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허 - 술에 취해 꽃밭에 누운 선승
일지 지음 / 민족사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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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의 한국 불교를 이야기함에 있어 경허 성우 선사를 빼놓고서는 제대로 된 논의를 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만큼 경허 선사가 현대 한국 불교사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막중하다 할 것이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그의 열반 100주년이 되는 지금에 이르기까지 그는 숱한 소문과 전설 속의 이미지로만 남아 있는 게 사실이다. 

 

영민했던 불교 인문학자 일지 스님은 진리 탐구의 길 위 어느 곳에도 머물지 않고 올곧게 자기만의 길을 간 위대한 선사 경허의 모습을 그려내기 위해 모든 역량을 다했다. 그러나 그가 그려낸 경허의 모습 역시 허망한 이미지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다. 그가 남긴 글과 언행과 소문과 기행 속에서는 결코 참다운 경허를 볼 수 없다. 

 

경허의 진면목을 참으로 보려 한다면 그가 가닿은 곳에 우리 역시 가보는 수밖에 없다. 그가 술에 취해 뱉어 놓은 토사물 더미를 뒤지는 것은 이제 그만 두어야 한다. 경허와 내가 둘이 아닌 곳, 바로 그곳에서만이 진실로 그를 만날 수 있다. 그렇다면 그곳은 어디인가?

 

창 밖으로 궂은 비가 내리는데

아득한 천둥 소리에

문득

뒤늦게 여름이 깊어감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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