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강머리 앤 : 기쁨의 하얀 길 편 빨강머리 앤
루시 모드 몽고메리 원작, 타카하타 이사오 감독 / 대원앤북 / 2019년 7월
평점 :
절판


 

 

주근깨 뺴빼마른 빨강머리 앤

 

예쁘지는 않지만 사랑스러워 ♬

                   

 

내 유년기는 마냥 행복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맞벌이하는 부모님 탓에 항상 나는 뒷전이었고 학업으로 바쁜 언니들은 밖으로만 나돌았다. 혼자서 책과 TV에 빠져들기 딱 적절한 환경이었다고 할까? 아,, 그렇다면 불행하지는 않았던 걸로 해야겠다. 나는 책과 만화, 그리고 영화를 엄청 좋아하니까.

 

 

그 많던 애니메이션 중에서 손에 꼽는 만화들이 있는데 그 중에 “ 빨강머리 앤 ” 이 있다. 그녀는 지구에서 몇 광년 떨어진, 이미 사라져버린 별이 아직 우리의 눈 앞에 빛나는 것처럼,, 나의 마음 속에서 여전히 빛나고 있다. 내 마음 속 추억 상자 속에서 생생하게 살아있는 그녀.

 

 

앤이 왜 그리 좋았을까? 생각을 해본다. 그건 말로 참 표현하기 힘든 느낌이지만.. 풀어서 설명을 해보자면. 앤은 상황에 굴복하지 않는, 강한 의지력을 가진 아이였던 것 같다. 앤에게서 슬쩍 슬쩍 엿보이는 그런 단호함이 너무 좋았다. 나도 그렇게 되고 싶었으니까. 물론 앤에게 있어 돋보이는 부분들은 많다. 상상력이 풍부하여 마법같은 분위기를 연출하고 아무것도 아닌 걸 특별하게 만들 줄 안다. 다소 과장하긴 하지만 그 발랄한 수다스러움 덕분에 과묵한 매튜 아저씨를 웃게 하고 행복하게 만들어준다.

 

 

이 책 < Ann of Green Gables > 중 기쁨의 하얀 길 편 에는 내가 기억나는 에피소드들도 있고 기억나지 않는 에피소드들도 있지만 다시 만나본 그녀의 이미지와 대화문 그리고 상황들은 나를 촉촉한 감상에 젖게 만든다.

 

 

“ 내 이름은 코델리아야. 코델리아 피츠제럴드 공주지. 새하얀 레이스가 달린 긴 드레스를 입고, 가슴엔 진주로 만든 십자가를 걸고 있어. 머리엔 진주 핀을 꽂고 있지. 내 머리카락은 깜깜한 밤처럼 새까맣고, 피부는 투명한 상아처럼 아주 하얗게 빛나. ”

 

 

 

 

어렸을 적에 나도 앤처럼 내가 특별한 아이가 아닐까.. 라는 상상을 해본적이 있다. 먼 나라 ( 아마 중동 어디쯤이라고 상상했을 듯 ) 에 살던 공주인데 길을 잃고 이 한국인들에게 입양된 건 아닐까? 지금 생각하면 말도 안되지만 그땐 정말 심각했었다.

 

 

“ 다이애나, 난 널 진심으로 좋아하게 될 것 같아!”

 

 

 

앤과 다이애나는 특별한 친구 사이이다. 그들은 영원한 우정을 맹세했고 아마도 그 맹세를 죽는 날까지 지키지 않았나 싶다. TV 애니메이션 방영이 끝난 이후 앤의 삶을 끝까지 따라가보지 못한 것이 좀 아쉽다. 이번 책을 계기로 루시 몽고메리 여사의 소설책을 통해 그녀의 나머지 삶도 추적해봐야겠다.

 

 

“ 저 애는 똑똑하고, 예쁘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정말 착한 아이야. 우리에게는 너무너무 큰 축복이지. 스펜서 부인이 처음에 실수했던 게 우리에게는 행운이었고 좋았던 거야. 근데 운하고는 조금 다른 것 같아. 이런 걸 신의 은총이라고 하는지도 모르지 .”

 

 

가슴 뭉클한 대목이다. 낯선 인연이 만나 가족을 이루었고 서로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이가 되었다. 수다스럽고 말괄량이였던 앤을 있는 그대로 받아주셨던 마닐라, 매튜 아저씨.. 그리고 그들의 사랑을 감사히 받아들이고 성숙하고 총명한 아가씨로 자라난 앤. 마치 내 자식이 잘 자란 것처럼 뿌듯했다. 우리는 서로에게 유일한 존재가 될 수 있고 또 그렇게 되어야 한다. 앤이 그들에게 신의 은총이었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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