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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지 1 - 아모르 마네트
김진명 지음 / 쌤앤파커스 / 2019년 8월
평점 :
지난 천년간 인류의 삶을 획기적으로 바꿔 놓은 최고의 발명으로 꼽힌 것이 무엇일까? 바로 지식혁명을 가져온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이다. 그런데 인류 역사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이 금속활자가 고려시대에 만들어진 ‘직지’로부터 비롯된 것이라면? [ 직지 ] 는 이런 물음으로 시작되는 소설이다.
서울대학교에서 라틴어를 가르치다 퇴임하신 교수님이 살해되는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한국에서 한 번도 본적이 없는 잔인한 형태의 살인사건. 누군가가 교수님의 귀를 자르고 가슴에는 창을 꽂았다. 그의 몸에는 마치 뱀파이어에게 피를 빨아먹힌 것처럼 송곳니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있다. 너무나 잔인한 살해방식.
‘직지’1권은 크게 한국과 유럽을 배경으로 내용이 전개된다. 한국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여기자와 서원대 교수가 마침 독일에서 열린 마인츠의 심포지엄에 참석도 할 겸, 유럽으로 건너가게 된다. 그들은 사건의 단서를 찾기 위해 프랑스와 독일, 영국을 오가게 되는데, 이 때 나오는 지명이나 수도원 등에 얽힌 이야기들은 상당히 흥미롭고 글을 읽는 독자로 하여금 사실성을 높게 느끼게 해준다.
“불경이란 정확하게는 부처의 말씀을 아난존자가 옮겨 적은 걸 말하는 겁니다. 그런데 직지는 제목에서 보듯이 백운화상이라는 고려시대 고승이 역대 선승들의 선문답을 적은 것으로 불경이 아닌데 여기에 직지심경이라는, 마치 불경과도 같은 이름이 잘못 붙었어요.”(P. 47)
직지심경이라는 이름을 보고 당연히 불교와 관련이 있을 줄 알았는데 심경은 불교와는 상관이 없는 ‘직지’라는 이름을 알리기 위한 수단으로 어쩔 수 없이 사용되었다고 한다. 그러면 직지와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의 관계는 어떻게 형성된 것일까.
“즉 독일은 직지의 씨앗을 인정하고 한국은 독일의 열매를 인정해야 하는 것입니다.”(P.217)
역사교과서에서 “직지심체요절”이 세계최초의 금속활자본이라고 배우기는 했지만 사실상 우리는 교육적으로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에 대해서 더 많이 접했다. 우리 조상들이 고려 시대에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를 사용해 직지를 인쇄했지만, 그것으로 인해 고려사회뿐만 아니라 주변의 동아시아의 출판시장에 큰 변화를 주지는 않았다. 최초이긴 하나 최고일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주변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러나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는 인쇄술을 발전시켜 로마 가톨릭의 면죄부와 시집, 교과서 등을 인쇄하여 출판시장의 변화를 불러일으켰고, 1517년 마르틴 루터의 <95개조 반박문>이 금속활자로 인쇄되어 종교개혁의 출발점이 되었다. 또한 이것이 유럽 전 지역에 쉽게 확산될 수 있었다.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는 대중을 계몽하고 사회를 개혁하는 열쇠가 되었다고 볼 수 있겠다. 그러나 어쨌든 고려 시대에 발명된 금속활자가 씨앗인것은 사실이다.
이 소설은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가 고려의 금속활자를 그대로 사용했거나 아님 개량해서 만들었다고 주장하면서 그 연결고리로 로마 교황청을 이야기 하고 있다. 로마 교황청과 관련이 있는 살해당한 교수와 그 주변 인물들, 그리고 핵심 인물인 카레나. 그 또는 그녀는 누구일까? 앞으로의 결말이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해진다. 2권을 펼쳐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