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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지러운 세상 인연의 배를 띄워 - 최척전 ㅣ 국어시간에 고전읽기 (나라말) 7
황혜진 지음, 박명숙 그림 / 나라말 / 2006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최척전>은 임진왜란(1592년)과 뒤이어 일어난 정유재란(1597년)에서 정묘호란(1627년) 이전까지 어수선한 역사적 상황 속에서 남원 출신의 최척 가족의 이별과 극적인 재회를 그리고 있는 고전소설이다. 현곡 조위한이란 선비가 남원에서 만난 최척이란 노인으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진 <최척전>은 험난한 역사적 격동기를 살아내야만 했던 당시 백성들의 고통을 매우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남원 성문 밖 임진왜란으로 몰락한 가문 출신인 최척은 아버지 친구에게 글을 배우다가 옥영이란 처녀와 인연이 닿아 혼인한다. 근처 만복사 부처님의 꿈을 꾸고 아들을 낳아 행복하게 살아가던 최척 가족은 정유재란으로 왜구를 피해 피란하다가 가족들이 뿔뿔이 흩어진다.
최척은 다행히 왜구에게 붙잡히지 않았으나 가족들이 왜구들에게 붙들려가 생사를 알 수 없게 되자 명나라 원군을 따라 중국으로 떠난다. 한편 왜구에게 붙잡힌 아내 옥영은 일본으로 끌려가고 최척의 아버지와 옥영의 어머니는 구사일생으로 도망쳐 만복사 승려가 보호하고 있던 최척의 아들(손자)을 만난다.
일본으로 끌려간 옥영은 착한 주인을 만나 중국과 베트남을 왕래하는 무역선에서 일하게 된다. 최척도 중국에서 사귄 친구와 장사를 하러 다니다 베트남에 들르게 된다. 어느날 밤 아내 생각에 잠못 들고 피를 불던 최척은 옆 일본 배에서 아내가 예전에 지어 부르던 시를 듣게 되고 놀란다. 다음날 그 배를 찾아가 혹시 조선 사람이 없나 묻다가 기적적으로 부부는 상봉하게 된다.
20여년의 세월이 흘러 중국에서 최척 내외는 또 다른 아들을 하나 낳아 아버지가 조선에 출전했다가 행발불명된 중국인 며느리를 얻어 살고 있었다. 명과 후금과의 전쟁에 최척이 참여했다가 명나라가 대패하는 바람에 최척은 다시 가족과 이별하게 된다. 포로수용소에 갖혔던 최척은 거기에서 전쟁에 참여한 조선군 포로 가운데에서 어느새 장성한 첫째 아들과 상봉한다.
주위의 도움으로 조선으로 도망쳐 남원으로 돌아오던 중 병에 걸려 죽을 고비에 있던 최척을 어느 중국인 침장이의 도움으로 목숨을 구해 아버지와 장모를 만난다. 알고 보니 그 중국인 침장이가 중국에 두고 온 며느리의 아버지, 즉 최척의 사돈이었다. 최척은 중국에 두고 온 아내와 아들 내외를 만나고 싶었으나 중국과 조선의 정세가 흉흉하여 쉽게 일을 도모할 수 없었다.
한편 중국에 있던 옥영은 아들 내외와 함께 목숨을 걸고 조선으로 가기로 결심한다. 일본 무역선을 탔던 경험을 바탕으로 여러 위험을 잘 넘기며 항해를 하던 중 해적들을 만나 무인도에 버려진다. 절망에 빠져 목숨을 버리려 하다가 만복사 부처님을 꿈에 보고 다시 희망을 갖게 된다. 며칠 후 조선 배를 만나 순천에 내린 옥영과 아들 내외는 걸어서 남원 옛집을 찾아 갔다가 그곳에서 최척과 시아버지, 친정어머니, 큰 아들, 그리고 며느리의 아버지 모두 만나게 된다.
사실을 기록했다기에는 너무나 극적인 이야기여서 조위한의 창작이거나 어느 정도 각색을 한 것으로 여겨지는 <최척전>은 역사적 비극 앞에 무기력하게 휘둘릴 수밖에 없었던 당시 민중의 삶이 너무나 현실적으로 그려져 있다. 소설에서처럼 부처님의 도움이라고밖에는 달리 설명할 길 없는 가족들의 재회는 여전히 이산가족의 고통이 남아 있는 현대의 독자들에게도 뭉클한 감동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