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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행관들
조완선 지음 / 다산책방 / 2021년 2월
평점 :
“ 국가가 존재하는 한 비리와 부패는 늘 우리 주위에 독버섯처럼 자라왔다.
이 지구촌에 비리와 부패가 없는 나라는 없다.
그러나 부패 공직자를 응징하고 처단하는 방법은 나라마다 다르다.
아마 우리나라만큼 그들에게 국민 화합이라는 이름으로 면죄부를 준 나라는 없을 것이다.
이제 깨어있는 시민들이 나서야 할 차례다.
(...) 그것이 민주 시민으로서의 직무다 .”
일제 강점기 시절 악질 형사로 근무하며 독립 투사들을 가장 지독한 방법으로 고문하여
그들을 죽음의 고통에 빠뜨리거나 실제로 죽음으로 이끌었고,
해방 이후에도 민주 운동 열사들을 괴롭히는 대공수사 업무를 맡았던 노창렬.
역사와 민족의 준엄한 심판을 피해서 일본에 살고 있었던 그가,
노구의 몸을 이끌고 한국에 있는 자신의 땅을 찾으러 들어왔다가,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된다.
특이했던 점은, 그가 일제 앞잡이 시절 가장 잘 이용했던 고문 방법인 “ 등나무 감기 ”
라는 고문에 의해 살해되었다는 점이다. 이 방식은 희생자의 온 몸에 등나무를 친친 감아
열기를 가하는 방식인데, 등나무가 마르는 동안 쪼그라들면서 온 몸의 살과 근육을 파고들면서 고문 당하는 자에게 엄청난 고통을 가하는 방식이었다. 고문을 가하는 당사자는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아도 되지만 막상 당하는 입장에서는 당장 죽기를 바라는 그런 고통... 노창렬을 그렇게 살해한 사람들은 과연 누구이고, 그렇게 살해한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이 [ 집행관들 ] 을 읽으며 혼란과 충격 속에 내내 빠져있었다.
이성과 논리로는 이런 잔인한 방식의 살인은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 라고 생각하면서도
본능과 감성으로는 엄청난 후련함과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인간이라는 존재를 잔인하게 해친다는 면에서는 전혀 공감할 순 없었지만,
다른 인간의 눈에서 피눈물을 흘리게 만든 괴물이라는 존재를 처단한다고 생각하면?
무지 당연하다는 느낌이 들었으니... 심정적으로 나는 그들과 공범?
“ 역사는 친일파의 죄를 방치하지 않았다.
노창룡의 죽음은 일개 고등계 형사의 죽음으로 간단히 넘길 문제가 아니다.
반민족행위자에게는 반드시 그 죄를 묻고 심판해야 한다는 역사의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정부는 이번 사건을 접한 국민들이 무엇을 바라는지,
또 무엇을 요구하는지를 겸허한 자세로 귀 기울여야 한다.
(... ) 역사의 심판에는 시효가 없다 ”
이 “ 집행관들 ” 이라는 소설은 한국 사회파 미스터리를 대표하는 소설이라고해도 무방할 듯 하다. 솔직히, 사회에서 온갖 비리와 갑질을 저지르고도 쉽게 빠져나가는 미꾸라지 같은 인간들을 이렇게 소설에서나마 처단할 수 있다는 사실이 후련하기만 하다.
점점 나이가 들면서 부패한 사회의 민낯을 보게 되면서 사적 보복이든 법적 절차를 밟은 보복이든 인간이라면 누구든 자신이 저지른 죄의 값은 달게 받는게 맞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이 책에 나오는 인도의 작은 마을에서 행하는 법의 심판처럼,
" 눈에는 눈, 이에는 이 " 가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