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법철학 - 상식에 대항하는 사고 수업
스미요시 마사미 지음, 책/사/소 옮김 / 들녘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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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용어로 가득찬 두 학문인 법과 철학이 만나서 얻어지는 결과는? 바로 성숙한 시민의식.. 이라고 저자인 스미요시 마사미 교수가 말하는 듯한 책 [ 위험한 법 철학 ].

실제로 대학에서 법철학을 가르치고 있는 그녀는, 맹목적으로 법을 따르는 경우에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역효과를 이야기하면서 법이 지배하는 세상, 법이 무소불위의 권력이 되는 세상의 위험을 경고하고 있다.

" 이 책은 먼저, 법률 지키기를 좋아하는 선량한 시민 여러분에게 법률에 대한 회의심을 갖게 하는데서 시작한다 그런 다음 법철학의 전통적인 논점들 ( 정의, 법과 도덕 등 ) 을 말하고 이어 현대적인 문제를 다루면서 최종적으로 자유마저 의심하도록 전개하고 있다 "

실제로 히틀러가 이끌었던 나치가 유대인을 학살했을 때 학살자들은 사이코패스였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 있었을까? 그렇지 않다. 전범 재판소에서 공개 재판을 받았던 아이히만이 발언했듯, 그들은 평범한 관리자에 불과했다. 유대인 학살을 지시한 상관의 명령을 아무 생각없이 따랐던, 지나치게 성실한 직원에 불과했던 것이다. 잘못된 법임에도 불구하고, 이렇듯 자신의 도덕적 판단없이 따르는 것이 하나의 악에 속한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저자 스미요시 마사미 교수는 법의 무용함을 지적하기보다는 법이 남용되거나 오용되는 것을 막고 이미 규정된 법이지만 철학적인 시선, 즉 좀 더 깊고 넓은 시야를 가지고 고민하자는 취지에서 이 책을 쓴 것으로 보인다. 그녀는 논란의 여지에 놓일 수 있는 여러 예를 들면서, 독자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런 것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배려없는 교칙은 아이들에게 폭력일 수 있다.

어떤 고등학교에서 " 머리는 검어야 한다 " 며 태어날 때부터 갈색 머리를 가진 소녀에게 염색을 강요했다. 무리하게 염색을 강요받은 아이는 두피 손상으로 심한 고통을 호소했지만 이를 본 교사는 " 금발의 외국인이라도 염색해야 하는게 규칙 " 임을 강조했다.

사고가 정지된 교사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는게 저자의 의견이다.


- 살인적 호우에 등교하는 대학생

상당한 양의 호우로 인해 경고 문자가 오고 지하철이 운전 중지됨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성실한 한 대학생이 위험을 무릅쓰고 등교를 했다. 그 이유는? 대학에서 휴강한다는 연락이 없었기 때문이다. 스스로 판단하지 못하는 대학생이라 비난할 수 있지만 갈수록 대학의 속박이 강화된 것에 기인한다고 하니 ( 일본의 사례이긴 하나 ) 자율성에 맡기지 못하고 모든 것을 규칙화 법제화한다는 면에서 우리나라의 모습도 언뜻 보이는 듯 하다.



" 당신은 정말로 자유롭습니까? "

책의 말미에서 저자는 독자들에게 이 질문을 던진다. 정말로 자유롭다고 생각합니까?

흠..... 잠시 고민해봤다. 내가 내리는 결정이 정말로 내가 내린 결정인지 아니면 아무 생각없이 지시나 명령을 그냥 따르고 있는 것일까? 저자는 다음과 같은 다양한 이론을 예로 들면서 본인의 자율권에 대한 고민을 한번 더 하게끔 이끈다.

- 리버터리언 패터널리즘 : 개인에게 자유로운 선택을 하게 하면서 당사자의 이익도 보호하자

- 훈련되고 조련된 자유 : 현대인은 학교, 회사, 군대 등에서 조직에 적합한 주체로 길러진다 ( 미셸 푸코 )

- 환경관리 혹은 아키텍처 : 사람들에게 어떤 행동을 시키기 위해 설계에 의해 직접 신체에 작용 ( 불편한 카페의자 )

- 인간에게는 본시 자유의지란 없다 : 우리의 행동을 관리하고 결정하는 것은 잠재의식이다.


" 상식이라는 연못의 물, 전부 퍼내버려라! "

이성적인 인간이 합리적인 계약에 의해 국가 사회를 만들고 합리적인 법을 만들어 행복하게 영원히 잘 먹고 잘 살았다.. 라는 말을 허용치 않는 저자. 그녀는 말한다. 상식이라는 겉모습 뒤에 숨어있는 욕심과 악을 잘 판단하고 직시해야 한다고. 법철학이란 늘 " 이래서 되는가" 라고 물어야 한다고. 어렵게만 느껴졌던 법과 철학이 만나 이렇게 시너지 효과를 낸 책을 읽게 되어서 너무 즐거웠고 앞으로도 이 분야에 대해 더 파봐야겠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 좋은 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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