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하늘에서 떨어졌을 때 - 삶, 용기 그리고 밀림에서 내가 배운 것들
율리아네 쾨프케 지음, 김효정 옮김 / 흐름출판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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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기적에 가까운 이야기들을 접하다 보면, 기적으로 인해서 안도감을 가져다 주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발생한다. 대부분 생명과 관련이 된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밀림(책에선 ‘다우림’)에서 홀로 살아 남은 한 소녀의 이야기이다.

1971년 12월 24일 페루의 수도 리마에서 푸카이파로 가던 랜사 항공의 소형 비행기가 폭풍우 속으로 사라졌다. 탑승객 92명 중 단 한 명의 생존자인 열일곱 살 독일 소녀 율리아네 쾨프케는 3,000m 상공에서 페루의 밀림으로 떨어졌다가 홀로 살아남아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책은 이 기적의 소녀가 본인의 입을 통해 겪은 상황을 직접 들려주는 책이다.

주인공은 부모님이 동식물학자라서 페루에서 나고 자랐다. 그녀는 어렸을 때부터 페루의 밀림을 누볐으며 밀림에 대한 친근함을 가지고 있었다. 책에는 그녀가 어렸을 때 밀림에서 경험한 자연의 신비에 관한 얘기들이 자세하게 묘사되어 담겨져 있다. 크리스마스를 독일에서 보내기 위해 엄마와 둘이 비행기를 탔다가 당한 사고에서 그녀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도 어렸을 적 그러한 경험 덕분이었다. 밀림 한복판에 떨어진 그녀는 11일 만에 나무꾼에 의해 발견된다.

책의 내용은 다우림으로 추락 후 그녀가 정신을 차렸을 때부터 구체적이고 생생하게 이야기를 하고 있다. 각양각색의 곤충들과 생물들을 다 만나고, 목이 타 들어가는 갈증은 나뭇잎에 맺힌 물방울을 핥으며 해결했다고 한다.

인간의 흔적조차 찾을 수 없는 밀림이었지만, 어렸을 때부터 접해왔던 터라 공포심보다는 안정감이 느껴지기도 했다고 하니 어릴 적의 경험이라고 무시를 할 수 없는 것이다. 물소리를 찾고 개울을 따라 강으로 가면 마을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도 익히 배웠던 밀림에서의 생존 비법이었다.

밀림을 헤매던 그녀의 귀에 이렇게 조언하는 아빠의 목소리가 자꾸만 들리는 듯했다.

“밀림 속에서 길을 잃으면 흐르는 물을 찾아서 따라가야 해. 그러면 사람들이 사는 마을이 나올거야.”

사람들은 그녀에게 ‘녹색 지옥’에서 어떻게 빠져 나올 수 있었냐고 묻지만, 정작 그녀 자신에게 있어서 밀림은 과거에도 현재에도 녹색 지옥이었던 적이 없다. 오히려 고향처럼 친근한 장소가 바로 밀림이었던 것.

책은 그녀의 과거 사건에만 집중하지 않는다. 11일만에 구출된 그녀는 페루를 떠나 독일로 이주하고, 대학에 진학해 동물학을 공부했다. 그리고 다시 페루로 돌아온다. 밀림으로 들어가 박쥐와 나비를 연구하고, 어렸을 적 그의 부모가 세웠던 오두막 연구소 일대를 자연보호지역으로 지정하는데 노력을 기울이면서 밀림(다우림)을 지켜내고 있다.

이제 나이가 들었지만 여전히 ‘사고를 당해 밀림 속에 던져지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가장 많이 받는다는 그녀. 사람들은 비행기에서 떨어진 그녀가 도대체 그 복잡한 밀림 속에서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궁금해한다. 많은 설명을 해줄 순 없지만 딱 한 마디는 할 수 있다. 그녀의 명쾌한 해답은 바로 ’밀림은 저마다 극히 다른 특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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