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의 문법 - 2020 우수출판콘텐츠 선정작
소준철 지음 / 푸른숲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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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용품을 수집하는 노인들이

그런 일과 생활을 하게 된 원인이 개인의 잘못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한 개인의 삶은 국가, 산업, 혹은 같은 동네 주민인

우리들의 영향을 받아 이루어진다

이 글은 도시연구자인 소준철 저자가 2015년부터 2019년까지 북아현동을 일대로 현장조사

작업한 데이터를 기초로 " 폐지 줍는 노인들 ( 특히 여성 노인 ) 의 일과 삶을 살펴 보는 과정 "

을 통해 우리 나라에 특정한 계층, 즉 가난한 노인이 생길 수 밖에 없는 구조를 찾으려고 시도한 책이다. 저자는 가난의 책임이 어디에 있다는 해답을 정확하게 내놓지는 않은 상태에서

오늘날 특정 계층에 있는 노인들을 둘러싼 우리 사회 구조의 취약점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가난에도 문법이 있다니... 상당히 무서운 말이 아닐 수 없다.

아무리 성실하게 일해도 목표를 성취하려고 노력하더라도

가난에도 벗어날 수 없다니... 젊은이들이 흔히들 말하는 흙수저와 금수저라는 사회의 시스템에

대한 자조섞인 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나이 들어서 편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은 누구에게나 있는 바램일텐데 가난을 벗어나는 문법은 과연 무엇이란 말인가? 이 책에서는 " 45년생 윤영자 " 라는 가상의 여성 노인을 내세워서 " 폐지를 줍는 현장 " 을 보여주면서 그녀의 하루를 함께하고, 이 사회에서 미래에 대한 탄탄한 준비 없이 그냥 나이들어간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스스로에게 질문 던지게끔 한다.

“이제는 가난의 문법이 바뀌었다.

도시의 가난이란 설비도 갖춰지지 않은 누추한 주거지나 길 위에서 잠드는 비루한 외양의 사람들로만 비추어지지 않는다.

어느 날 강서구에서 마을버스를 타고 작은 골목을 지나는데,

1km가 채 안 되는 거리에서 모두가 다른 편인, 재활용품 줍는 노인 무리를 보았다.

물론 그들이 함께 다는 건 아니었다.

그들은 경쟁 중이었고 갈림길에 다다르자 뿔뿔이 흩어졌다. 그때엔 몰랐지만,

고물은 먼저 발견한 사람의 차지가 되니까 남의 뒤를 따를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


길을 지나가다보면 리어카나 카트를 이용하여 폐지를 좁고 실어나르는 노인분들을 심심치 않게 보게된다. 사실은 보면서도 무심코 지나쳐 버리는 모습들인데, 여름에도 힘들텐데 요즘같은 겨울에는 얼마나 더 힘들지 참.. 심난한 모습이다.

부양해줄 자식은 없을까? 형편이 얼마나 좋지 않으면 저 연세에 폐지를 줍고 계실까? 등등의 개인적 차원의 질문만 해봤지 사회적 차원의 구조적 문제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해 보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책 내용에 따르면, 현재의 노인들은 한국 전쟁의 생존자로써, 권위주의적인 사회 분위기 속에서 청년시절과 중년시절을 힘들게 보내야만 했다. 그리고 1997년 외환위기를 가장으로써 겪어야만 했고, 2007년 세계 금융위기 속에서 나이가 들어간 사람들이다.

그들은 가족을 위해서 또는 나라를 위해서 열심히 살았고, 자신의 재산과 젊음 그리고 노동을 다 바쳐가면서 굴곡진 현대사의 한복판에서 견뎌내기 위해 노력하고 극복해왔다.

그러나 1980년대 말 적용된 사회보험 ( 특히 국민연금 ) 에서는 제외된 세대라서 그런지 따로 물질적 부를 축적하지 못한 이들은 현재에 이르기까지 마땅한 생계 자원을 갖추지 못한 상태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노인들의 재활용품 수집은 비공식적인 노동이고, 도시가 온전히 공식적으로만 작동할 수 없고 비공식적으로도 경제활동이 이루어진다는 것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는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노동이 허가와 신고를 제대로 거치지 않고, 일종의 사각지대로서 암묵적인 용인 아래 유지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뿐만 아니라, 재활용품 수집 노인들의 수집활동과 판매 행위는 제도의 바깥에서 이루어지므로 문제가 발생하였을 때 책임 주체가 명확하지 않다. 즉 다시 말하면, 그들의 노동은

제도와 산업 그 어디에서도 인정을 받지 못하고 보호를 받지도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 무엇보다 재활용품 수집 노인은 무주물인 자원을 획득해 소득으로 전환하는 일을 하는 이들이다. 사회가 해야 할 일은 이 소득을 ‘재활용품 판매’가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획득할 수 있게 하는 것이며, 궁극적으로 노인들이 일을 하지 않더라도 더 나은 기초소득을 가질 방법을 고민하는 데 있다.”

점점 개인화되고 파편화되는 사회에서 더이상 가족이라는 시스템이 은퇴자나 노인을 부양할 수 없는 분위기가 되어버렸다. 당연히 어떻게 살아가야할지에 대한 이야기를 사회내에서 공론화시켜야한다고 본다. 누구나 절벽에 떠밀릴 수 있는 사회가 온 것이다. 질병에 걸릴 수도 있고 파산할 수도 있고 인생에 어떤 일을 맞게 될지 모른다.

더군다나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점점 희미해지는 사회에서 더욱 더 복지 시스템을 연구해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이러한 시점에서 읽게 된 [ 가난의 문법 ].

우리 사회의 그늘을 본 것 같기도 하지만 앞으로 우리가 나아가야할 미래를

고민해보게 되어서 좋은 독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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