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공의 주인공 - ‘한국의 유마’ 백봉거사 선어록
전근홍 지음 / 비움과소통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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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공의 주인공>은 한국의 유마거사로 추앙받는 백봉 김기추 거사의 법문을 상수제자 가운데 한 사람인 전근홍 거사가 엮은 책이다. 백봉 거사는 7~80년대 재가자 위주의 거사 선풍을 일으켜 출가자 중심의 한국 불교문화에 새로운 기운을 불어 넣었다. 50대 후반에 불교에 입문하여 1년여 만에 깨달음을 얻음으로써 돈오견성이 출재가와 상관없고, 유무식, 남녀, 노소와 상관이 없음을 몸소 확인시켜 주었다. 

 

<허공의 주인공>에 소개된 백봉 거사의 설법은 생멸변화하는 색상신(빛깔과 모습이 있는 몸)의 바탕에는 불생불멸하는 허공과 같은 법성신(법의 성품의 몸)이 있다는 내용이다. 우리가 눈이라는 기관을 빌어 보지만, 눈 자체에는 성품이 없고, 빛깔, 모양, 냄새도 없는 '무엇'이 본다는 식의 쉬운 설법으로 현상 이전, 현상 너머, 현상의 배후에서 현상을 기능케 하는 실재를 바로 가리켜 보인다. 

 

백봉 거사가 색신을 버리고 도솔천으로 천화한 지도 어느덧 30여 성상이 되어 간다. 스승의 갑작스런 입멸 이후 한 때 구심점을 잃었던 보림선원의 명맥이 전근홍 거사와 같이 스승의 가르침을 굳게 의지하며 지켜온 이들에 의해 새롭게 세상에 알려지고 있다. <허공법문>, <공겁인> 등 최근 1~2년 사이에 백봉 거사의 가르침을 담은 법어집들이 출간된 것이 그 한 예이다. 그의 가르침이 널리 퍼져서, 여전히 깨달음이란 보통 범부들의 삶과는 무관한 숭고하고 신비한 어떤 것이란 터무니 없는 관념에 사로잡혀 있는 많은 이들의 눈을 틔어줄 제2, 제3의 백봉, 아니 백 사람, 천 사람의 백봉 같은 이가 출현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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