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란 무엇인가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2011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한 때 진보적 사회운동가였으며 참여정부 시절 정부 관료로서 현실 정치에 참여 한 바 있는 유시민의 <국가란 무엇인가>를 읽었다. 2008년 이후 최근까지 우리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킨 책들 가운데에는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와 같이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고민을 담고 있는 책들이 많은 것 같다. 아마 유시민도 2007년의 대선패배로 권력이 보수 우파 정권에게 넘어감으로써 우리 사회에서 벌어진 여러 어처구니 없는 여러 현상들로 인해 도대체 무엇이 문제였는지 근본적인 것들부터 다시 성찰하는 시간을 가졌던 것 같다. 그래서 얼핏 보면 국가론과 정치 철학에 대한 개론서와 같은 이 책에서 저자는, 국가주의(전체주의) 국가론, 자유쥬의 국가론, 진보주의(사회주의) 국가론과 같은 고전적 국가론의 기본 사상을 다시 살펴 보면서 진보 정치의 미래에 대한 그의 이상을 피력하고 있다. 

 

그는 자유주의와 진보주의의 연합을 통해서만이 보수 우파의 국가주의(전체주의), 반민주주의 정권을 극복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는 매우 타당한 현실 분석이며, 2012년 국회의원 선거와 대선에서 자유주의 정당 민주당과 진보 정당이 보여주고 있는 통합의 움직임으로 현실화되고 있다. 정치란 기본적으로 권력투쟁이며 권모술수이다. 순수한 신념과 도덕성만으로는 현실 정치를 이끌어 나아갈 수 없다. 개인적 차원에서의 정의와 사회적 차원에서의 정의는 서로 다를 수 있다. 저자는 정치인에게 개인적인 신념과 아울러 강력한 책임의식을 요구하고 있다. 대중들은 언제나 이념보다 자신들이 원하는 바를 실현해 줄 수 있는 정치인을, 그들이 비록 겉으로만 그렇게 보일지라도, 능력이 있는/있어 보이는 정치인에게 그들의 주권을 투표로 행사하기 때문이다. 기나긴 독재정권의 지배에서 벗어나 민주적 절차를 통한 정권교체를 경험한 우리나라의 대중들이 이번에는 다시 어떤 선택을 할 지 무척이나 궁금하다.

 

P.S. 이 책에서 전혀 상반된 계급들이 보이는 유사한 정치적 성향에 대한 명쾌한 통찰을 다음과 같은 문장을 통해 얻었다.

 

 

이미 말한 것처럼 유한계급은 부유하기 때문에 혁신을 거부한다. 그런데 가난한 사람들은 너무나 가난해서 보수적이다. 혁신을 생각할 여유가 없는 것이다. 기존의 사유습성을 바꾸는 것은 유쾌하지 못한 일이며 상당한 정신적 노력을 해야 한다. 지배적 생활양식에 순종하면서 일상적 생존투쟁을 견뎌내는 데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어도 부족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은 이 과업을 수행하기 어렵다. 풍요로운 사람들은 오늘의 상황에 불만을 느낄 기회가 적어서 보수적인 반면, 가난한 사람들은 내일을 생각할 여유가 없어서 보수적인 것이다. 생활환경 변화에 적당한 압력을 느끼면서도 학습하고 사유할 여유가 있는 중산층에서 주로 가장 뚜렷한 진보주의 성향이 형성되고 표출되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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