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가 돌아왔다
C. J. 튜더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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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어둠을 노려본다. 하지만 어둠은 꿈쩍하지도, 눈 하나 깜빡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달갑지 않은 애인처럼 더 가까이 다가와 내게 바짝 모믈 붙이려는 듯이 느껴진다. 이제 그 주름 안에 숨어있는 다른 뭔가가 보인다. 형체들, 그림자 안의 그림자들이다. 망자는 절대 우리 곁을 떠나지 않는다. 우리 안에 그들이 있다. 우리가 하는 모든 일 안에 그들이 있다. 우리의 꿈속에, 악몽 속에 ”

 

 

폐쇄된 탄광이 있는 자그마한 탄광촌 안힐 마을. 칙칙하고 지루하고 생기 없는 이곳. 마을 사람들의 눈빛은 낯선 자에 대한 날선 경계심으로 번뜩인다. 음울하고 불길한 이곳 고향으로 다시 돌아온 주인공 조 손. 절뚝거리는 그의 한쪽 다리는 허물어져가는 듯한 이 시골마을과 이상한 조화를 이루며, 그가 뭔가 사연을 가진 인물임을 시사한다.

 

 

그러나 그의 눈빛, 표정 그리고 말투는 그가 결코 돌아오고 싶지 않은 곳으로 돌아왔음을 보여준다.

 

“ 나도 돌아가고 싶지 않다. 진짜다. 내가 나고 자란 거지 소굴을 그 정도로 다시 마주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살다 보면 잘못된 선택 말고는 선택의 여지가 없을 때도 있다 ”

 

 

그는 형편없는 학교인 안힐 아카데미에서 영어교사 자리를 얻는다. 그가 쉽게 얻을 수 있었던 이유는 전임 교사였던 줄리아가 아들 벤과 함께 끔찍한 죽음을 당하여 급하게 자리가 났기 때문. 주인공은 비어있던 바로 그 집으로 세를 얻어 들어간다. 시골집에서만 느낄 수 있는 차가운 공기와는 별도로 싸늘한 냉기를 풍기는 집. 변기를 열면 우수수 올라오는 딱정벌레들. 음습하고 차가운 죽음의 기운이 느껴진다.

 

 

그러나 이 책은 중간 너머까지 쉽게 카드의 패를 보여주지 않는다. 조가 겪었던 어린 시절과 그가 어울렸던 스티븐 무리들과의 경험 그리고 여동생 애니와 부모님의 죽음 사이에는 분명히 상관관계가 있는데 말이다. 다만 이 책은 현재와 과거를 오고 가며 그의 주위를 맴돌고 있는 어둠과 죽음이라는 키워드가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은근히 암시해주긴 한다.

 

탄광업을 주 수입원으로 삼았던 사람들의 사고로 인한 죽음,,,, 영국에서 탄광업이 쇠락함에 따라 함께 무너져간 마을.. 그리고 폐쇄된 마을을 좌지우지하는 사악한 세력의 힘... 그가 학창 시절 어울렸던 스티븐은 똘마니의 힘을 이용해서까지 조를 마을 밖으로 쫓아내려고 안달을 한다. 스티븐과 조 사이에 해결되지 않은 과거가 도사리고 있는 걸까?

 

 

학창시절 조와 스티븐 무리들은 폐광을 찾아냈었다. 그러나 흉물스런 폐광 속 바위 틈 사이사이에 박혀있던 해골과 해골의 눈과 입 사이로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던 딱정벌레들로 인해 그들은 기겁을 하고 도망을 간다. 그런데 조의 뒤를 밟아서 따라왔던 여동생 애니가 도망 나오던 길에 심하게 다친다. 머리에서 엄청난 피를 흘릴 정도로... 당황스러워서 허둥지둥하던 조의 눈앞에서 눈 깜짝할 사이에 없어졌던 애니... 그런데 2~3일 후에 아무렇지도 않게 돌아온 그녀. 그러나 그녀의 눈빛과 미소가 뭔가 바뀌었다. 뭔가 소름 끼칠 만큼 섬뜩하게...

 

 

폐광에 다녀왔던 아이들은 모두들 미치거나 자살하거나 아니면 중병에 걸린다. 혹은 아예 다른 존재가 되어 집으로 돌아온다. 도대체 무엇이 그들을 그렇게 만들었을까?

 

 

과연 여자 스티븐 킹이라는 말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저자 C.J 튜더는 폐광을 소재로, 초자연적이고 신비로운 경험을 잘 이끌어내었다. 영국 시골 지역의 주 산업원이었던 탄광업이 내리막길을 걷게 되면서 그녀는 사람들의 삶이 허물어져가는 것을 지켜보았을 것이다. 그때 그녀 마음속에서 뭉실뭉실 솟아오르지 않았을까? 어둠과 죽음... 그리고 노조편 회사편 이쪽 저쪽 갈라지면서 변해버린 사람들의 모습... 어른들의 변화에 아이들까지 물들어버리고 죽음의 냄새는 어느새 폭력과 학대의 그림자로 아이들을 뒤덮은 것은 아닌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생각보다 빠른 전개는 아니었지만 메시지가 충분히 전달되었던 [ 애니가 돌아왔다 ]. 두려움보다는 이상하게 슬픔을 자아내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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