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으니, 어린 시절의 내 모습이 자꾸 떠올랐다.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고 가난으로 인해 힘들었던 우리 집. 마치 하수구에 빨려 들어가는 물처럼 소용돌이쳤던 삶 속에서 엄마와 우리 형제들은 회색의 얼굴빛을 한 채 잠들곤 했다. 나는 나의 가난을 부끄러워하지 않았지만 5학년 때 선생님은
아직도 이해되지 않는 매질을 하며, 오히려 그녀가 나의 가난을 부끄러워한다는 신호를 보냈다. ( 아마도 엄마가 돈 봉투를 제때 가져오지 않는다는 신호였던 듯 )
아마도 그때부터였을 것이다. 슬픔을 어떤 식으로든 표현하면 조금 덜 슬퍼진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건. 조그만 일기장을 사서 적기 시작했다. 온갖 감정을 담았기에 엄청나게 컬러풀해진 일기장이었다.
꼬마 태희가 돌멩이와 나뭇가지를 주워서 쌓았던 것처럼, 나는 매일 매일 조금씩 분노와 슬픔을 연필에 담아 일기장에 꾹꾹 눌러쓰곤 했다. 사랑과 애정을 받을 줄 알고 세상에 나왔는데 무감하고 예의없는 어른들의 갑질과 분노의 대상이 된 어리둥절함을 담아서 말이다.
만약 시간이 강처럼 흐르지 않고 호수처럼 고여있다면, 나도 어린 나에게 편지를 쓰고 싶다. 걱정하지 말라고... 나는 잘 살고 있다고... 몇 번 힘든 일이 있었고 고비도 좀 있었지만 그때 그때 좋은 인연의 도움을 받았고, 나름대로 좋은 어른이 되는 연습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고. 내가 편지를 보내면 어린이 나는 나에게 어떤 편지를 보내줄까? 이 책 [ 내가 되는 꿈 ] 속 어린 태희처럼 시크하지만 어른스럽다면 한마디쯤 덕담을 적어줄 것 같다. 이제 걱정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잘하고 있어서 정말 대견하다고.....
잠시 눈 감았다가 떠 보니 어느새 어른이 되어 있다.
어른이 되면 세상을 좀 더 잘 알고 세상 속에서 좀 더 잘 살 수 있으려나 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여전히 아이의 마음으로, 눈을 휘둥그레 뜬 채, 어른 흉내내기 매뉴얼에 적힌 대로 살아가는 기분이 드는 건.... 나 혼자 만의 일일까?
동시대를 살아가는 같은 인간으로써 너무나 공감하며 읽을 수 있었던 책 그리고 어른이 되어서도 여전히 반복해서 꾸는 우리의 꿈을 들려준 책
[ 내가 되는 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