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토피아 실험 - 문명이 붕괴된 이후의 세상을 실험한 어느 괴짜 과학자의 이야기
딜런 에번스 지음, 나현영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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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문명은 지구 온난화와 에너지 위기 ( 피크 오일 ) 로 우리 생애 동안 붕괴될 것이다. 문명이 붕괴되며 전 세계 수십억 명이 죽음을 맞겠지만 일부는 살아남는다. 문명은 재건되지 못할 것이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야생으로 탈출해 부족을 이루고 생존 기술을 익힌다. 이 과정은 ‘ 재야생화 ’ 또는 ‘ 탈산업화 ’ 또는 ‘ 신부족혁명 ’ 이라 불린다. 재야생화가 되면 삶의 질은 붕괴 이전보다 나아질 것이다 ” ( 265쪽 )

 

괴짜 로봇 공학자의 좌충우돌, 어설픈 유토피아 건설 프로젝트 이야기. 비록 서투르고 엉망진창인 상태로 시작하였고 실패로 끝난 프로젝트이지만, 아무나 시작할 수 없는 일을 해냈다는 점에서 커다란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아무리 온 세상이 경고의 나팔을 불어댄다고 하더라도 문명이 곧 붕괴될거라 예상하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일까? 사실 뉴스에서는 연일 온난화 현상으로 인해 발생하는 이상기후 현상과 그로 인한 자연재해 등으로 집을 잃거나 죽어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보도한다. 그러나 그렇다하더라도 일반인들은 그냥 하루하루를 살아갈 뿐이다. 하지만 영원한 것은 없는 법이다. 모두들 알고 있지만 모른 척 하는 문제 ( 환경 오염과 문명의 붕괴 가능성 그리고 그 이후의 인간 생존 ) 에 대해서 용감하게 직면했다는 점에서 주인공의 노력이 가상하다고 하겠다.

 

 

“ 자급자족이 환상이라면 지속 가능성 또한 환상이다. 잠재적으로 영원히 지속된다는 의미에서 정말로 지속 가능한 것은 없다. 모든 것엔 끝이 있다. 단지 시간문제일 뿐이다. ” ( 305쪽 )

 

 

이 책의 저자 딜런 에번스는 실제로 지구가 멸망했을 상황을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를 쓴다. 문명이 붕괴된 상황을 가상으로 설정해두고 자연 상태에서 살아남는 실험인데, 그는 집을 팔아서 자금을 대고 함께 프로젝트에 참여할 자원자를 모은다. 딜런과 지원자들은 스코틀랜드의 북부 하일랜드에 채소밭을 가꾸로 천막같은 거주지인 유르트를 짓고 살아간다. 처음에는 뭔가 잘되어가는 듯 보인다. 이상주의자가 그러하듯 모두가 조화롭게 살아가는 것을 꿈꾸었던 주인공은, 너그러운 자연의 품 안에서 갈등없이 평화롭게만 살아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런데.....

 

 

무질서하고 불규칙적이며 혼란 그 자체인 자연 상태가 고개를 쳐들기 시작한다. 추위를 막아주고 잠자리를 따뜻하게 해줄줄 알았던 유르트는, 습기에 매우 약했다. 잠자리에 들땐 따뜻한 상태로 들어가지만 새벽엔 추위에 덜덜 떨면서 이를 딱딱 부딪히며 일어나야 한다. 화장실을 짓는 것도 문제라, 일일이 구덩이를 파고 거기에 용변을 보다가 겨우겨우 쓰러져가는 화장실을 짓는다. 그들이 가꾸는 채소밭은 아이들 소꿉놀이 수준이고 처음 생각과 다르게 모자란 식량은 근처의 식료품점에서 조달해야 한다... ( 문명이 붕괴된 이후의 시나리오인데??? )

 

 

함께 프로젝트에 지원했던 사람들과의 갈등 상황도 연출된다. 영적인 존재를 믿는 애덤은 생각보다 자신의 소유를 중시하는 사람이었고 무신론자인 주인공과 사사건건 부딪힌다. 그리고 단지 짧은 기간동안만 문명이 붕괴된 상황을 가상으로 그려보는 프로젝트란 말에 갸우뚱하며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한시적으로 문명 붕괴 이후의 상황을 단지 실험만 하고 싶었던 주인공의 의도와는 다르게 영원히 자연의 품에서 살아가고 싶은 사람들.. 뭔가를 단단히 착각하고 있는 지원자들을 바라보는 딜런의 얼굴엔 수심이 가득한데...

 

자신의 계획과는 다르게 점점 통제력을 벗어나는 상황을 보고는 모든 것이 실패로 돌아갔다고 생각하는 주인공..... 문명이 아니라 주인공의 신경이 붕괴되는 사건이 발생하고 결국엔 그는 자신의 발로 정신병원에 들어가게 된다.

 

영국 일간지 [ 가디언 ] 이 " 실험복을 입은 알랭 드 보통 " 이라고 표현했다는 저자. 그는 물질문명의 최첨단과 문명 붕괴 이후의 가상 세계 사이에서 지독한 희망과 지독한 좌절의 롤러코스터를 탄다. 그러나 일단 저질러보고 후회하는게 나은 것인가? 그는 이제 두렵지 않다고 말한다.

 

" 문명의 붕괴 역시 두렵지 않다. 문명이 붕괴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서가 아니라 - 앞일은 누가 알겠는가? - 그 가능성과 직면해봤기 때문이다 "

( 311쪽 )

 

한 괴짜 과학자의 아름다운 도전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는 도전했고 비록 쓰라렸지만 결과를 받아들였다. 그의 표현처럼 심연을 들여다보다가 추락할 뻔했지만 살아남은 주인공. 앞으로도 주인공이 어떤 도전을 하게 될지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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