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의 정석
이정서 지음 / 새움 / 2018년 7월
평점 :
절판


[ 번역의 정석 ]. 이 글의 저자는 출판사의 발행인이자 작가 및 번역가 활동을 하고 있다.  책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있을 수 밖에 없다.  제목에서 엿보이듯, 그는 한국인이 사랑하는 4권 [ 노인과 바다 ] , [ 위대한 개츠비 ], [ 어린 왕자 ] 그리고 [ 이방인 ] 의 고전에 나온 번역의 오류와 더불어 한국의 출판계와 번역계의 전반적인 문제점인 의역과 윤문을 꼬집는다.

2014년 저자는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된다.  바로 불문학과 교수이자 까뮈 연구 권위자인 김화영님의 [ 이방인 ] 번역의 오류에 대해 지적하면서 [ 이방인 ] 의 재해석을 시도하였기 때문이다. 세간에서는 " 출판사를 홍보하기 위한 노이즈 마케팅 " 이 아니냐는 심한 말까지 쓰면서 그를 비난하고 질타했지만 저자의 항변은 다음과 같았다.

" 왜 문제의 핵심 --- 번역의 오류로 인한 작품 내용 전달 훼손 --- 을 보려하지 않고 권위에 도전한다는 이유로 나의 태도를 문제 삼는가 ? "

사실 나는 김화영 교수님의 [ 이방인 ] 과 저자의 [ 이방인 ] 을 비교하여 읽어본 적이 없기 때문에 그의 주장의 진위를 살피는게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이 책 전반에서 펼치는, 번역에 대한 그의 주장에는 일리가 있다는 생각은 들었다.

그의 주장은 한결같고 간단하다.  번역가는 반드시 원문을 직역해야 한다는 것.  단어, 단어와 단어를 연결하는 토씨, 인용부호, 문체, 어투, 문장 ... 더 나아가서는 작가의 숨소리까지.... 그대로 옮겨야 한다는 것.  단어의 오역이 문장의 오역을 낳고 문장의 오역이 글 전체의 의미 전달을 훼손시킨다는 것...
저자는 번역가의 의역과 윤문에 대한 강한 비판을 서슴치 않는다.

다음 인용문을 보자.

 

 

56쪽

위대한 작가의 문장을 해체해서 역자 임의로 의역하는 행위는 심하게 말하면 유치원 선생이 천재화가 어린이의 그림을 자기 수준으로 고쳐주는 것이다


이 부분에서 크게 공감할 수 있었다.  번역가는 창조하는 사람이 아니라 원문에 숨어있는 작가의 의도를 살펴서 그것을 최대한 살려야 한다는 것.  결국 올바르게 의미 전달이 되지 않는 고전을 읽을 바에 아예 읽지 않는 편이 낫다는 것이 그의 확고한 신념인 것이다.

그는 자신의 신념대로 [ 이방인 ] 을 다시 번역했고 그 결과 여러 핵심 부분들이 180 다르게 재해석되었으며, 그는 [ 이방인 ]을 발간함과 동시에 역자노트를 함께 추가하여 독자가 이해하기 쉽도록 배려하였다.

사실 이 책을 읽는 동안 인터넷을 뒤져보았다.  저자와 저자의 주장에 대한 세간의 갑론을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사실 영원히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  번역계에서 직역 VS 의역 논란은 수년, 아니 수십년 지속되어 온 문제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고작 " 뜨거운 태양빛 " 때문에 살인을 저지른 주인공 뫼르소에 대한 나의 오해는 이 책을 통해 풀린 듯 하다.  그리고 왜 [ 이방인 ] 이 부조리 문학으로 불리게 되었는지도.  물론 어렸을 때 읽어서 내 이해력이 부족했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저자의 말씀처럼, 작가의 의도를 충실히 반영한, 잘된 번역물은 독자가 쉽게 이해하도록 도와주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이 책을 통해서 새롭게 고전을 읽고 싶고 나 스스로 고전을 번역하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리고 번역에 관심이 많고 이미 번역에 입문한 독자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그리고 고전을 새롭게 읽고 싶은 독자에게도 추천한다.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