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대왕
김설아 지음 / 작가정신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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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봐라, 이게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다. 뭘 하건 모든 것은 죽고 사라지고 멸망하지.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 죽기 위해서지.

 그것말고 이 세계는 아무 의미도 없고 목적도 없다. 그러니까 부디 네 멋대로 살라고.”

 

 

김설아 작가의 단편집 [ 고양이 대왕 ]은 부조리하고 억압적인 세상을 향해 던지는 화염병 같다. 세상의 통념을 뒤집는 유쾌한 상상력이며 법과 규칙 그리고 이성의 세계에서 벗어나 본능과 쾌락의 춤을 추기 시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사회의 욕망이 자신의 욕망인 줄 착각하면서 살아가던 현대인,, 학업과 미래를 위해 현재의 욕망을 저당잡힌 아이들,,, 돈을 벌기 위해서 자신을 억누르면서 직장의 룰을 따라야 했던 아버지들....

 

 

이성을 갖추고 문명을 이루기 전에 인간은 동물이었지 않은가? 법과 질서를 위해 야생의 에너지를 누르고 억압하는 사회에 살아가다보면 피로감이 쌓이기 마련. 그런 피로감을 안고 영혼 없이 의무감으로 살아가던 책 속 등장인물들은 어떤 사건을 계기로 사슬을 끊고 뛰쳐나온다.... 용암처럼 펄펄 끓어오르는 삶의 에너지를 표현하면서 살아가는데..

 

 

외계에서 온 병아리

어느날부터 도로 한복판에 누워 병아리와 속삭이는 사람들이 발생하기 시작한다. 그들은 그 누구도 아닌 병아리만이 자기 속마음을 알고 자기를 진정으로 이해한다고 말한다. 샛노란 병아리가 뒤뚱거리면서 걸어와 그들에게 말을 걸기 시작했던 것...

 

 

“ 난 너를 이해해.. 그동안 힘들었지 ”

 

 

인간의 말을 할 줄 아는 이 병아리는 언론에서 말하듯,, 외계에서 온 병아리일까? 그들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

 

 

모든 것은 빛난다

아이를 유산한 뒤 상심했던 소라의 눈 앞에 그레이스 켈리 유령이 나타난다. 채워지지 않는 희망과 기다림으로 지쳐가던 주인공 소라에게 현재를 일깨워주는 켈리 유령. 다이아몬드보다 더 소중한 인생이라는 것을 우리는 낭비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목숨처럼 소중히 여기던 것을 잃어버린 후 귀중한 깨달음을 얻게 되는 소라의 이야기.

 

 

고양이 대왕

고양이로 갑작스럽게 변해버린 아버지. 카프카의 < 변신 > 과 <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 와 같이 초현실적이고 몽환적인 이야기가 담겨있는 단편이다. 회사일로 비난받고 위축되었던 아버지는 누군가의 힘에 의해 고양이로 변화한 뒤 야생성을 한껏 드러낸다. 동네 사람들은 그를 정신병원에 보내라고 하지만 인간일 때 보다 당당해진 아버지. 고양이 무리를 이끌고 사라진다.

 

" 활기차던 그 몸과 반짝거리던 눈빛, 더없이 도도하고 당당하던 걸음걸이를 떠올리며 어디서든 잘 살고 있기를 바랄 뿐. "

" 건강하세요, 아버지."

 

 

우리 반 좀비

사고로 목숨을 잃었던 친구, 진구가 좀비가 되어 교실로 돌아온다. 모범생이었던 그는 좀비가 된 이후 ( 어차피 한번 죽은 몸 ) 거칠 것 없는 야수성을 드러내면서 살아간다. 섹시한 여선생의 머리채를 거머쥔 후 부비부비를 하지 않나, 거슬리는 남자 선생의 뺨을 물어뜯어버린다. 급기야는 수업 시간에 포르노에 가까운 영상을 틀어버리는데....

 

 

위의 작품들이 총 8편의 단편들 중에서 인상에 남았던 작품들이다. 김설아 작가는 각 단편들을 통해서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었을까? 진정한 삶이 뭔지 고민을 거듭하는 그녀의 모습이 보이는 듯 하다. 미래를 위해서 현재를 저당잡혀야 되는 삶, 사회의 욕구에 따라서 살아가는 소시민, 법과 질서를 위해서 본능과 쾌락을 억압하는 삶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우리 모두에게 묻고 있는 건 아닐지.. 우리의 생은 지금 바로 여기서 빛난다는 것을 말하고 싶은 건 아닐까? 억눌려있던 삶이 영롱한 색깔과 빛을 띄며 살아난다. 살아서 뛰어오르는 생선처럼 우리의 눈앞에서 펄떡인다. 인간은 이성을 가진 인격이기 이전에 본능과 야수성을 가진 동물임을 한껏 보여준 김설아 작가의 [ 고양이 대왕 ].. 즐거웠던 독서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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