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잠들어 있다가 갑자기 눈을 뜬 애비. 그녀는 자기가 어디에 있는지, 어떻게 여기까지 오게 되었는지 도저히 알 수가 없다. 그런데 같은 방에 있던 낯선 남자가 자신이 남편인 팀이라고 소개한다. 그는 애비에게 그녀가 훌륭한 아내이자 창조성으로 가득찬 예술가이며 장애가 있는 아이를 헌신적으로 돌보는 아내, 즉 완벽한 아내라고 말한다. 소설은 이렇게 전략적으로 시작된다. 독자들은 애비와 공감하면서, 자신이 누군지, 남편이라는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 아무것도 모른 채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애비를 불안하게 바라본다.
그러나, 그녀는 곧 남편을 통해서 자신이 죽은 아내를 본따서 만들어진 ' 코봇 ' ( companion robot : 일종의 배우자 로봇? ) 이라는 걸 알게 된다. 동시에 그녀에게 ' 인간 ' 애비 가 어떤 사람이었는지의 기억과 정보가 조금씩 흘러들어오면서 퍼즐이 맞춰지기 시작한다. 충격적인 현실에 조금 흔들렸지만 곧 안정을 찾는 현재 ' 인공지능 ' 애비는 자폐증을 앓고 있는 아들 대니와 감정적 유대를 쌓으려고 노력하고 남편 팀에게도 완벽한 아내가 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인다.
JP 덜레이니는 [ 더 걸 비포 ] 와 [ 빌리브 미 ] 를 선보인 작가인데, 지적이고 독자들을 성찰하게 만드는 심리 스릴러를 쓰는 것으로 유명하다고 한다. 특히 이 책에는 현대의 사회상을 반영하는 듯, 최첨단 기술인 ' AI, 즉 인공 지능 ' 이 등장한다. 식당에서 웨이팅을 하고, 공항에서 안내 서비스를 하는 로봇이 등장하는 시대인데, 죽은 가족을 대신할 수 있는 로봇이 미래에 등장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재미있는 상상력으로 치부하기에는 어딘가 이상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라는 것을, 독자들은 곧 깨닫게 된다.
" 퍼펙트 와이프 " 는 공상 과학과 긴장감 그리고 미스터리가 결합된 심리 스릴러이자 끝부분에 드러나는 폭발적인 반전이 매력적인 소설이다. AI 애비가 간직하고 있던 잠재적 기억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독자들은 심장이 쿵쾅거림과 동시에 크나큰 슬픔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뒤엉킨 실타래 마냥 복잡하게 꼬여있던, 김서린 창문처럼 흐리기만 하던 과거의 기억을 떠올린 애비는 더 이상 완벽한 아내로 살아갈 수 없게 되는데......
보통은 포기하고 살아가는데, 완벽함을 모토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은 자신이 마음 먹은 것을 손에 넣기 위해서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이 책에 등장하는 애비의 남편 ' 팀 ' 이 그런 사람이 아닐까 싶다. 직원들에게 불가능한 일을 시키고 애비에게도 완벽함을 요구하는 그런 남자. 이런 남자의 손에 최첨단 기술이 쥐어진다고 생각해보자... 기술이 주는 편리함? 인간을 대신하는 로봇이 주는 안정감? 따위는 절대 머리에 떠올릴 수 없을 것이다. 과연 누가 인간이고 누가 로봇인지.. 아슬아슬한 긴장감을 놓치지 않는 미스터리이자 독자들에게 생각할 거리도 함께 던져줬던 소설 [ 퍼펙트 와이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