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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에게도 하지 못한 말, 아무에게나 쓰다 - 늘 남에게 맞추느라 속마음 감추기 급급했던 당신에게
유수진 지음 / 홍익 / 2019년 5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늘 남에게 맞추느라 속마음 감추기 급급했던 당신에게 바치는, 공감이 되는 문구들로 채워져있는, 그러나 평범한 일상생활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우리는 메일 매일 반복되는 일상들로 하루를 채워가지만, 그 사이사이 수많은 감정들과 마주한다. 초년시절 회사에서 의견을 말했다가 거절당한 민망함, 누군가는 농담이라고 던진 말로부터 받은 마음의 상처, 속상한 일을 공감해 주지 않는 친구에게 느낀 서운함, 열심히 해온 일이 무의미해 보이는 공허함까지. 이렇듯 하루하루 살다보면 누구든 느끼게 되는, 가슴 한편에 차곡차곡 쌓여만 가는 것들이 있다.
누군가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고 싶지만 상대방에게 스스로가 초라해 보일까봐 혹은 내 이야기에 상대방이 무심한 반응을 보일까봐, 우리는 속마음을 제대로 꺼내지 못한 채 살고 있다. 저자는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느라 정작 스스로에게 소홀했던 사람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가면서 그들에게 위로가 될 말을 건넨다.
“나이를 먹을수록 책임이 많아질수록 기억해야 할 것들이 많아진다. 오늘 처리해야 할 업무들, 내일 연락해야 할 사람들, 엄마가 주문해달라고 한 생활용품들, 병원 예약 날짜, 업무 마감 기한 등. 이 모든 것은 기록 되지 않으면 눈 깜짝할 사이에 휘발되고 만다. 하지만 그보다 더 나를 무섭게 만드는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먹고 사는 일을 뒤로 눈부신 일상의 조각들이 우선수위에서 밀려나는 것이다.”(p. 45)
“예전엔 정말 음악이 좋아서 이어폰을 꽂았던 것 같은데, 아무래도 지금은 세상의 모든 소리를 차단하려고 이어폰을 꽂고 있는 것 같다.”(p. 105)
“말은 백스페이스키로 지울 수도, 고칠 수도 없기에 글을 쓰는 것보다 훨씬 더 신중해야 한다. 말도 편지처럼 누군가의 가슴에 보관되어 있다면 보관 기간 동안 죽지 않고 살아 있는 것이다. 오늘 나는 무슨 말을 했는지, 그것이 칼은 아니었는지 되감아 본다.”(p. 89)
“월요병을 이겨내는 방법은 간단하다. 너누 현실적인 것, 회사적인 것, 너무 어른 적인 것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땅이 아닌 산, 매일 먹던 것에서 조금 다른 점심, 평소 편하게 입었던 옷 말고 아껴두었던 옷 한 벌이 우리의 월요병을 조금은 덜 아프게 해 줄지도 모른다.”(p. 164)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나의 일은 달라진다. 어색하고 낯설지라도 사회가 아닌 내가 정의한 이름으로 나를 소개해야 하는 이유이다.(p. 171)
누구에게나 붙잡을 손잡이가 필요하다. 강인하지 않다고 스스로에게 이야기한 저자는 손잡이가 글이라고 했다. 누군가는 연인의 손을 , 누군가는 자신의 역량을 높일 새로운 프로젝트를 붙잡을 것이다. 우리가 붙잡을 수 있는 손잡이는 과연 어떤 것들이 있을까? 각자가 흔들리거나 불안할 때 마음을 붙잡을 수 있는 손잡이를 생각해두었으면 좋겠다.
나는 글을 손잡이로 잡아볼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