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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더트
제닌 커민스 지음, 노진선 옮김 / 쌤앤파커스 / 2021년 2월
평점 :
아메리칸 더트는 매우 충격적이면서도 사실적으로, 최근 멕시코에서 벌어지는 조직적 범죄 그리고 폭력을 다루고 있고 미국과 멕시코를 가로지르는 국경선을, 목숨을 걸고 건너는 불법 이민자들의 생생한 탈출극을 그리고 있다. 마약 카르텔의 손에 남편과 가족이 잔인하게 살해 되고, 겨우겨우 목숨을 건진 주인공 리디아와 아들 루카는 아카풀코를 떠나 미국으로 가기 위해서 불법으로 국경선을 넘을 수 밖에 없다.
눈 깜짝할 사이에 가족을 잃었을 뿐 아니라, 생계와 안전 등등을 보장 받지 못하게 된 모자. 이런 끔찍하고 처절한 상황이 주는 긴장감이 스토리 전체에 계속되는데, 그 이유는 아무래도 그때 그때 리디아가 내리는 결정에 의해서 그들 모자는 카르텔에 포획되고, 고문당하거나 심지어 살해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뿐 아니라, 그들은 적들을 만날 수 있다는 공포 외에도, 탈주 과정에서 굶주림과 탈수 그리고 탈진을 경험하기도 하고, 더럽고 불결한 환경에 시달려야만 하며, 가족을 잃은 슬픔과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지의 불안감에 전전긍긍해야 한다.
물론 그 전에도 멕시코의 마약 카르텔과 불법 이민자들의 책 그리고 영화들을 보긴 했지만 이 책을 읽는 동안 정말 리디아와 루카 그리고 다른 인물들의 긴장감 넘치는 여정에 푹 빠지게 되었다. 까딱 하면 잡혀서 학대받고 고문을 당하거나, 여자들의 경우는, 강간과 같은 끔찍한 일을 겪을 수 있는 이런 상황이, 정말 남의 일로 여겨지지 않았다. ( 가까운 나라에서 목숨을 걸고 탈주하는 국민들이 있으니 ) 이 뿐 아니라, 책을 읽다가 리디아의 경솔함 때문에 가슴이 좀 답답해졌다. 리디아의 판단력이 너무나 아쉬웠다. 자신이 본 것, 느꼈던 것, 냄새 맡은 것들을 기반으로 많은 것들을 추론해냈어야 한다. 무의식적으로는 알았을 것이다. 그랬다면 남편과 가족을 지킬 수 있었을지도 모를 그녀. 소중한 친구를 잃을까봐 그 모든 것을 부정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책을 읽기 전에 내용이 어떨까? 매우 긴장했던 것이 사실이다. 너무 잔인하거나 폭력적이지는 않을까? 만약에 너무 잔인하면 중간에 보기가 힘들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나의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물론 잔인한 부분이 있긴 하지만 소화할 수 없을 정도는 아니었다. 이야기는 리디아의 관점에서 펼쳐지다가도 한 순간 루카의 관점으로 그리고 다시 제 3자의 관점으로 쓰여진다. 그래서인지, 지루하지가 않고 이야기 내내 새롭다고 생각되었다. 시점이 왔다갔다 하기는 하지만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기에 힘들거나 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멕시코라는 나라가 전반적으로 이렇게 경찰이나 공무원들이 부패했거나 ( 마약 카르텔과 손잡음 ) 불법이 난무하는 곳이지는 않으리라 본다. 그리고 범죄 조직이 일으키는 폭력도 사실 마약 카르텔 사이에서 벌어지는 것이 대부분일 것이다. 모든 나라엔 어느 정도는 부패, 불법, 흑막 그리고 조직에 의한 폭력 사태가 존재한다. 하지만 멕시코에 존재하는 마약 카르텔이라는 조직이 막강한 것은 사실이고 ( 나는 자세히는 모르지만 ) 그들 손에 죽어나간 언론인과 정치인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실화에 바탕을 둔 이야기인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이 소설을 읽으며 이런 일이 가능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방에 적이 깔려 있는 상황에서 아들 루카를 지켜내야만 하는 엄마 리디아. 그녀는 안전하게 국경선을 넘어서 미국에 도달할 수 있을까? 가족들이 학살되는 현장에서 함께 숨죽였고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선택의 순간에 함께 조마조마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눈물겨운 리디아의 모성애와 어머니를 생각하는 착한 아들 루카의 모습을 보며 제발 그들이 잡혀가거나 모진 일을 겪지 않게끔 기도하게 만드는 책이기도 했다. 팽팽한 긴장 속에 절망과 희망이 수없이 반복되는 엄청난 페이지 터너 [ 아메리칸 더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