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사회이든지 빈부의 격차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좋은 환경에서 생활하는 사람도 있지만, 여건상 그렇지 못한 환경에서 생활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 소설은 캄보디아 프놈펜 쓰레기 매립장에 사는 상리와 기림 부부의 삶을 바탕으로 전개 되어진다.
그들이 사는 곳은 캄보디아 최대 쓰레기 매립장 “스퉁민체이” 이다. 비가 내리면 빗물이 썩어가는 쓰레기 더미 속으로 스며들어 악취를 내고, 이것이 여기저기에서 흘러나와서 개울을 이루게 된다. 그런 개울은 고약한 냄새와 함께 사람들에게 피부 발진을 선물하였다. 또한 쓰레기산들이 부패하면서 생기는 가스로 인하여 발생하는 화재에 노출되는 위험한 상황이지만 쓰레기를 주우면서 살아가는 그들에게는 숙명처럼 받아들여야 하는 삶의 일부분이었다.
힘든 환경에 내몰렸다 해도, 희망을 포기하고 살아가는 사람만 있는 것은 아니다. 어린 아들을 키우면서 굶주림을 채우기 위해, 아들을 치료하기 위해, 그리고 집세를 내기 위해서 쓰레기 더미를 뒤져가면서 악취보다 더 독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 희망이 없을 것 같은 이런 곳에서도 그곳을 벗어나기 위해서 스스로 행동을 실천하려는 한 여자가 있다. 그녀의 이름은 바로 “상리” 이다.
“무엇 때문이지? 글을 배우고 싶은 이유가 뭐지?”
그녀는 내 부탁을 듣더니 조금은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중 략)
“내 아들에게 글을 가르칠 수 있으면 좋겠어요. 당신이 들고 있는 책을 읽을 수 있게 말이에요.”
고약한 집세 수금원인 " 소피프 신 " 은 " 상리 " 와 같은 쓰레기 매립장에서 생활을 하는 그녀지만, 글을 읽을 줄 안다. 어떻게 글을 알게 된 것일까?
“상 리, 난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렸어.
어떤 사람들은 나를 소피프 신이라고 불렀고, 여기 스퉁 민체이 사람들은 집세 수금원이라고 부르고 있지. 그중 일부는 날 암소라고도 부르는 거 알아.
하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호칭은 아주 오래전, 프놈펜국립대학 문학부에 있을 때 들었던 거야.
내 인생에서 가장 멋진 시기였던 그 9년 동안 학생들은 나를 ‘선생님’이라고 불렀지.”
엘리트였던 그녀가 지금은 캄보디아 최대 쓰레기 매립장인 곳에서 집세 수금원으로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일까? 상 리에게 문학을 가르치게 되면서 그녀가 이곳으로 들어와서 생활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사연과 함께 악착같이 집세를 수금한 이유가 전해지게 된다.
‘나는 내 가정부 소피프 신의 목숨을 구할 수도 있었지만 침묵해버렸어.
그 후로 내내 대가를 치르며 살아왔지. 선택을 할 때는 신중해야 해.
반드시 결과가 따라오게 되어 있으니까. 좋든 나쁘든. ’
가족을 위해 쓰레기를 줍는 여자와 신분을 숨기고 스스로 쓰레기가 되어버린 여자 중 누구의 인생이 더 불쌍하다고 할 수 있을까!
늘 싸구려 술에 취해 있으면서 욕설을 내뱉는 냉소적인 소피프와 순진함과 성실함으로 무장한 상 리, 상반된 성격을 소유한 두 여자들이 가르치고, 배움을 얻는 문학수업의 과정은 책을 읽는 사람들로 하여금 나도 문학수업을 배우고 싶다는 유혹에 빠지게 한다.
“상 리, 우리의 모든 것은 문학이 될 수 있어.
생활과 희망, 욕구, 절망, 열정, 우리의 장점과 단점 모든 것이.
이야기는 오늘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갈망과 내일의 가능성을 보고 싶은 열망을 담고 있어.
그래서 사람들은 문학을 ‘인간이 되는 기술 안내서’라고 부르기도 하지.
“어디에 사느냐가 중요하지 않아요.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