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트리플 8
최진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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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이란 단어보다 생존이란 단어에 익숙해진

지금 십 대들의 '일주일'의 표정

책을 읽고 있자니, 수업을 열심히 듣는 척했지만, 사실은 머릿속으로 노래를 부르던

내 중, 고등 시절이 떠오른다. 성적 하락을 비관하여 극단적 선택을 한 학생의 소식에

그의 약해빠진 정신 상태를 욕하던 국어 선생님의 찡그린 얼굴도 기억난다.

사실 나도 하루 종일 어떻게 하면 잘 죽을지 고민했었는데...

우리에 갇힌 돼지들처럼 꾸역꾸역 도시락 먹어가며 자율 학습을 하던 시절

나는 학교 담장을 넘고, 지구 끝까지 날아갈 수 있을 날개를 달고 싶어 했던 것 같다.

자음과 모음에서 출간된 트리플 시리즈 8번 [일주일] 을 읽다 보니 채 떨쳐내지 못한

분노 섞인 슬픔이 치솟아 오른다. 나도 그 암담했던 시절을 견디다시피하면서 지나왔기

때문에, 세상살이가 아직 혼란스러울 아이들이 짊어질 무거운 삶의 무게가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공부가 다인 줄 알았던 지질하고 바보 같았던 나의 중고등학교 시절이

오버랩되면서 책 속의 아이들에게 나로 모르게 읊조리게 되었다.

' 사는 거 참 거지 같지? '

잘나 빠진 교수님 부모의 자의식에 눌려 사느라 허덕이는 아이도 있고,

삶의 출발선에서부터 자기가 노예 신분이라는 걸 미리 눈치채는 아이도 있다.

입시를 향해 굴러가는 수레바퀴 속에서 영문도 모른 채 굴러가다가

혐오감과 허무함에 스스로 삶의 의지를 놓아버리는 아이도 있고

제대로 된 작업 환경을 요구할 수 없는 상황에서 목숨을 걸면서까지 일해야

겨우 최저 시급 정도에 달하는 돈을 받아 갈 수 있는 아이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삶의 희망과 꿈을 가져보라고 아이들의 등을 떠미는 우리 어른들은..

뭘까?

아직 아이는 없지만 혹시나 나중에 아이를 낳아 키우게 된다면

내게 이상한 질문을 해 올까 봐 벌써부터 두렵다.

" 엄마, 삶의 의미는 뭘까요? " " 엄마, 어떻게 살아가면 제일 잘 살아가는 걸까요?"

이런 질문을 한다면 나는 뭐라고 답해야 할까? 그렇게라도 삶을 궁금해하는 게 다행이라고 여겨야 할까?

[일주일]에 등장하는 방황하는 아이들의 눈동자가 그리 슬플 수가 없다.

그들이 외치는 소리, 아니 비명에 목이 멜 정도이다. 내가 이러니, 실제로 아이들의

아픔에 함께 하는 부모들의 심정은 어떨까? 정말 현실감 있는 소설의 내용 때문인지

마음이 참 무겁다. 팍팍한 삶을 살아내느라 예민하고 부드러운 아이들의 속살이

문드러지는 게 보인다. 이 세상 모든 부모들의 가슴속에는 기도하는 두 손이

있지 않을까 싶다. 아이가 오늘 잘 살아내게 해 줘서 고맙다고,

그리고 내일도 잘 살아내게 해달라고 누군가에게 열심히 비는, 간절한 두 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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