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청전 : 어두운 눈을 뜨니 온세상이 장관이라 국어시간에 고전읽기 (나라말) 6
정출헌 지음, 김은미 그림 / 나라말 / 2006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참 우스운 일이다. 어릴 적부터 너무나 익숙한 <심청전>을 읽다가 사십 넘은 사내가 울다니 말이다. 심봉사의 아내 곽씨 부인이 심청을 낳은지 이레 만에 병을 얻어 죽어가는 와중에 갓 태어난 딸에게 젖을 물리는 대목에서 꺼이꺼이 울고, 열다섯 어린 청이가 아버지의 공양미 삼백 석 마련을 위해 뱃사람에게 몸을 팔고 홀로 남을 아비를 위해 밤새 옷 짓고 집안 정리하는 대목에서 울고, 인당수에 몸을 던져 용궁으로 간 뒤 돌아가신 어머니를 다시 만나는 대목에서 울고, 맹인잔치 마지막날 황후가 된 심청과 심봉사가 재회하는 장면에서 다시 울고... 참 희한한 일이다.

 

어쩌면 고전소설의 매력이 바로 거기에 있는 것이 아닐까? 현대소설처럼 복잡한 플롯이나 현실감 있는 인물이나 사건은 없지만 태어나자마자 어미를 잃고 봉사인 아비 슬하에서 어렵게 크는 심청이 현실의 가난과 어려움에 손상되지 않는 고고한 인품과 심성을 끝까지 유지해 나가는 모습, 그리하여 그 모든 고난 뒤에 그에 합당한 보답을 받아 행복한 삶을 살아간다는 결말. 이 팍팍하고 살벌한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그러한 비현실성이 얼마나 위안이 되는지... 그러한 비현실성이 유치한 동화적 상상력이 아니라 마땅히 그래야 할 우리들 삶의 모습을 그리기 위함이 아니었을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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