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가야 할 길
M.스캇 펙 지음, 신승철 외 옮김 / 열음사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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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사이 읽고 있는 정신분석과 심리치유 관련 서적 가운데 가장 독특한 책이 바로 스캇 펙 박사의 <아직도 가야 할 길>이다. 단순한 정신분석의의 과학적 시각이 아닌 인격적, 영적인 성숙의 여정을 걸아가는 순례자와 같은 입장에서 인간의 의식과 무의식에 관한 신비를 이야기해주는 책이다. 

 

그는 인간의 삶이 고통의 연속이며 그러한 고통과의 직면을 통해 인간은 성장한다고 본다. 그러한 고통스런 현실과의 직면을 회피하거나 망설일 때 우리는 여러가지 심리적 문제를 일으킬 수 있으며 그것마저도 어떠한 의미에서는 인간의 성장을 위한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은총'일 수 있다는 역설을 사용한다. 성장한다는 것은 고통스러운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러한 성장의 과정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사랑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것은 단순히 감정적인 차원의 것이 아니라 훈련이 필요하고 책임감이 따르는 것이다. 저자는 사랑의 반대는 게으름이라고 말한다. 자신 또는 다른 사람의 성장을 위해 자신을 확대하는 과정이 사랑이라면 그러한 적극적인 행동과 책임감이 없는 게으름은 악이라 할 수 있다.

 

한 사람의 정신과학자이면서도 정신과 치료와 일상의 삶에서 개인의 의지나 과학적 인과법칙과 합리성을 넘어서는 기적과 은총에 대해 개방적인 것도 그가 지닌 독특함 가운데 하나이다. 흔히 영적인 문제에 있어서 회의적이거나 부정적인 과학자들과 달리 그는 궁극적으로 인간의 정신적 성숙은 영적인 차원에까지 이르러야 한다고 본다. 진화가 일반적인 엔트로피 법칙에 반하는 것과 같이 인간의 영적인 성숙 또한 낡은 관행과 습관의 저항을 이겨내야만 한다. 

 

무의식과 정신질환을 인간의 정신적 성숙과 영적 성장을 위해 필요한 사실로 바라보는 그의 긍정성과 정신분석학과 종교 사이의 가교를 잇는 그의 폭넓은 시야가 너무나 매력적인 저서이다. 그의 다른 책 <끝나지 않은 여행>과 <그리고 저 너머에>도 조만간 읽어 보아야겠다.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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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이별 - 김형경 애도 심리 에세이
김형경 지음 / 푸른숲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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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풍경>과 <천개의 공감>에 이어 <좋은 이별>에 이르기까지 작가 김형경의 심리에세이를 모두 읽었다. 저자는 아마 요사이 출판계의 심리학 관련 서적 붐을 일으킨 근원지가 아닐까 생각한다. 비단 작가뿐만 아니라 나를 비롯한 오늘날 우리 사회의 대다수가 심리적 문제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러기에 심리적 문제상황과 그 치유와 관련된 책들이 끊임없이 출간되고 많은 공감을 얻고 있는 것이 아닐까.

 

<좋은 이별>은 사람이 살아가면서 불가피하게 경험하는 이별, 상실, 박탈, 결핍에 대한 애도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이별, 상실, 박탈, 결핍의 경험에서 비롯된 슬픔, 심리적 어둠, 그림자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면 우리는 거기서 비롯된 심리적 덫에 반복적으로 걸리고 더이상 성장하지 못하게 된다. 저자는 애도의 과정을 충분히 겪지 못했을 때 겪을 수 있는 여러가지 문제를 개인적 사례와 자신이 즐겨 읽던 문학 작품 속에서 끌어와 정신분석학과 심리학적 관점에서 분석한다.

 

사람살이에서 만남과 헤어짐, 삶과 죽음, 젊음과 노쇠와 같은 일은 우리의 힘으로 어찌할 수 있는 영역의 일이 아니다.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일은 진행되게 마련이다. 가야할 것은 떠나 보내야 하고, 남아 있어야 할 것은 제 자리에 남아 있어야만 한다. 슬픔이나 분노, 좌절과 허망함 또한 그러하다. 헛된 욕심으로 스쳐 지나는 모든 것에 부질없이 집착하지 말 일이다. 일찍이 현자들은 이렇게 말했다지 않던가. 배 고프면 먹고 졸리면 잔다.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다. 렛 잇 비(Let it 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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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좋은 날
기자영 지음 / 샨티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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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이 드러나는 글이 있다. 수사와 문체의 아름다움이 아니라 그 언어의 출처인 영혼의 아름다움이 여백 사이로 엿보이는 글이 있다. 얼마 전 소천(召天) 받은 기자영이란 분의 <내 인생의 좋은 날>이 그런 글이다. 그녀가 남긴 일기 가운데 83편을 골라 묶은 이 글에서 삶과 죽음, 그리고 존재에 대한 그녀의 깨달음, 영혼의 향기를 느낄 수 있었다.

 

2000년 암 진단을 받고 골반의 절반을 잘라내어 한쪽 다리로 버티며 살아온 그녀의 삶은 흔히 일컫듯 '투병(鬪病)'생활이라 부를 수는 없다. 그녀에게 암이란 병은 진정한 휴식을 가져다 준 친구이자 행복이었기 때문이다. 이미 오래 전부터 삶에 대해 깊이 천착해 온 그녀는, 항암치료와 재발이 연이은 그 기간 동안에도 생명을 위협하는 병마마저도 그녀 존재의 일부분임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녀가 남긴 글을 읽으며 영혼이 육체에 제한되어 있지 않으며, 고통 속에서도 그 고통에 물들지 않는 존재의 근원 속에서 안주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마흔 중반의 짧은 생애였으나 그것은 상대적인 물리적 시간일 뿐 이미 영원을 맛보고 삶의 매 순간을 깨어 지켜본 그녀에게 이 꿈과 같은 삶의 길이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을 것이다. 부럽다. 그녀는 그녀에게 주어진 삶의 몫을 다 하였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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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살예수 - 불교와 그리스도교의 창조적 만남
길희성 지음 / 현암사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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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살예수>는 저명한 비교종교학자인 저자가 그리스도인의 관점에서 기독교와 불교와의 소통을 위한 대중강연을 책을 묶은 것이다. 일찍이 <지눌의 선사상>이나 <일본의 정토사상> 등 불교는 물론 <마이스터 엑카르트의 영성>과 같은 기독교 신비주의자들에 대한 연구를 해왔던 저자는 과학적 합리주의의 시대에도 여전히 중세적 신관에 갖혀있는 많은 기독교인들로 하여금 불교와의 만남을 통해 자신들의 종교와 신앙에 대해 깊이 있는 이해를 돕고 있다.

 

만약 진리가 있다면 그것은 '불교적 진리'도 아니고 '기독교적 진리'도 아닌 오직 진리 뿐일 것이다. 그것을 발견한 사람들의 문화적 관습에 따른 묘사의 차이가 오늘날 종교간의 차이가 되었다. 예를 들어 인격적 유일신 신앙인 유대문화 속에서 예수는 자신이 발견한 진리를 유대적 문화와 언어 표현을 통해 다른 사람들에게 전했다. 다양한 신을 인정할 뿐만 아니라 철학적으로 정교한 논리를 통해 진리를 탐구한 힌두-바라문 문화 속에서 활동한 석가 역시 그러한 문화적 관습과 표현을 이용해 자신이 깨달은 진리를 전달했다. 

 

오늘날 세계종교로 성장한 기독교와 불교를 비교해 보면 우리가 가지고 있는 선입견에 비해 오히려 많은 공통점을 발견하여 충분히 소통이 가능함을 알 수 있다. 책의 제목에 사용된 '보살'이란 용어와 '예수'의 삶이 보여준 공통점을 봐도 그렇다. '보살'은 '깨달은 중생'이라 할 수 있는데, 중생의 고통에서 벗어나 열반의 안락을 즐길 수 있음에도 그들을 구원하기 위해 스스로를 중생제도를 위해 바치는 자가 바로 '보살'이다. '예수'는 그러한 의미에서 분명 보살이다. 불교의 '공'과 중세 기독교 신비주의자의 '하나님' 역시 차이를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닮아 있다. 

 

이 책은 불교를 이해하려는 기독교인에게도 유용할 뿐만 아니라 기독교를 이해하려는 불교인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 특히 흔히 기독교를 타력신앙이라 하고 불교를 자력종교라 구별하는 통념에 의문을 제기하는 부문은 더욱 그렇다. 불교의 궁극적 목적인 깨달음은 공, 무아를 깨닫는 것인데, 자아의 노력에 의해 그것이 성취될 수 있겠냐는 문제 제기는 많은 불교 수행자들에게 커다란 깨우침을 준다고 생각한다. 물론 학자의 입장에서 두 종교간의 교리적 측면에서의 비교분석이라는 면에서 이 책이 갖는 한계도 분명하다. 진정한 의미에서 기독교와 불교의 소통은 말과 생각 이전의 지점에서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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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 공부에 反하다
이범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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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대화의 주제로 꺼내어서는 안 될 3가지 주제가 있다면, 정치, 종교, 그리고 교육일 것이다. 이 3가지 주제는 모든 사람들이 그에 대해 나름대로 할 말이 많을 뿐더러, 끝에 가서는 의견의 일치나 합의보다는 극단적인 대립과 반목이 더욱 심해진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교육 문제는 갈 데까지 가서 한번 전사회적인 커다란 반성이 오기 전에는 어떤 식의 해결책도 없을 것이라는 절망적인 생각이다.

 

한겨레신문에 교육칼럼을 기고하고 있는 저자는 경기과학고를 거쳐 서울대 석박사를 수료하고, 강남 학원계의 스타강사를 거쳐 메가스터디 창립멤버였다가 돌연 학원가를 떠나 무료강의와 교육과 입시관련 전문가로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누구보다 사교육의 허와 실을 잘 알고 있을 뿐더러 냉혹한 학원 강사의 세계에서 다져진 내공으로 오늘날 우리나라의 교육문제에 대해 날카로운 비판은 물론 그 나름의 대안과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그의 첫 번째 저서인 <이범, 교육에 반하다>는 이른바 억대 연봉의 메가스터디 스타강사로가 되기까지 그가 경험한 사교육계의 현실과 강남 대치동으로 대변되는 우리나라 사교육시장의 흐름에 대한 이야기와, 출간 당시(2006년)에 발표된 내신비중 강화와 수능 비중 축소 그리고 통합논술이라는 2008학년도 새 대입제도에 대한 저자의 분석과 문제점을 다루고 있다.

 

지금(2009년)의 시점으로 봤을 때 그 당시 저자의 분석은 매우 타당한 것이었고 특히나 정부가 내놓은 입시제도가 새롭게 야기할 문제점과 사교육 시장의 전략을 내다 본 저자의 통찰력은 대단히 놀랍다. 흡사 강호를 등지고 무림을 떠나 은거하고 있는 초절정 고수의 초식을 엿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의 새 저서 <이범의 교육특강>도 조만간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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