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고양이를 봤다 그래비티 픽션 Gravity Fiction, GF 시리즈 14
전윤호 지음 / 그래비티북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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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은 발전하고 현대인은 그러한 기술을 누리며 살아가고 있다. 스마트 전자 기기는 이제 우리의 일상에 스며들어 없어서는 안될 필수품이 되었다. 첨단 기술이 우리에게 도움이 되고 있는 것은 맞지만, 그러나, 언제든지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진부한 문구이지만, 이 소설 [ 모두 고양이를 봤다 ] 는 정확하게 그런 화두를 우리에게 던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느날, 수백만명이 동시에 고양이 환각을 봤다!

믿기 어려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머신 러닝, 빅데이터, 디지털 신호 처리 등

다양한 최신 기술을 활영하는 여성 데이터 과학자의

흥미진진하고 실감나는 모험

인터넷 회사에서 데이터 엔지니어로 일하는 주인공 수진은 어느날 고양이 환각을 목격하게 된다. 그러나 그런 환각을 목격한 사람은 수진 뿐만이 아니었다. 전국 각지에서 고양이 환각을 목격했고 당황한 사람들이 교통사고를 일으켜서 사망하거나 부상을 입는 등, 나라가 혼란에 빠지게 된다. 그 사건이 발생한 이후 정부에서는 사태의 원인을 밝히기 위해서 관련 부서와 전문가들을 모아 합동 조사단을 구성하고 거기에 수진도 함께 참여하게 된다.

한편, 강남 경찰서 형사과의 김민규 형사는 역삼동 한 건물에 많은 사람들이 쓰러져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하는데, 그들은 마치 실험실 같은 곳에서 머리에 붕대를 감고 전극을 꽂은 채 사망한 상태이다. 과연 그들은 누구이고, 어떤 이유로 사망하게 되었을까?

“ 두뇌에는 특정 사물이나 특정인의 얼굴에만 반응하는, 소위 ‘ 할머니 신경 세포가 있다는 이론이 있잖아요. 추상적인 생각이나 기호가 서로 다른 개체 간에 전달될 수 있다면, 그런 종은 생존 경쟁에서 유리했을 테고 진화가 그 능력을 점점 발달시켰겠죠 .” ( 책 내용 중 )

“ 머릿 속에 하얀빛이 가득 찼다. 온갖 감정이 스쳐 지나갔다. 두려움, 기쁨, 슬픔, 분노, 걱정, 성욕, 놀라움,... 다시 빛이 가득 찼다. 이번에는 여러 가지 패턴이 나타났다. 수직선, 수평선, 오른쪽으로 기울어진 사건, 왼쪽으로 기울어진 사건, 원, 별, 격자.. 패턴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 ( 책 내용 중 )





서로 신호를 주고 받으며 떼로 날아다니는 철새들을 연구했던 최동석 박사. 그들은 함께 무리지어 사는 종들이 뇌파를 주고 받으며 서로에게 정신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발견했다. 그러나 과학계에서는 그의 이런 주장을 말도 안되는 발언이라며 묵살해버린다. 하지만 그는 암호화폐로 돈을 벌었다는 박진우라는 사업가 ( 다시 말해 사기꾼 ) 와 손을 잡고 그의 자금 지원을 받아, 이른바 Q 웨이브라는 전자신호를 송출할 수 있는 송신장치를 만들어낸다. 그 송신 장치가 보내는 신호는 사람들로 하여금 환각을 보게 만들고, 공포, 슬픔, 분노와 같은 강력한 강점을 경험하게 만든다. 느닷없는 고양이 환각을 보고 혼비백산한 사람들이 교통사고를 일으켰던 것처럼.....

이와 동시에 이들 비밀 조직을 추적하기 위한 대대적인 정부 차원의 조사가 시작된다. 행정안전부에서 꾸린 조사단은 인터넷 회사에서 차출된 능력자 채수진 연구원을 필두로, 머신 러닝, 빅데이터, 디지털 신호 처리 등등의 기술을 이용하여 이 비밀 조직을 일망타진하기 위해 그들의 위치를 추적한다. 그러던 어느날 암호 화폐와 관련된 게시판에서 서브리미널 신호의 영향으로 보이는 글이 포착되고 IP 주소를 추적한 결과, Q 웨이브 신호가 강력하게 포착되는 한 차량을 발견한 경찰과 조사단은 그 차량을 쫓는데.... 과연 조사단은 이 비밀 조직을 제 시간에 잡아내어서 사건의 진상을 파악할 수 있을까?

이 작품은 유독 기술적이고 전문적인 용어가 많이 들어가고 IT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업무가 현실적으로 그려진다. 인터넷 서점의 소개글을 잠시 참조하자면,

과학적 개연성에 구애 받지 않고 상상의 나래를 펼치면 소프트SF, 현재 알려진 과학의 틀에 최대한 부합 시키면서 그 너머에서 있을 법한 모습을 묘사하면 하드SF가 된다 ( 예스 24 중에서 )




30년 이상 IT 분야에서 경력을 쌓은 저자가 쓴 소설이라 그런지, Q 웨이브의 신호 전달 체계나 비밀 조직을 추적하기 위한 테크니션들의 방법론이 굉장히 설득력있게 들렸다. ( 사실 책 속에 등장하는 여러 컴퓨터 전문가들 - 주인공 수진, 화이트 해커, 등등 - 의 설명이 잘 이해가 되지는 않았다. 너무 전문적인 용어가 많았다 ) 평소에는 실현 가능성을 별로 염두에 두지 않고 SF 소설을 읽는 편인데 이 소설의 내용은 얼마든지 가까운 미래에 일어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모두 고양이를 봤다 ] 는 현재 우리 곁에 존재하는 흔한 IT 기술을 이용하여 텔레파시와 같은 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음을 가정하고 있다.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이 기술은 누구의 손에 들어가냐에 따라 좋게도 혹은 나쁘게도 쓰일 수 있다. 시각장애인이 다시 시각을 찾는데 쓰일 가능성도 있지만, 사람들의 감정을 조종하여 서로 공격하게도 만들 수가 있다. 그래서일까? 주인공을 포함한 IT 전문가들과 경찰 그리고 국정원과 미국 정부 까지 이 기술에 관심을 보이며 치열하게 공방전을 벌인다.

내가 생각하기에, 미래 사회를 배경으로 하는 SF 소설은 앞으로 우리 모두에게 닥칠 문제에 대한 고민을 독자에게 제시한다. 이 [ 모두 고양이를 봤다 ] 도 누군가의 손에 개발된 첨단 기술이 ( 마치 무기와 같은 ) 어떤 식으로 악용될 수 있을지 보여주고 있고 동시에 개인과 공동체가 어떤 식으로 대처해야 될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만드는 책이다.

사실 전문적인 용어와 내용이 많아서 조금 어려웠던 책이지만 IT 기술에 관심 많은 독자들이 읽으면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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