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지옥을 살아가는 거야
고바야시 에리코 지음, 한진아 옮김 / 페이퍼타이거 / 2019년 3월
평점 :
절판


" 사회에서 분리된 저자가 다시 일을 통해 세상과 연결되고 삶의 희망을 찾아내기까지의 감동 실화 "

아무 탈 없이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게... 어쩌면 제일 어려운 일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누군가에겐 아무렇지 않은 나날들이, 다른 누군가에겐 지옥처럼 느껴질 수 있다니.. 참으로 아이러니한게 인생이다. 사실 행복하다고 자부하는 사람들도 삶이 지옥같이 느껴지는 순간들을 경험한 적이 있을 것이다. 더더군다나 이 책의 주인공처럼, 자살 미수만 해도 여러 번이었던 사람은, 얼마나 힘들었으면 그랬을까? 싶으면서도 동시에, 그 누구보다도 잘 살고 싶었기 때문에 오히려 죽고 싶었던 건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 글의 주인공인 고바야시 에리코가 자꾸만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던 이유가 너무나 궁금했다. 책을 읽어보니 심각한 우울증에 시달린 그녀의 모습이 보였다. 앞이 보이지 않았던 미래... 에로만화 잡지의 편집자로 근무했던 그녀는, 거의 매일 야근에 시달려 파김치가 된 채 쓰러져 자기 일쑤였지만, 12만엔이라는 박봉에 시달려야만했다. ( 우리나라 돈으로 120만원? -- 나중에 보니까 그녀의 월급은 기초생활수급비와 맞먹었다 --- 살아남기에도 부족한 금액 )

 

 

불우한 가정환경과 왕따에 시달려야했던 어린 시절도, 그녀의 우울증을 증폭시킨데 한 몫을 한 것 같다. 부모님은 그녀가 어릴 때 이혼을 했고 아이들은 그녀를 밀치거나 넘어뜨리는 등 집요하게 괴롭혔다. 그런 경험으로 인해서 커서도 낮은 자존감과 정서불안에 시달릴 수 밖에 없었던 주인공. 사실 현재의 삶이 좀 힘들어도 정서적으로 안정이 된다면 그럭저럭 버티며 살아갈 수 있는데 말이다.

 

 

몇 번의 자살이 미수로 끝난 뒤 , 그녀는 재기를 꿈꾸지만 이쪽저쪽 구멍이 쑹쑹 뚫린 사회시스템이 잘 뒷받침해주지 않는다. 치료를 위해 다녔던 클리닉 에서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비즈니스를 하려 하고, ( 약을 팔기 위해 전혀 다른 진단을 내린다. 부원장이란 사람은 외제차 몰고 다닌다 ) 당분간 일하기 힘든 그녀가 기초 생활 보호 대상자가 되었을 땐, 곱지 않은 사람들의 시선에 또다시 상처를 입게 된다. 상황은 악화되는 것처럼 보인다. 낫는 듯 낫는 듯 낫지 않는듯한 그녀의 상태... 마지막으로 자살 시도를 한 후 그녀는 클리닉에서 주관하는 데이케어에 더 이상 나갈 수 없는 신세가 되지만,, 오히려 그것이 전화위복이 된다. 벗어나고 싶었던, 기초생활수급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준 일거리가 생긴 것이다.

 

일본이 배경이긴 하지만 우리나라도 정신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다. 뉴스에서는 연일, 조현병이나 우울증에 시달리던 환자들이 저지른 범죄를 대서특필하고 사람들은 혹시나 피해를 입을까봐 전전긍긍한다. 주인공처럼, 정신 장애가 문제가 되어 취업 등에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가 일본에서만 그런 건 아닐 것이다. 우리 나라에서도 특히, 신체적 장애보다 정신적 장애에 대해서 쉬쉬한다. 경쟁이 심해지고 나날이 팍팍해져가는 삶에서 누구나 걸릴 수 있는 마음의 병인 우울증. 왜곡된 시선보다는 환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탄탄한 시스템 구축이 더 필요한 것 같다.

 

그런 면에서, 당당히 장애를 이겨내고 홀로서기에 성공한 주인공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몇 번이나 자살 시도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살고자 하는 의지를 키워나간 그녀가 너무나 대견했다. 약하디 약한, 뿌리 뽑혔던 묘목이, 사회에 다시 뿌리를 내리는 것을 보는 느낌이었다. 심한 정신적 장애를 가지고 있었으나, 본인의 의지가 있다면 다시 재기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인 것 같다. 안타까웠던 것은, 치료와 복지 시스템이 많이 허술했던 부분이었다. 일본의 사례이긴 하나.. 한국도 별 다르지 않을 것 같다는 느낌. 어쨌건,, 본인만의 삶의 속도와 라이프 스타일을 되찾은 그녀를 보는게 너무나 즐겁다.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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