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조 사회 1 - 존재의 방식
도선우 지음 / 나무옆의자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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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살아온 세계가 진짜라고 믿나요?

영화 " 13층 " 이나 " 다크 시티 " 등은 공통점이 있다. 주인공들이 가상의 세계에서 살고 있는 자신을 서서히 깨달아간다는 것. 그들은 왠지 현실이 일그러지는 듯한 느낌을 받거나 반복되는 꿈을 꾼다. 결국 집요한 추적을 통해서 그동안 가상의 세계 속에서 갇혀 현실 같은 꿈을 꾸고 있었던 자신을 발견하고 진짜 세상으로 진입하는 주인공들을 보여주는 영화들이다.

이 [ 모조 사회 ] 를 읽으며 그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내가 살고 있는 이 세계가 진짜인줄 믿고 살다가 어떤 사고나 사건을 계기로 가상의 세계를 깨고 나와 진짜 세상으로 나오게 된 영화 속 주인공들. [ 모조 사회 ] 의 주인공들도 마찬가지였다. [ 모듈 ] 이라는 가상 세계에서 각자의 역할을 맡아서 살아가던 그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반복되는 자각몽을 꾸기 시작한다. 무엇이 현실일까? 현실보다 더 현실같은 꿈? 아니면 꾸역꾸역 살아가고 있는 이 지구에서의 삶?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가상이고 진짜 세상이 존재할 거라는 가정하에 시작하는 SF 소설 모조 사회. 수와 건 그리고 탄 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들이 이 소설의 메인 캐릭터이다. 우선 수와 건, 그들은 서로 스쳐지나가면서 어디선가 만난 것 같은 강한 기시감을 느낀다. 그리고 건과 탄, 그들의 인연은 조금 더 깊다. 건은 프랑스에서 발생한 테러 때 탄의 생명을 구해줬었다. 그 이후로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계속 건을 도와주는 탄.

도선우의 장편 소설 [ 모조 사회 ] 에서 도대체 이 모조가 의미하는 바가 뭘까? 이렇게 궁금해하면서 책을 읽어내려가던 순간, 마침내 수와 탄이 만나는 장면이 나온다. 당황해 하는 수는 아랑곳없이 그녀를 쫓아다니면서 우리 같은 꿈을 꾸는 존재들이라며 자기 자신을 소개하는 탄. 이상한 사람일까봐 탄을 피하고 도망가려는 수에게 탄은 소리친다.

혹시 바스키아의 검은 고양이라고 들어본 적 없습니까?

깜짝 놀라서 돌아선 수의 눈동자가 커다랗게 확대되는 것을 보는 탄,, 그런데 그 순간 그들이 있던 거대한 쇼핑몰이 무너져내린다. 구조물은 꺾이고 천장은 무너져내리며 기괴한 소리가 들린다. 그와 함께 들려오는 사람들의 비명소리.. 이것은 또다른 형태의 자각몽인가?

온통 암흑인 가운데 눈을 뜬 “ 건 ”. 자신이 죽었는지 살았는지 확신할 수도 없다. 분명히 에스컬레이터가 무너지고 사람들이 자신의 몸 위에 쓰러졌으며 철골 구조물이 쏟아져내리는 것을 보았는데 멀쩡하게 살아있다니,,,,, 이곳은 사후세계이고 죽은 자도 생각을 할 수 있는건가? 계속해서 자각몽을 꿨던 “ 건 ” 은 이것도 또 하나의 꿈이라고 단정짓는데,,, 그런데 그 순간! 그에게로 다가오는 거대한 로봇! 인간보다 세 배는 커 보이는 로봇이 쓰러진 사람들을, 산자와 죽은 자를 가리지 않고 마구잡이로 주워서 어딘가로 쑤셔넣는다.

알고 보니 그 곳은 그들이 꿈으로 여러번 꾸었던 현실, 지구가 대재난을 겪은 지 300년이 지난 후 가까스로 보존한 과학 기술과 인간의 노동력으로 새로운 세계를 꾸리지만 사회 운영에 대한 불일치로 인해서 두 개의 나라로 나뉘어져 끊임없이 싸우고 있던 현실이었던 것이다. 주인공들은 갑작스럽게 새로운 현실을 맞닥뜨리게 되는데 이곳은 차원이동도, 평행 우주도 아닌 주인공들이 그동안 누리고 있던 현실이라고 한다. 그들은 이제 이 충격적인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한국에서 점점 SF 바람이 부는 모양이다. 장르 소설이 드문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완성도 높은 SF 소설이 쓰여질 수 있다니 놀라운 일이다. 자각몽과 공중에 떠있는 도시 그리고 목표물을 끝까지 추적하는 화살 등 화려한 이미지를 도입하여 소설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인간은 끊임없이 죽음을 극복하려는 존재인 것인가? 이 책에서도 역시 SF 소설의 단골 소재인 의식 업로드와 영생의 개념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영화로도 만들어지면 좋을 듯한 압도적인 스케일로 독자들을 사로잡는 소설. [ 모조 사회 ]

여러분들은 진짜 현실을 살아가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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