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 신화 (스페셜 에디션)
닐 게이먼 지음, 박선령 옮김 / 나무의철학 / 2019년 2월
평점 :
품절


마블사에서 제작된 영화 “ 토르 ” 시리즈 를 통해서 우리에게 친숙하게 다가온 북유럽 신화 이야기. 그동안 그리스 로마 신화에 익숙했던 나에게 “ 토르 ” 가 휘두르는 “ 욜나르 ” 라는 망치와 “ 이그드라실 ” 이라는 거대한 나무, 그리고 그 거대한 나무가 연결시킨다는 아홉 개의 세상 이야기는 처음에는 낯설었지만 곧 익숙함과 매혹으로 나에게 다가왔다.

각 민족들 사이에서 신화가 생겨난 이유는 뭘까? 아마도 각 민족의 정체성을 표현하기 위한 방편으로 신화를 만들지 않았을까? 우리 나라에서는 단군 신화에 나오는 단군 그리고 웅녀와 호랑이 캐릭터가 그러하듯이, 북유럽 지역에서는 교활하지만 속을 알 수 없는 " 오딘 " 과 솔직하고 온화한 " 토르 " 그리고 어둡고 비열하지만 매우 영리하고 약삭빠른 " 로키 " 와 같은 신들이 지역을 대표하는 정체성으로 자리매김했을 것이라 본다.

 

솔직히 영화를 못 봤다면 다소 낯설었을 캐릭터, 오딘, 토르 그리고 로키이지만, 영화와는 약간 다르게 묘사된 그들의 캐릭터 때문에 이미지를 상상하기 조금 힘들었다. 영화에서는 멋있게만 그려진 영웅 " 토르 " 그리고 탄생의 비밀로 인해서 어두운 성격을 가지게 되었지만 그래도 잘생기고 멋진 " 로키 " . 그런데 이 책에서는 그들의 약점이 좀 두드러지게 그려진다. 약간... 뭐라고 할까? 눈치 없고 단순한 " 토르 " 와 술과 여자를 좋아하고 지나친 장난을 즐기는 " 로키 ". 이건 뭐 신이라기 보다는 동네 형? 아는 아재? 냄새가 무지하게 났다.

작가님,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신인데,,,ㅋㅋㅋㅋ. 이런 이야기가 나도 모르게 입에서 튀어나왔다.

 

이쯤에서 그리스 로마 신화와 북유럽 신화를 비교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는 각 신들이 범접하기 어려운 고급스러운 매력을 뽐내는 편이다. 강력한 힘을 가진 제우스 ( 바람둥이이긴 하지만....), 지혜의 여신 아테나, 인간에게 불을 갖다 주고 고난의 길을 걷는 프로메테우스 등등 그들은 신만이 가질 수 있는 능력을 뽐낸다. 그에 비해서 북유럽 신화에 등장하는 신들은 능력도 능력이지만,, 그들은 거칠고 잔인하며 때로는 비열하기도 하고 ( 요정과 거인들을 속이는데 달인들 ) 유머감각도 뛰어나다. ( 인간적인 매력이 듬뿍 )

못 말리는 로키. 장난이 너무 너무 지나쳐서 이건 뭐.. 돌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The Treasures of The Gods 라는 에피소드에서 술에 잔뜩 취한 로키가 토르의 아내인 시프가 가진 아름다운 금발의 머리카락을 다 밀어버린다. 아내의 분홍빛 대머리를 발견하고 진노한 토르가 로키에게 달려가 뼈를 모두 으스러버린다고 협박하자 로키는 요정들을 시켜서 시프에게 금빛 가발을 만들어주겠노라고 약속한다. 그 와중에 금빛 가발 뿐만 아니라 “ 욜니르 ” 도 만들어진다. 어처구니없는 일화지만 꿀잼.

토르는.. 순수하다. 약간 떨어지나? 싶을 정도로.

Freya's unusual wedding 라는 에피소드에서 토르는 망치를 잃어버린다. 진상을 알고 보니 오거라는 거인족의 일원이 훔쳐간 것. 그 거인은 다름아닌 오거족의 왕인 스림인데, 매우 아름다운 여신인 프레이야와 결혼하고 싶어한다. 결혼 첫날밤에 신부에게 주는 선물로 망치를 돌려주겠다는 오거족의 왕 스림. 토르는 망치를 되돌려받고 싶다는 급한 마음에 프레이야에게 오거랑 결혼하라고 설득하지만 앙칼진 그녀의 항의만 듣고 돌아온다.

 

“ 나가! ” 프레이야가 소리쳤다. “ 날 대체 어떤 여자라고 생각하는 거야!”

“ 하지만, 내 망치가..... ” 토르가 매달렸다.

“ 닥쳐, 토르. ” 로키가 말했다. 토르는 입을 다물었다. 둘은 그 자리를 떠났다.

“ 화내니까 정말 예쁘네. 그 오거가 왜 그녀와 결혼하고 싶어하는지 알겠어.” 


 ( 이 상황에서 이런 이야기를 하다니.. 뇌순남 토르 )


“ 닥치라고,토르.” 로키가 다시 한번 말했다.

결국 토르가 여장을 한 채 결혼식을 하기 위해 오거가 머물고 있는 장소로 찾아간다. 결혼식에서 나온 음식을 실컷 먹고 난 토르는 망치를 돌려받은 직후 망치를 이용하여 거인들을 전멸시킨다. 유머가 넘치는 대목이긴 하지만 자비라고는 손톱만큼도 보이지 않는 냉혈한 모습도 보이는 신들이다.

 

저자 닐 게이먼이 그래픽 노블로 유명한 분이라서 그런지 책 속 이야기가 생생하게 이미지로 그려지는 느낌이었다. 이 분은 그래픽 노블로도 유명하지만 1990년 [ 멋진 징조들 ] 이라는 책을 발표하여 문학계의 주목을 받았고 최초의 장편소설 [ 신들의 전쟁 ] 은 여러 SF 문학상을 휩쓸었다고 한다. 역시 책이 쉽게 읽혀지는 이유가 있었다. 어려운 용어가 전혀 나오지 않고 학술적 이론 등에 치우치지 않은 책. 대중적인 매력을 물씬 풍기는 너무나 재미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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