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쓰메 소세키 평전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32
도가와 신스케 지음, 김수희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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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셰익스피어라고 불리며 국민 작가로써 칭송받고 있는 나쓰메 소세키 작가의 평전을 읽어보았다.  그의 유명한 작품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 나 [ 도련님 ] 과 같은 작품을 통해서만 그를 만나봤지, 이렇게 그의 전 일생을  훑어보게 된 것은 처음이다.   오래전이라 기억이 잘 나지는 않지만 [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 를 매우 재미있게 봤었다.  그 작품을 통해서 그의 작가로서의 훌륭함을 깨달았던 것 같다.

이 책은 평전이기 때문에, 그의 세계관, 성격, 가족, 친구, 유학생활, 작품활동, 직업, 그리고 항상 달고 살았던 만성적 질병까지....  그에 대한 모든 것을 세세하게 알 수 있었다.  이 책의 저자인 도가와 신스케라는 분이 정말 많은 정보 수집을 하셨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사실 소세키의 유년기는 불행했던 것으로 보인다.   유독 아들 많은 집안에 다섯 째로 태어난 그는, 그 당시 관습대로 다른 아들 없는 집안에 양자로 보내진다.  거기서 양부모님의 사랑을 받으며 응석받이로 잠시 자라긴 하지만, 다시 양부모의 불화와 이혼이 겹치면서 본가로 되돌아온다.  본가에서는 완전히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게 된다.  아무도 그에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그 어느 곳에서도 제대로 된 환영을 받지 못한 어릴 적 경험 때문인지 그는 유독 학문과 문학에 집착하고, 가족 대신 교우 관계를 넓힌다.  어린 나이부터 한시를 짓고 그러한 활동을 통해서 하이쿠로 유명한 마사오카 시키를 만나게 된다.   그들은 함께 하이쿠를 짓고 문학적 교류를 하면서 친해지지만, 마사오카 시키가 중병에 시달리게 되면서 이도 일찍 막을 내리는 것으로 보인다.  이후 소세키는 고독과 외로움을 견디지 못해 결혼을 결심하게 된다.

소세키도  어릴 때부터 병치레가 심했고 약했던 걸로 보인다.   만성적인 위장병이 있어서 이것은 나중에 어른이 되어서 사회생활을 함에 장애가 되기도 한다.    까칠한 성격이 위장병을 불러온 것인지, 아니면 위장병이 있어서 성격이 까칠해진 것인지... 닭이 먼저인지 계란이 먼저인지.....   까칠한 그의 성격과 유학생활 중에 느꼈던 극심한 외로움이 불러온 정신적 고통이 질병을 더욱 더 악화시킨 것인가?  라는 생각도 든다.

그는 일찌기 영문학을 전공하고 여러 문학을 번역도 하면서 영문학으로 자신의 지평을 넓혀간다.  그리고는 런던에 유학도 다녀온다.  비록 유학을 하는 동안 미쳤다는 소리를 들을 만큼 정신적 고통에 시달렸지만 그래도 그는  그동안 ' 문학이란 무엇인가 ' 라는 어려운 문제에 정면으로 맞서면서 그것을 철저히 파고들어보겠다는 결심을 한다.  그 결심이 컸던 만큼 신경쇠약도 나날이 심해진다.  그러면서 부인에게서 오는 편지에 집착을 하는 여린 모습도 보인다.   열심히 부인에게 편지를 쓰지만, 부인 교코는 띄엄띄엄 편지를 보내고 이것 때문에 힘들어하기도 한다.

귀국후 그는 본격 작가로서의 삶을 시작하게 된다.   나쓰메 집안에 새끼 고양이 한 마리가 들어오게 되고, 자꾸 쫓아내도 들어오는 고양이를  누가 " 복을 부르는 고양이 " 라고 말하는 것을 듣고 어쩔 수 없이 키우게 된다.   이 고양이를 모델로  하여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썼다고 한다.  그는 인간들을 관찰하여 그들의 기이한 행동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 그들을 관찰하면 할수록 제멋대로라고 단언하지 않을 수 없다 "
" 사회란 모든 미치광이들의 집합소 "

 " 약간의 이치를 알고 있으며 분별력도 있는 자는 정신병원에 가둔다 "
" 타인이 곤경에 처했는데도 그 일관 무관한 인간들에게는 그것이 그저 재미있는 일일 뿐 "

[ 고양이로소이다 ] 를 통해서 조금이나마 그의 인간관을 알게 되었다.  그는 [ 고양이 ] 라는 매개체를 통해서 " 인간이 라는 종이 내포하고 있는 천박성 " 을 비난한다.  190쪽 에피소드에서, 곤경에 빠진 다른 사람이 쩔쩔 매고 있는 장면을 보고 킬킬 웃고 있는 두 여성을 가리키며,타인이 곤경에 처했는데도 그것을 그저 재미있는 일로만 여기는, 인간의 차가운 본성을 꼬집는다. 

그 외에도 일찍부터 그의 내면에는 삶과 죽음에 대한 깊은 고민이 있었던 걸로 보인다.   그의 여러 작품에서 어떤 사람들은 자살하기도 하고  [ 행인 ] 이라는 작품의 이치로는 ' 신경 쇠약 ' 으로 자살 직전의 상태에 빠지기도 한다.  " 죽음이 삶보다 고귀하다 " 라는 표현은 그의 작품에 여러번 등장하기도 한다.  어쩌면 환영받지 못했던 어릴 적 경험이, 그를 삶보다는 죽음으로 이끈 게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동시에 일본인들의 정서에 이런 죽음을 환영하는 마음이 들어있나? 싶기도 했다.

소세키의 마지막은 결국, 그가 가지고 있는 지병인 위궤양이 재발하면서 그것이 그대로 죽음으로 이어진다. 그는 스스로를 고독하다고 여겼었지만,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에는 아내와 자식들, 친구들 문하의 자제들 등 수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먼 길을 떠났다. '  생사를 해탈하는 것은 그의 오랜 바람이었다.  죽음은 삶의 한 가운데서 일어난 모든 행복한 사건보다도 경사스럽다 ' 라고 그는 제자들에게 그렇게 말했다고 한다.

이 한 권의 책으로 그의 모든 것을 다 알 수는 없겠지만 일생의 많은 부분을 알게 되었고, 특히 소소한 일상을 알게 되어서 재미있었다.   특히 아내에게 잔소리를 퍼붓거나 가계부를 자신이 직접 쓰는 등.  뭔가 쪼잔한 듯한 모습에 인간적인 모습을 느꼈고 태생적으로 가지고 있을 수 밖에 없던 진한 고독과 외로움을 함께 느낄 수 있었다.  작품 활동 외적인 부분을 알게 된 좋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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