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여자의 사랑
앨리스 먼로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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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 착한 여자의 사랑 ] 이라는 단편 소설집을 낸 앨리스 먼로의 단편 중 자식들은 안 보내. 라는 단편 소설이다.  주인공은 폴린이라는 가정 주부인데
매우 가정적인 남편 브라이언과 예쁜 두 딸 케이틀린, 마라와 함께 행복한 삶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겉으로 보기엔 행복해 보이는 이 가정에도, 숨어 있는 갈등들이 고개를 한번씩 내밀곤 한다.

개인적인 삶을 추구하고  문학적 재능도 있는 폴린에 비해서,  가족 위주의 삶을 추구하고 다소 평범한 브라이언.  그리고 진지한 폴린에 비해 입만 열면 농담
을 해대는 브라이언.  그들은 태생부터가 서로 다르다.  그러나 결혼이라는 사회적 제도를 따르면서, 적당히 서로에게 맞춰주고 안정된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러던 어느날, 폴린에게 솔깃한 제안이 들어온다.  그녀의 독특한 외모 ( 수북한 눈썹과 강인한 턱 ) 를 마음에 들어한 웬 연극 감독이 그녀에게 [ 외리디스 - 에우리디케 ] 라는 연극의 여주인공 외리디스 를 맡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한 것이다.  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나 모험을 해보고 싶었던 폴린은 그 제안을 수락하고, 제안의 수락은 곧이어 그 젊은 연극 감독과의 불륜으로 이어지는데.....

이 [ 외리디스 ] 라는 희곡은 그리스 신화 [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 ] 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지하세계로 에우리디케를 구하러 갔다가 돌아보는 바람에 영영 에우리디케를 놓쳐버리는 오르페우스 이야기.   폴린은 이 희곡을 아름답다고 생각하지만, 젊은 연극 감독인 제프리는 단지 자신을 증명할 수 있는 도구로써 이 연극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읽으면서 설마 설마 했는데,,,,아하,,,,불온하고 치명적인 것에 이끌리는 인간의 본성을 표현하려 한건지...잘 모르겠다.

책을 읽고 어처구니가 없는 부분이 많았다.  일단은, 나이도 어리고 건방진 연극 감독에게서 뭘 보고 폴린이 폭 빠져버렸는지....  그녀가 그 한줌거리도 한 되는 소위 연애라는 것과 맞바꾼 어마어마한 것 [ 가족, 일상, 추억 ] ....  이젠 되돌릴 수 없는 것이 되어버렸다.   비록 열렬한 애정은 없었을지라도 브라이언과의 사이에서 두 딸이 있었고 집과 일상이 있었다.  한순간에 모든 것을 놓아버리다니.... 과연 그럴 수 있을까?

그리고, 연극 감독 제프리의 발언.  이 돌아이는 끝내 연극을 무대에 올리지 못하고 폴린에게 자신이 머물고 있는 워싱턴 주로 함께 가서 살자고 말한다.  이렇게 말하면서,,  당신을 결코 버리지 않겠어.   근데 이 말은 연극 속에서 오르페가 외리디스에게 하는 말이다.  결국엔 둘 사이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 보여주는 복선인 셈이다.

그리고 남편 브라이언, 자신을 떠나겠다는 폴린에게 다른 말도 아니고 자식으로 위협한다.  이렇게 말하면서,,,,  자식들은 절대 안 보내.
사랑하니까 제발 돌아오라는 말도 아니고.  자식들은 절대 안 보내.  라니....  여자에게 자식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면서.  충분히 의도적인 발언이고 폴린에게
 복수의 칼날의 휘두른 것이란 마찬가지란 생각이 들었다.  너 한번 죽어봐라..... 이러면서.

 61쪽

물 같은 선택, 환상을 좇은 선택은 땅 위에 쏟아지자마자 대번에 굳어, 이내 부인할 수 없는 형태가 되어버렸다.

 이건 극심한 고통이다. 만성적인 고통이 될 것이다. 만성적이라는 말은 영원하긴 하지만 한결같다는 뜻은 아니다. 또는 그 떄문에 죽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벗어날 수는 없어도, 그 때문에 죽지는 않는다. 매 순간 느끼지는 않겠지만, 고통없는 상태가 여러 날 지속되지는 않는다........

어느 날, 예상치 못했던 교통사고처럼 위험하고도 치명적인 사랑을 만나버린 평범했던 주부 폴린.  그녀는 사랑을 가지지만 전부를 잃어버린다.  이 책은 사실 30년전 일을 회상하면서 적은 글이다.  그 동안 일이 어떤 식으로 진행되었을지는 알 수 없지만 대충 짐작은 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무리 똑똑해도, 아무리 방어를 치고 살아도, 우리는 결국 인간이기에 실수를 저지르며 살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여주인공 폴린도 마치 빠른 속도로 달려오는 차를 피하지 못한 것처럼 달려오는 운명을 피하지 못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이기에 우리는 불완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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