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없는 마을이라는 타이틀이 도대체 뭐길래.. 그 현판식이 또 뭐길래.. 중천리 마을
사람들의 범죄 없는 마을에 대한 집착을 꼬집고 비틀어 매우 신선한 스토리와 플롯을 이루어낸 범죄 추리소설 < 내가 죽인 남자가 돌아왔다
>. 그런데 왜 이렇게 B급 유머 코드라는 단어가 계속 떠오를까요? 사람이, 그것도 2명이나 죽어나갔는데, 자꾸 피식피식 웃음이 나온다면
( 가끔은 박장대소 혹은 배꼽 잡고 데굴데굴 ) 그건 독자가 이상해서 그런 걸까요? 아니면 소설이 독특한 걸까요? 시체 2 구를 놓고 벌이는
개그쇼 같은 추리소설 < 내가 죽은 남자가 돌아왔다 > 속으로 들어가 봅니다.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더니 비리 형사 최순석과 그가 보낸 협박성 가짜 뉴스 때문에
오보 기사를 내어 신문사에서 해고된 기자 조은비 ( 삼촌이 운영하는 작은 신문사에서 일함 ) 가 자살 혹은 살인 사건이 벌어진 충남의 작은 마을
중천리에서 만납니다. 그들은 1년 전 사건으로 인해 원수가 된 사이지요. 그 당시 비리 형사 최순석은 자신의 관할에서 사건이 발생하는 게 귀찮은
나머지 시체를 유기하다가 그녀의 레이더망에 딱 걸리게 됩니다. 자신의 시체 유기 장면을 그녀가 신문에 보도하면서 시골 경찰 서로 좌천되고
말았죠.
그런데 그들이 왜 중천리에 와 있을까요? 이 마을엔 음기가 강하여 남자들이 자살하러
오는 바위가 있는데 거기서 누군가가 떨어져죽는 일이 발생합니다. 추인락이라는 남자가 대전의 집에 유서를 남기고 자살바위가 있는 중천리로 내려와서
생을 마감합니다. 그런데 경찰들이 그의 시체를 발견한 순간, 중천리에는 또 다른 사건이 발생하게 됩니다. 신한국이라는 사람의 집이 홀라당 타버린
것이죠. 집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숯 더미만 조금 남아 있습니다. 그런데 숯 더미 속을 뒤지던 사람들은 그 속에서 크고 작은 뼈들을
찾아냅니다.
" 허허, 완전히 타서 뼛조각만 남았구먼. 올 때는 순서가
있어도 갈 때는 순서가 없다니께.
신한국이가 나보다 먼저 저세상 사람이 될 줄 누가
알았겄어."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사복경찰관을 따라서 장례식장에 들어온 추인락의 부모님과 형이
시신을 살펴본 후 그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분명히 주머니엔 유서가 들어있었는데 말이죠. 추인락의 가슴엔 원래 점이 있었는데 시신의
가슴에는 점이 없었습니다. 대신 그 시신의 배에는 타이어 자국이 있었습니다. 장례식에 들어오며 큰소리로 통곡하던 추인락의 어머니는 시신을 확인한
후 자신의 아들이 아니란 걸 확인합니다.
" 집에 써놓은 것하고 내용은 똑같은데... 글씨도 그런
것 같고, 아이고 아이고... "
" 추인락의 어머니가 다시 통곡하려고
했다.
하지만 통곡해야 할 상황인지 아닌지 몰라 울음소리는
아까처럼 크지 않았다."
참으로 능청스러운 소설입니다. 충청도 사람들의 의뭉스러움과 개그감이 조화를 이루면서
자조적이지만 재치만점 블랙 유머가 빵빵 터집니다.
마을 사람들이 모여서 화재로 죽은 신한국이 예전에 마을의 수문을 여는 바람에 물난리가
나서 가축과 사람들이 죽어나갔던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 사건으로 그가 기소되는 바람에 마을이 " 범죄 없는 마을 "에서 제외되었던 이야기를
하면서 억울해하죠. ( 그놈의 범죄 없는 마을 ) 그 당시 왕주영이라는 주민의 아내가 물에 떠내려가 죽었던 사건을 얘기하는데 그가 이렇게
덧붙입니다.
" 그, 그랬쥬. 허허, 잠수 세계
신기록이쥬.
그때 잠수를 했는디 아직도 물 밖으로 안
나왔으니께....:
한편 추인락의 장례식에서 발견된 시체는 바로 화재로 죽은 줄 알았던 신한국이었습니다!!
조은비 기자는 자신의 삼촌으로부터 신한국이 대단히 처참하게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 배에 타이어 자국, 그리고 옆구리, 허벅지, 다리에
차에 치인 흔적들.
등과 어깨, 엉덩이에 사정없이 매질을 당한 여러 개의
몽둥이 자국.
머리에 모서리가 있는 날카로운 쇠붙이에 맞아 찢어진
절창.
(...) 피부에 전기에 감전된
자국들까지..."
도대체 이 조용하고 한적한 마을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순박하디 순박한
마을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는데 그중에 엽기적인 살인마가 숨어 있던 것일까요? 그리고 자살하겠다고 유서를 남겼던 추인락은 지금 어디에 있는
것일까요? 화재 현장에서 고급 지포 라이터 하나를 손에 넣은 최순석 형사 그리고 그를 따라다니며 왕건이 ( 빅뉴스거리 ) 하나를 잡기 위해
호시탐탐 노리는 조은비 기자. 그들은 지포 라이터를 시작으로 추적을 시작합니다. 그런데 마을 사람들이 하나같이 의심스럽기 그지없습니다.
마치 짜고 치는 고스톱처럼, 서로 긴밀한 눈빛을 주고받는 마을 사람들... 조개처럼 다물어진 그들의 입이 과연 열릴까요? 진실의 베일이 과연
드러날까요?
중천리 마을... 음기 가득한 자살 바위.... 댐의 방류로 고립된 마을....
갇혀버린 형사와 기자 커플... 순박한 겉모습 뒤에 뭔가 비밀스러운 것을 감추고 있는 듯한 마을 사람들.... 책의 몰입감이 굉장하고 너무너무
재미있습니다. 추리를 하면서 동시에 포복절도할 수 있는 신기한 책 < 내가 죽인 남자가 돌아왔다 > 꼭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