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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1시 45분, 나의 그림 산책 - 혼자 있는 시간의 그림 읽기
이동섭 지음 / 홍익 / 2019년 10월
평점 :
어느 덧 밤이 찾아왔다. 주위는 적막하고 머릿 속엔 하루에 있었던 일이 마치 영화처럼 되풀이된다. 과연 오늘 하루는 잘 살았던 걸까? 푹 한숨 자고 일어나도 모자랄 밤인데도 고민은 깊어지며 커피가 땡기곤 한다. 이렇게 멜랑콜리한 날엔 마음이 밝아지는 책을 읽는게 좋을 것 같다. 지금 몇 평 안되는 나의 작은 방 안에서 전시회가 펼쳐진다. 거기에 명화에 대한 설명을 해주고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잔잔하게 들려주는 도슨트까지 있다. 지금은 새벽 1시 45분,, 나는 나를 위로하는 그림들을 앞에 둔채 전시회를 걷고 있다.
예술작품으로 인문학을 이야기하는 예술인문학자 이동섭 저자. 그는 파리 유학시절부터 혼자 있자니 심심하고, 친구를 만나자니 부담스럽던 날에는 그림을 찾았다고 한다. 좋은 그림을 혼자 보는 외로움과 혼자 봐서 좋은 그림을 즐기는 은밀함이 부딪혀 한 줌의 생각들이 솟아났고, 세상과 사람에 대한 오해와 미움은 옅어졌다고 하니,,,,, 바쁘게 돌아가는 현실에서 예술을 즐기는 여유 시간은 꼭 필요한 거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말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을 듯한 감정도 그림으로 표현이 가능하다면? 명화는 그래서 가치가 있는 듯 하다. 일일이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을 콕 집어서 감상하는 우리가 느끼도록 해주니까. 인간 관계 등으로 힘들었던 하루로 인해 지친 마음이, 잘 그려진 하나의 명화를 감상하는 동안 다 보상이 되는 듯 하다. 저자는 그림이 우리에게 주는 위로와 힐링에 대해서 본인의 경험에 비추어 설명을 해주고 있다.
" 등산은 몸으로 했는데 정신이 맑아졌다.
등산을 하면 노폐물이 땀으로 배출되어 몸이 가벼워지듯이
책을 읽으면 편견과 무지가 조금은 씻겨 나가니,
독서는 마음의 등산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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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숨겨진 여자로 살았던 그의 눈빛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내 가까이 있는, 내가 마음으로 아끼는 이들이 저런 눈빛이면,
이유는 묻지 않고 맛있는 고급 요리를 사줘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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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학은 내가 알고 있는 것을 다른 관점에서 생각하게 만든다.
그래서 나는 잘 모른다는 사실을 꺠우치게 만들므로,
이토록 불완전한 인간들이 모여 사는 사회에서
항상 상대의 관점에서 생각해야 함을 가르친다.
항상 ' 내가 틀릴 수 있고 내가 옳지 않을 수 있다 '
는 의심과 반성을 품고 지금을 살아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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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그림을 감상하면서 동시에 머리를 끄덕이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저자 이동섭님은 때로는 유쾌하게, 때로는 재미있게 그리고 때로는 날카롭게, 자신이 평소에 느꼈던 삶의 지혜를 풀어낸다. 비유를 하자면, 따뜻한 물에 우려낸 차를 한잔 마신 느낌이라고나 할까? 커피만큼 자극적이진 않아도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 잔잔함이 있다. 이런 전시회라면 아마도 매일 참석할 것 같다. 따뜻하고 친절한, 그리고 한번씩 예상치 못했던 농담으로 깔깔 웃게 만들어주는 도슨트가 함께 한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