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좇아가지 마라
김상백 글 / 운주사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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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좇아가지 마라>는 우연히 인터넷을 검색하다 알게 된 소백산 봉철 선사의 가르침을 속가제자가 기록한 책이다. 최근에 출간된 이 책의 후속편이라 할 수 있는 <극락도 불태워 버려라> 광고에 현각 스님의 또다른 스승이 봉철 선사였다는 말에 혹해서 구입하여 읽어 보았다.

 

예로부터 선사들의 법어와 행장은 문하의 제자들에 의해 기록되어 후세에 전해졌다. 임제의 스승이었던 황벽 스님의 가르침도 신실한 속가제자였던 재상 배휴가 없었다면 남아있지 않았을 것이다. 이 책을 엮은 시창 거사는 대학 1학년 때 우연히 봉철 선사를 만난 후 20년이 지난 2004년부터 본격적으로 선사의 지도로 공부를 하게 되었단다. 그러면서 일상 가운데 들려 주신 스승의 말씀을 잊지 않고 기록해 둔 것이 한 권의 책이 되었다. 긴 말과 자질구레한 사족이 필요없는 게 선이다. 짤막한 일화로 엮인 이 책에서 무애자재한 선사의 기봉을 생생히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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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제 - 이번 생에 해내리
정과 지음 / 클리어마인드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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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 공부 경험담을 담은 그다지 서적은 많지 않지만 대부분의 경우 어떤 수행인이 치열한 구도의 여정 끝에 드라마틱한 깨달음의 순간을 맞이한다는 내용이 일반적이다. 독자들은 그러한 서적을 통해 공부에 대한 열정과 의지를 다질 수도 있겠지만 보잘 것 없는 자신의 처지와는 비교할 수 없는 수행력과 성취에 대해 좌절감과 열패감을 느낄 수도 있다. 선 공부란 것이 자신과는 상관없는 '그들'만의 것인양 느껴질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도봉산에서 정진 중이란 정과 스님의 <숙제, 이번 생에 해내리>란 책은 공부를 성취한 사람이 아닌 공부길에서 헤매는 수행자의 진솔한 내면 고백이란 면에서 아주 희귀한 책이다. 출가자이기에 자신의 공부 과정과 성취에 대해 더욱 겉으로 드러내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자신의 공부에 대해 모든 것을 감추지 않고 드러내는 저자의 솔직함에 한 사람의 수행인으로서 존경스럽기 그지 없다. 

 

이 공부 길에 들어서면 이른바 한 소식한 사람들, 깨달음을 얻었다는 사람들의 전설 같은 이야기들을 많이 주워 듣게 된다. 그 가운데 몇몇은 사실이고, 대다수의 경우 잘못된 풍문인 경우가 많다. 그 가운데 가장 흥미로운 것은 남다른 '체험', 견성이랄지, 깨달음이랄지, 뭐라 설명할 수 없는 경험을 하고 극적인 깨달음을 성취하는 것이 아니라 다시 이전의 상태로 떨어진다던가 오히려 더 잘못된 방향으로 빠지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이 책의 저자 역시 우연히 자성을 흘깃 일견하는 경험 이후 공부의 가닥을 잡지 못하고 혼자서 고분분투해 온 자신의 심경을 글로 엮었다. 쉽지 않은 결단인데, 제목에서처럼 이 생에서는 어떻게든 공부를 해 마치리라는 의지를 가지고 자신의 치부를 홀랑 드러내 다른 이들로부터 탁마를 받기 위함이 아닌가 한다. 병은 소문을 내야 빨리 치유될 수 있다 하지 않는가? 옛사람들도 자성을 보기 이전의 공부는 공부라 이름할 수 없고, 자성을 본 이후의 공부가 진짜 공부라 했다. 

 

개인적으로 동병상련의 심정으로 글을 읽어나가다 한 가지 안타까운 점이 있었다. 저자는 스스로 고백하듯이 자신이 자성을 일견하게 된 계기가 치열한 수행정진이나 화두 의심 끝에 온 것이 아니란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스스로 공부의 의지처로 삼아 옮겨 적고 시간 날 때마다 외우는 조사 어록이나 마하리시의 가르침에서도 어떠한 수행방편이나 정진의 결과로 깨달음이 오는 것이 아니란 말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끝까지 자신에게 아무런 의문도 일으키지 못하는 '이뭣고'란 화두에 집착한다는 점이다. 이것은 출가한 전문 수행자로서의 뿌리 깊은 한계가 아닐까 생각한다. 스스로 다짐하듯 모든 것을 포기하고 완전히 무심(無心), 무위(無爲), 무사(無事)해야 도에 들어간다고 하면서도 실제로 화두라는 '물건'만은 포기 못하고 있다. 바둑도 실제 경기에 푹 빠져 있는 사람은 훈수꾼이 보기에 명백한 헛점도 스스로는 잘 감지 못하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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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존 - 가장 쉬운 깨어남의 길
레너드 제이콥슨 지음, 김상환.김윤 옮김 / 침묵의향기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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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비(似而非)란 말이 있다. 비슷하지만 아니란 뜻이다. 진리에 대한 언급으로 가장 훌륭한 것은 침묵이다. 그러나 침묵을 진정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적기 때문에 역사상 수많은 현자들이 진리에 대해 불가피하게 이런저런 설명을 덧붙였다. 진리를 설명하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온전히 '하나' 또는 '둘 아님'의 입장에서 벗어나지 않고 말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둘'의 입장에서 '하나'를 설명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첫째 방식의 스승에게 누군가 찾아와서 "깨달음이란 무엇입니까?"라고 묻는다면, 그는 "바로 그것이다." 또는 "뜰 앞의 잣나무!" 이런 식으로 답하는 것이다. 같은 질문을 둘째 방식의 스승에게 묻는다면, "깨달음이란 환영과 같은 에고의 상태에서 벗어나 둘 아닌 하나의 상태에 이르는 것이다."라는 식으로 대답한다. 보통의 경우 두번째 방식이 이해하기 쉬운데 그것은 우리가 '둘'의 입장, 이원성의 세계에서 생각하고 살아가기 때문이다. 

 

첫번째 방식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기에 불친절하다거나 비이성적이라 느끼기 쉽다. 그러나 진실로 진리를 직접 경험함에 있어서는 첫번째 방식이야말로 가장 강력하고 효과적이다. 두번째 방식이 접근하기 쉽고 이햐하기 쉽다는 장점이 있으나 원래 둘로 나눌 수 없는 것을 먼저 둘로 나눈 이후에 하나로 합쳐가는 방식을 따르는 한 결코 성공할 수가 없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우리의 관념상에서만 벌어질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레너드 제이콥슨이 <현존>이란 책에서 전달하는 가르침이 바로 그러하다. 에고가 지배하는 '마음의 세계'와 우리의 진정한 존재인 '현존의 세계'를 나눠 놓고 마음과 에고의 속박에서 차츰차츰 현존의 영역으로 여행해 간다는(이 책의 원제는 'Journey into NOW'다.) 구조로 되어 있는데, 이것은 마치 철길의 선로와 같이 영원히 평행할 뿐 하나로 만나지는 못한다. 저 지평선 끝에서 하나로 만날 것 같은 희망을 주기는 하지만 그것은 끝없는 여행일 뿐 목적지에 도달하지는 못한다. 

 

이것이 심리치유의 기법을 이용하여 사람들을 진리로 이끄는 대다수 서양인 스승들이 가지는 한계다. 동서를 떠나 많은 현대인들이 심리적 외상에 의한 정신적인(감정적이고 정서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그러한 정신적인 문제를 인정하고 수용하는 방식의 치유 기법들이 효과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렇게 증상에 따른 대증요법만으로는 근원적인 인간존재의 문제를 해결해 주지 못한다는 사실이다.(서양의 영적 지도자들 대부분이 심리학의 한계에서 영적인 영역으로 진입해 온 사람들이란 사실이 그것을 입증한다.) 

 

레너드 제이콥슨의 가르침에도 귀담아 들을 만한 진리의 편린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자칫하면 많은 구도자들의 눈을 멀게 할 독(毒)을 가지고 있다. 특히 <현존>의 7장 '영혼의 여행'에서 언급되는 '전생'과 관련된 이야기와 마지막에 첨부된 '나의 깨어남'이란 자신이 영적 체험에 대한 기록은 그의 진리에 대한 순도(純度)를 결정적으로 의심케 한다. 책 속에 언급된 내용으로 유추해 보건대 그는 약간 영매와 같은 특이 능력을 가진 자가 아닌가 한다.

 

수련회 참가자를 앞으로 불러 의자에 앉힌 뒤 전생의 경험을 떠올리게 한다든지, 죽은 사람의 영혼을 만나게 한다든지 하는 대목을 보면 그런 추측이 틀린 것 같지는 않다. 그의 깨어남의 체험에도 너무나 많은 이미지, 환상들이 등장한다. 말로는 '현존'이니 '하나임'을 말하지만 가만히 문맥을 보면 여전히 '마음의 세계'와 '현존의 세계' 사이를 왔다갔다 한다. 개인적으로 보자면, 미국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영적 지도자 가운데 레너드 제이콥슨보다는 에크하르트 톨레가, 에크하르트 톨레보다는 아디야샨티가 훨씬 안목이 분명한 지도자인 것 같다. 어디까지나 내 주관적인 입장에서 보자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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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do 2020-01-02 0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사유의 철학적 방법에는 두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분석적 방법이고 또 하나는 종합적 방법입니다.전자가 분리된 결과들을 연결 시키면서 진리를 찾는 것이라면 후자는 일의성의 세계 즉 진리로 부터 결과들이 따라나오게 하는 것입니다. 제 생각에 님 역시 후자의 방식 속에서 진리를 찾을수 있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종합적 방법은 분석적 방법을 거치지 않고 바로 시작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종합적 방법은 분석적 방법을 포함하고 있는 것입니다. 하여 시작은 언제나 분리된 세계로 부터이지 진리 그 자체로 부터가 아닙니다. 아시다시피 우리는 유전적 정보와 기억정보라는 외재적 관념에 의해 구성된 세계 속에 있고 그 세게로 부터 사유를 시작합니다. 바로 이 시작으로 부터 종합적 방법이라는 진리에 어떻게 도달할 수 있는가가 진리를 실천하는 방법의 핵심입니다. 하여 저는 어쩌면 진리로 부터 바로 시작할 수 있다라는 님의 낭만적인 생각이 오리려 구도자들의 눈을 멀게하는 독이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대의단의 타파, 무방법의 방법 - 화두선과 묵조선의 요체 성엄선서 4
성엄선사 지음 / 탐구사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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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종의 발원지였으나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한국과 일본에 비해 선풍이 미미해진 중국의 선을 중흥하는데 큰 영향을 끼친 분을 꼽으라면 허운 화상과 성엄 스님을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라마나 마하리쉬의 가르침과 허운 화상의 법문을 우리 말로 번역하는데 힘써 온 대성 스님이 최근 성엄 스님의 가르침을 여러 권 번역 상재해 온 바 있는데 <대의단의 타파, 무방법의 방법>은 그 가운데 화두선(간화선)과 묵조선과 관련된 성엄 스님의 법문을 기록한 책이다. 미국에서 중국어로 법문한 내용이 영어로 통역되고 그것이 다시 한국어로 번역되었기에 한자 개념어가 낯선 현대인들에게 옛 조사 스님들의 가르침을 현대의 일상어로 새롭게 이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선칠, 또는 선십이라 하여 7일 혹은 10일 동안 집중 수행기간 동안 낮과 밤에 스님이 법문한 내용을 정리한 내용인데 화두선과 묵조선 수행과 관련된 내용뿐만 아니라 불교 수행자로서 갖춰야 할 기본적인 태도와 마음자세, 선과 기타 불교학과의 연관성에 대한 가르침 또한 얻을 수 있다. 일반 대중들을 위한 선 수행의 개론서 정도로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는 내용이지만 묵조선과 관련된 스님의 가르침은 간화선 위주의 수행풍토가 강한 우리나라에서 희귀한 것이기에 그 가치가 크다 할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화두에 대한 의정과 대의단의 타파를 통해 깨달음에 이르는 화두선(간화선)은 수행자로 하여금 깨달음으로 이끄는데 그 이익이 있다고 한다면, 묵조선은 본래부터 갖추어진 불성에 대한 믿음에서 출발하여 있는 그대로를 묵묵히 비추는 것을 그 묘로 삼기에 깨달은 이후의 공부로서 그 가치가 크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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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간화선
일선 지음 / 클리어마인드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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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간화선>은 전남 거금도 금천선원에 주석하며 일반인들의 선 수련회를 오랫동안 이끌어 온 일선 스님의 두번째 저서다. 제목과 같이 화두를 들고 수행하는 간화선에 대해 일선 스님 자신의 선 수행 체험을 바탕으로 보조 지눌 스님의 <수심결>과 <간화결의론>의 내용을 새롭게 풀어낸 글들이 내용의 일부를 이루고 있다.

 

동진 출가해서 간절한 구도의 심정으로 수행하여 견성의 체험이 있었으나 그것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이 아니란 사실을 깨닫고 오후 수행 과정에서 겪은 시행착오와 관문을 뚫고 나가는 과정이 매우 구체적으로 소개되어 있다. 특히나 보조 스님의 돈오점수론과 성철 스님의 돈오돈수론을 실제 수행 체험을 통해 회통하는 대목은 일반 교학자들의 마른 견해와 대조를 이루며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공부의 한 고비를 넘기고도 더이상의 진척이 없거나 길을 잃어 헤매는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될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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