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이별에 서툴러서 - 이별해도 다시 살아가는 사람들
최은주 지음 / 라떼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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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다 읽고 난 뒤, 이별을 말하고 듣던 책 속 사람들의 표정이 문득 궁금해졌다. 이별 까페로 들어섰을 때의 모습과, 이별의식이 끝나고 난 뒤에 까페를 나서는 사람들의 모습. 상상해보니 웬지 아픔과 슬픔을 머금고 있긴 하지만, 후련하다는 느낌의 표정들도 있을 것 같다.

확실히 이별은 쉽지 않은 것 같다. 나의 이별은 어땠을까? 이제는 잘 기억도 나지 않는, 소중했던 누군가와의 이별.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 했지만 속으로는 울고 있었을 것이다. 아마도.

이 책 - 우리는 이별에 서툴러서 - 에는 자의든 타의든 헤어짐을 맞이하게 된 사람들의 19가지 이야기가 실려있다. 이들은 헤어짐을 앞두고 이별카페라는 독특한 장소로 와서 마지막 마무리를 한다. 이 이별카페에는 모든 것을 이해한다는 듯 인자한 (?) 미소를 머금은 젊은 사장이 있고, 헤어짐의 고통을 덜어주려는 듯, 이별노트가 준비되어 있다.

기억에 남는 이야기를 꼽아보자면,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자신의 인생을 마음껏 살아가던 연인을 기다리기만 해야했던 한 여인의 이야기와 동화작가이지만 냉정하기 그지 없는 남편과 행복하지 않은 결혼생활을 했던 여인의 이야기가 마음에 남았다.

왜 이 두 이야기가 특히 관심이 갔을까? 스스로에게 물어보니, 음... 둘 다 행복을 찾아 용기를 내어 이별을 선택한 여인의 이야기라서 그런 것 같다. 사실 그냥 좋은 게 좋은 거다, 라며 타협한 채 살 수도 있는데, 진실을 직면하고 그것을 선택하는 용기를 가지다니! 멋진 여인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 이상 연기하지 않아도 되니까 얼마나 속이 후련한가? 싫은 건 싫은 거다. 인정해버리고 이별을 택한 그녀들!

중혁에게 말했다. 처음으로 나도 여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나는 작품이 아니라 내 인생을 생각해 볼 시간이 필요했다. 중혁이 꿈꾸고 보여주었던 동화 속 세상, 난 그 세상이 곧 당신이라고 생각했던 거였다. 당신을 선택하고 미래를 결정하는 순간에, 내가 손에 붙잡고 있었던 건 당신이 만들어낸 허구였던 것이다.

( 외딴섬 중 ---- 137쪽 )

책을 처음 읽었을 땐, 이별로 인해 고통스러운 사람들의 이야기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이 책에서는, 우리는 언젠가는 혼자가 된다. 라고 말하고 있다. 그게 사실이고. 애착을 가졌던 대상과 헤어지기란 정말 정말 쉽지 않은 일이지만 이 이야기속의 사람들은 본인과 사랑했던 사람의 행복을 위해서 새 출발을 한다. 낡은 이야기는 던져버리고 이제 그들 자신의 이야기를 써내려가기 위해서. 얼마나 좋은가? 그들과 함께 새로운 출발을 축하하는 춤을 추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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