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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우스 행성에서 형이 찾아왔다 ㅣ 푸른숲 어린이 문학 26
박현경 지음, 유경화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18년 11월
평점 :
주인공 현성이는 외로운 아이이다. 어릴 적에 피도 하나 섞이지 않은 할머니에게 맡겨진 이후로 쭉 외톨이처럼 자라왔다. 아버지는 현성이를 할머니에게 덜렁 맡겨만 놓고는 얼굴 한번 내비친 적도 없다. 외로운 현성이는 항상 아프다. 아플 때면 조퇴를 하고 집으로 터덜터덜 걸어온다. 몸이 아픈 걸까? 마음이 아픈 걸까? 지켜보는 독자 ( 나 ) 의 마음이 더 아프다.
그러던 어느날, 현성이는 옆집에 누군가가 이사를 온 사실을 알게 된다. 많은 꽃을 키우고 고무장갑처럼 두꺼운 손을 가진 신기한 형. 그 형은 자신을 시리우스 행성에서 온, 뮤라는 이름을 가진 외계인으로 소개한다. 이쯤되면 이젠 꿈도 없고 상상력도 결핍된 어른들은 “ 뭐라고? 그 형 좀 조심해야겠다 ” 라고 소리칠지도 모르겠지만, 외로웠던 현성이는 곧 이 독특한 형에게 관심을 가지게 된다.
이 형은 외계인이라서 그런지 다른 사람과 다르다. 우선 머리 속으로 대화를 할 줄 안다. 그게 신기했던 현성이는 뮤 형에게 어떻게 그렇게 하는지 물어보지만, 주파수를 똑같이 맞추면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아리송한 대답만 돌아온다. 그리고 현성이에게 일어났던 일을 설명하지 않아도 다 아는 신기한 형. 혹 시 돗자리 깔아야 하시는 분 아니신지요..
그런데 이 형이 해내는 일 좀 보라. 외로웠던 현성이의 삶에 한가닥 빛으로 작용한다. 약하디 약한 현성이에게 운동을 권유하고, ( 현성이는 그때부터 달리기도 하고 줄넘기도 한다 ) 그리고 대화할 사람 없는 현성이의 대화 상대가 되어준다. ( 현성이가 상상력도 풍부하고 그림도 잘 그리는 아이라는 칭찬을 해준다. ) 뿌듯해진 현성이,,, 내면이 점점 자라기 시작하는데....
시리우스 행성은 지구인들이 마젤란 은하계라고 부르는 곳에 존재하는 작은 행성이라고 한다. 17만 광년이나 떨어진 그 곳에서 온 “ 뮤 ” 라는 특이한 이름을 가진 형은 어느날 갑자기 현성이의 삶에 들어왔다가 또 어느날 갑자기 사라지고 만다. 짧은 기간 동안 현성이와 함께 했지만, 현성이에게 큰 관심을 두지 않는 다른 어른들 ( 할머니와 아버지 ) 와 달리 현성이에게 깊은 관심을 가져준다.
“ 뮤 ” 형과 함께 하는 기간 동안 몸도 자라고 마음도 훌쩍 커진 현성이는 예전만큼 외롭거나, 약한 아이가 아니다. “ 지아 ” 라고 하는 짝꿍을 만나게 되고 함께 라면과 떡볶이를 사먹으며 친분을 쌓는다. 자신을 오해하고 모함 하는 친구의 경솔한 발언을 참지않고 싸우기도 하는 등,, 더 단단한 현성이가 된다.
지구 행성에 짧게 머물렀다가 돌아가는 “ 뮤 ” 형에게 아쉬운 마음을 내비치자, 형은 이렇게 말한다.
“ 현성아, 만남이란 서로가 서로를 생각할 때 이루어지는 거야. 같이 있어도 다른 생각을 하면 그건 만남이라고 할 수 없어. 하지만 멀리 떨어져서도 서로를 생각한다면 어떨까? 진짜 만남은 그런 거 아닐까?
함께 살지 않아도, 눈에 보이지 않아도, 마음 속에서 언제나 함께 할 수 있다는 걸 깨달은 현성이. 무섭고 어렵기만 했던 할머니와도 진솔한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된다. 어리고 약하기만 했던 현성이가 훌쩍 클 수 있도록 도와준 “ 뮤 ” 형은 과연 지금은 어디서 누구를 어떻게 돌봐주고 있을까? 아니면 시리우스 행성에서 화초를 키우며 훌쩍 성장한 현성이를 상상하며 미소를 짓고 있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