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 포터와 불의 잔 (양장) 해리 포터 시리즈
조앤 K. 롤링 지음, 최인자 옮김 / 문학수첩 리틀북 / 2004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총 7부작으로 구성된 <해리포터 시리즈>는 4편인 <해리포터와 불의 잔>을 기준으로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눌 수 있다. 전반부가 주인공 해리포터가 고아가 된 이유에서부터 그 주변 인물 및 호그와트의 학교생활과 같은 전체 이야기의 토대를 만들었다면 4부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해리포터의 대척점에서 대결을 펼칠 볼드모트가 새로운 육신을 얻어 부활하기 때문이다. 이후부턴 본격적으로 볼드모트와 그 추종자들인 죽음을 먹는 자들과, 덤블도어와 불사조 기사단, 그 중에서 해리와 그 친구들 사이의 투쟁이 흥미진진하게 그려진다.

 

<불의 잔>의 주된 내용은 뭐니뭐니 해도 호그와트와 보바통, 덤스트랭, 세 마법학교의 챔피언들이 벌이는 트리위저드 시합일 것이다. 원래는 참가할 수 없는 해리의 이름이 각 학교의 챔피언을 뽑는 불의 잔에서 나오면서 이야기는 복잡한 미궁 속으로 빠져든다. 중간 중간 가장 친한 친구였던 해리와 론 사이의 갈등과 화해, 론과 헤르미온느 사이의 미묘한 감정은 물론, 무시무시한 어둠의 마왕 볼드모트의 역겨운 부활 장면과 후플푸프 학생인 케드릭 디고리의 안타까운 죽음 등이 복잡하게 얽혀져 있다.

 

무려 1000페이지를 넘는 텍스트의 부피와 무게만큼이나 어두운 내용으로 점철된 4부는 전편의 많은 궁금증에 대한 해답도 제공하고 있다. 예를 들면, 볼드모트가 어린 해리를 죽이려 했다가 실패한 이유가 어머니의 희생에 의한 보호막으로 볼드모트 자신의 저주가 반사되었기 때문이며, 늘 자신감이 부족하고 실수투성이 네빌 롱바텀의 부모님이 죽음을 먹는 자들의 저주로 인해 아들조차 알아보지 못하는 처지에 있다는 것, 해리가 더즐리 가족과 살아야 하는 이유가 덤블도어가 해리를 보호하기 위해 고안한 고대의 마법으로 친척들의 보호 아래 있는 한 누구도 해리를 해칠 수 없기 때문이란 사실들이다. 

 

4편에서 집요정들의 처우 향상을 위해 캠페인을 벌이는 헤르미온느의 일화는 사회운동가이지 인권론자인 제시카 미트포드에 푹빠져 있던 고등학교 시절의 작가 조앤 롤링의 추억이 담겨져 있다. <해리포터 시리즈> 전편에 걸쳐 두드러지게 드러나는 주제 주의 하나가 나와 다른 타인에 대한 배려와 관용, 이해과 조화이다. 4편에선 서로 국적이 다른 마법사들이 어우러지는 퀴디치 월드컵과 트리위저드 시합이라든지, 거인 혼혈 해그리드와 보바통의 교장 맥심 부인의 일화, 부활한 악의 세력에 맞서 언어와 관습을 넘어 모든 이들의 결속과 우정, 신뢰를 촉구하는 덤블도어의 모습에 잘 그려져 있다.

 

언제나 악은 불신과 적의, 권력과 지배, 차별과 편견에서 비롯되고 그것들을 더욱 증폭시키면서 성장한다. 특히나 학교폭력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요즘 현실에서 <해리포터 시리즈>에서 보여주는 친구들 간의 우정과 갈등, 대립과 화해라든지, 급격한 신체적 정신적 변화에 흔들리는 사춘기의 내면이라든지, 호그와트의 여러 선생님들과 학생들의 관계, 부모(보호자)와 자녀들 간의 관계 문제들은 많은 생각할 거리를 제공해 준다. 여전히 <해리포터 시리즈>를 아이들이 심심풀이로 보는 저급한 판타지 소설쯤으로만 알고 있는 어른들의 숙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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