 포식될까봐 두려워하는 작고 연약한 종들도 있다는 사실이 재미있었다.


이 책이 특히 더 좋았던 이유는, 인간의 입장에서 본 해양 생물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해양 생물들과 유대감을 쌓고 소통을 시도한 이야기라는 점이었다. 그리고 종종 저자들 본인의 인생 이야기도 나오는데 특히 로스 프릴링크가 아버지와 끝끝내 이루지 못한 소통은, 독자가 보기에도 그를 좌절에 빠뜨릴 만한 것이었다.

이 책 [바다의 숲]의 부제는 바로 [나의 문어 선생님과 함께 한 야생의 세계]인데, 그래서인지

다른 다양한 어종들에 대한 소개도 나오지만 특히 문어가 얼마나 지혜롭고 똑똑한 생물인지를 보여주는 부분이

특별히 한 챕터로 소개되어 있어서 흥미로웠다.

" 크레이그는 자신이 만난 문어에 관한 소식을 알려주길 특히 좋아했는데,

그 문어를 자신의 '선생님' 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크레이그는 매일 그 문어와 함께 잠수를 했고

마침내 문어의 신뢰를 얻는데 성공했다."


크레이그는 로스에 비해서 모험심이 좀 더 강한 편으로 보였는데, 그는 한동안 문어에 꽂혀서

한 암컷 문어에게 다가가 그녀와 소통을 하고 마음을 여는데 성공한다.

처음에는 크레이그의 얼굴에 모래를 끼얹고 전복껍데기를 뒤집어쓴채 스스로를 보호했던 암컷 문어는

크레이그가 위협적인 존재가 아니란 걸 깨닫고 나서 그가 카메라로 자신을 찍는 것을 허락하고

새우 사냥에 크레이그를 초대하기도 한다.

" 문어의 시간과 인간의 시간을 더 깊이 생각하다가 산족 부시먼 샤먼과 함께 일하고

촬영을 하던 기억이 떠올랐다. 잠깐 동안 그들은 나를 시간도 공간도 존재하지 않는 곳으로 인도했는데,

그저 더 없이 행복한 존재가 크게 확장된 것만 존재했으며, 그것은 말로 묘사하기가 거의 불가능한

비선형적 존재였다."

이 책은 다양한 해양 생물의 삶을 추적하고 그것들을 사진으로 보여줌으로써

평소에 자연을 대할 기회가 전혀 없는, 무감각한 현대인들의 마음에 야생에 대한 열정을 지핀다.

동시에 이렇게 아름답고 신비로운 자연을 우리가 감히 함부로하고 파괴할 권리가 있는가? 라는

고민을 하게 만든다. 책을 쓴 두 남자가 관찰하고 탐험하는 켈프숲은 해양 생물들이 머물 수 있는 쉼터이자

먹이를 제공해주는 거대한 생태계였다. 그 속에서 매일 매일 벌어지는 모험을 그들과 함께 할 수 있었던 게 너무 좋았고 다른 사람들에게 소장용으로 꼭 소개해주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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