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환자

그 환자
재스퍼 드윗 지음, 서은원 옮김 / 시월이일 / 2020년 8월

 흐릿한 환자 얼굴을 배경으로 ‘의료진을 미치거나 자살하게 만든 접근 금지 환자’ 라는 문구가 눈에 확 들어온다.

도대체 얼마나 미친 인간이길래, 그리고 얼마나 사악한 인간이길래 자신을 치료하는 의료진을 미치게 하거나 자살하게

만드는 것일까? 기대를 가득 품은채 책을 펼쳐보았다.

명망있는 의대를 졸업한 파커는 어렸을 적 어머니가 조현병으로 정신병원에 수용된 후 정신의학계의 추악한 면을 목격한 터라, 높은 지위에 안주하기보다는 의학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곳을 개선해 나가는데 훨씬 더 관심이 있었다. 그래서 선배와 교수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본인의 신념에 따라 재정이 부족하고 환경이 열악한 주립정신병원으로 지원하게 된다.

그곳에서 파커는 조라는 환자를 알게 된다. 조는 6살 때부터 병원 생활을 시작했는데 아무리 경험이 풍부한 의사도 그의 병을 진단하지 못한 채 30년 넘게 병원에 수용돼 있었다. 과연 조의 문제는 무엇일까? 숙련된 전문의든, 아직 미숙한 어린 의사이든 간에 조를 치료하기 시작하는 사람은 정신적으로 힘들어하기 시작한다. 조를 만나는 사람은 스스로 자살을 선택하거나 미쳐버리는 일도 생긴다.

파커는 젊고 야심찬 의사였기에 이 수수께끼 같은 환자에게 매료되었고 그에 관한 얘기를 듣자마자 자신이 그를 치료해보기로 마음 먹게 된다. 야심만만하게 덤벼든 일이었기에 그 누구보다도 잘할 자신이 있었건만, 그러던 어느날, 조를 치료하는 일을 돕던 유능한 수간호사인 네시가 그의 병실에 다녀온 후 자살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진단을 위해 환자와 처음 대면한 순간부터 모든 것이 통제 불가능해지고,

상황은 상상 이상의 격렬한 수준으로 치닫는다.

무엇이 진실이고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

안다고 믿었던 모든 것에 의문을 가지게 된 파커와

' 그 환자 ' 의 미래는 어떻게 흘러갈까.

( 책 표지에서 )

설명할 수 없는 파커의 조에 대한 집착에 모든 사람들이 우려를 표명하고 그를 치료하는 것을 말리지만 끈질긴 파커는 결국 병원장의 허락을 얻어서 조의 담당의가 된다.

“ 솔직히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당신이 괴물처럼 보이지는 않지만 서류에는 골치 아픈 내용이 좀 있어요.”

“ 45분 동안은 조가 잠재적으로 심각한 정신 질환 징후를 보이는지 살펴보기 위해 대화를 이끌었다.

하지만 여기서도 나는 막다른 골목에 부딪혔다.

조는 가벼운 우울증과 광장 공포증 외에는 아무런 정신 질환 징후를 보이지 않았다.”

( 책 내용 중에서 )

조와의 면담 이후 파커는 그에게서 아무런 이상 징후를 발견하지 못한다. 오히려 그가 정상인이고 병원이 조를 가두고 있는 이유는, 그의 부모로부터 돈을 뜯어내기 위함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파커. 30년 이상 한 병원에 갇혀있는 조에게 동정심을 느낀 파커는 급기야 조의 치료가 진행되고 2주가 지날 때쯤 그를 탈출시켜야겠다는 계획을 짜고 실행에 옮기려 한다.

그러나 이 계획은 병원장에게 금방 들통이 나고 병원장실로 끌려간 파커는 거기서 자신이 미처 알지 못했던 사실들을, 병원장과 그 외 인물들의 입을 통해서 알게 된다. 자신만만했던 파커는, 그러나, 그들이 전해준 정보에 충격을 받고 자신이 믿었던 모든 사실에 의문을 품게 된다. 파커는 그동안 생각지도 못했고, 예상할 수도 없었던 조의 실체와 마주하게 되는데....

이 책의 프롤로그에는 이런 말이 나와 있다.

" 의사 경력에 흠이 생기지 않으면서도

독자의 안전도 지키도록 이름과 장소는 실명을 사용하지 않겠다 "

그 글귀를 읽으면서 한 잘못된 정신병원에서 발생하는 환자에 대한 학대 혹은 미스터리한 범죄 등등

특정 환자와 관련된 스릴러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소설 마지막에 밝혀지는 묵직한 공포는 나의 머리칼이

쭈삣 서게 만들었다. 엄청난 반전과 공포를 수반하는 " 그 환자 "

후덥지근한 여름밤... 독자들에게 서늘함을 던져주기에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