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우스터
김호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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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탐욕은 과연 어디까지일까? 이 책 [ 파우스터 ]를 읽는 동안 내내 들었던 의문이다. 부와 권력을 이용하여 타자의 육체와 영혼을 유린하는 노인들의 모습을 보고,,,,, 혐오감이 생겼다. 정확히 얘기하자면, 세계적 기업 메피스토에 가입한 노인들, 다시 말해 파우스트들은, 자신의 입맛에 맞는 젊은이를 파우스터로 지정하여 그들의 뇌에 거머리같은 연결체를 심는다. 그 연결체가 이식된 파우스터는 아무것도 모른 채 파우스트가 원하는 삶의 방향으로 걸어가게 된다. 파우스트들은 젊고 신선하고 에너지 넘치는 파우스터들의 세계에 접속하여, 삶의 끝자락에 와 있어서 감각이 무뎌진 자신의 육체를 잠시 떠나, 파우스터들이 느끼는 삶과 감각적 쾌락을 고스란히 받아들인다.


 

백전백승, 괴물같은 투수인 야구선수 준석. 어느날 교통사고를 당하고 깨어난 후 낯선 자들을 만나게 된다. 그들은 준석에게 도무지 믿기지 않은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자신을 최경 이라고 소개한 여자는, 본인의 아버지가 파우스트이고, 준석의 전 여친인 지수가 그의 파우스터 였다는 충격적 고백을 한다. 경은 준석에게 함께 손을 잡고 이 파우스팅 게임의 진상을 파악함과 동시에 파우스트 무리들과 회사 메피스토를 처단하자고 한다. 준석은 자신도 누군가의 파우스터임을 알게 되고, 이제는 세상에 없는 전 여친 지수 대신 복수를 다짐함과 동시에 이 역겨운 “ 파우스팅 ” 게임을 뒤집어버리겠다고 결심하는데...


최근 재미있게 봤던 영국 드라마 중에서 얼터드 카본 이라는 작품이 있다. 디스토피아를 배경으로 한 이 영국 드라마에서 부유한 권력층들은 젊은 육체로 영혼을 옮겨다니며 영생을 누린다. 부와 권력을 이용해 타자를 좌지우지한다는 면에서 이 책 파우스터의 설정과 매우 닮아있다. 영화를 보는 내내, 기득권에 속한 인간들이, 본인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서 남의 생명줄을 쥐고 흔드는 모습이 참으로 혐오스러웠다. 순리대로 흘러가는 삶, 즉, 나이가 들면 병들고 곧 죽음을 맞이해야하는게 인간의 본질이거늘,,,, 마치 자신이 신인양 역행하는 모습이 충격적이었고 동시에 매우 불온하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런데, [ 파우스트 ] 와 [ 파우스터 ] 의 양자대결 구도 설정을 통해 저자가 결국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영화평론 전문가이자 장르소설 전문가인 김봉석님의 해석에 따르면,


“ 이미 모든 것을 얻은 세대는 기득권을 잃지 않기 위해 다음 세대를 착취한다. 모든 것을 가진 기성세대에게 젊음은 유일한 실낙원이다. 파우스터의 영혼을 도둑질하고 조종하는 파우스트들. [ 파우스터 ] 는 인간의 절대적인 욕망을 추구하는 기성세대의 탐욕을 고발한다 ”

현대인들은 이미 파우스터라는 비참한 운명에 놓여있다는 생각이 든다.. 공동체가 설정한 시스템 속에서 그 누구도 지배-피지배라는 역할분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내 욕망대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몇 명이나 될까? 부모의 욕망에 따라 대학에 가는 자식들... 회사의 욕망에 따라 일개미처럼 일하는 근로자들.... 어쩌면 우리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는 파우스터-파우스트-파우스터-파우스트들이 아닐지...

자신이 파우스터임을 깨달은 인간들이 할 수 있는 건 뭘까? 자유로워지기 위해서 어떤 희생도 치를 것이다. 반면에 파우스트를 통해서 그 전에 누릴 수 없었던 감각적 쾌락과 성취감을 맛 본 파우스트들은 어떨까? 파우스터들을 그들의 손아귀에 가두어두기 위해서 어떤 댓가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인간인 주제에 신의 역할을 하려고 했던 자들이 최종적으로 걸어가야 하는 길은.... 아마도 끝도 없는 암흑.... 영원히 채울 수 없는 욕망의 공간... 즉, 지옥이 아닐까.

여러 영화의 시나리오를 담당했던 저자의 작품답게 소설에 생동감과 박진감이 넘친다. 사실 여러 영화나 책에 등장했던 소재 ( 가상세계와 타자의 의식을 활용하는 것 ) 이긴 하지만 막판 반전으로 인해서 뻔하지 않은 스토리 구성을 이끌어냈다. 그리고 독자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주는 묵직한 주제의식도 이 책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한 몫 했다는 생각이 든다. 무거운 주제이지만 결코 지루하지 않고 영화처럼 호흡이 빠르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소설이다. 두꺼워도 금새 독자들의 몰입을 이끌어내는 책 [ 파우스터 ]... 저자의 다음 책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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