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판에 적힌 시 한 편 국어 선생님의 시 배달 3
오연경.이옥근.임동민 엮음 / 창비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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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마지막으로 시를 읽은 적이 언제였던가? 한 때 시를 쓴답시고 쓰디 쓴 청자 담배 꼬나물고 숱은 밤을 지새웠지만 정작 시는 단 한 줄도 쓰지 못했던 젊은 날도 있었거늘. 십 하고도 수 년을 시가 무슨 밥 먹여주냐는, 내가 경멸해 마지않던 속물들마냥 나도 어느새 시보다는 밥을 가치의 중심에 두고 그렇게 살아왔나 보다. 

 

명색이 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는 선생으로 해마다 몇 편의 시를 접하지만, 온갖 수사법과, 심상과, 운율과 상징적 의미로 난도질하여 분석하는 것만 가르쳤을 뿐, 가슴으로 시를 느끼고 사랑하는 법은 아이들에게 전달하지 못했었다. 내가 감동 받지 않은 시를 당연히 학생들로 하여금 감동 받게 할 수 없었으리라. 그렇게 아이들도 시가 무슨 밥 먹여주냐며 그저 어떤 내용이 다음 시험에 나올 것인지만 골몰하며, 시를 배웠으되 단 한 번도 시를 만나지 못하게 되었으리라.

 

그러다 우연히 집어 든 책이 <칠판에 적힌 시 한 편>이다. '국어 선생님의 시 배달'이란 부제가 달린. 현직 국어 선생님들이 고른 50여 편의 시와 간단한 감상으로 구성된 이 책은 새롭게 시와 시을 읽는 것의 즐거움을 깨닫게 해주는 책이다. 시가 우리 나날의 삶과 동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밥 먹고 사는 고된 현실을 위로하고, 지친 우리의 어깨를 보듬으며 다시금 내일을 전망하게 해 줄 수 있는 훌륭한 수단임을 재확인하게 해 준다. 

 

이 책에서 건진 시 귀절 하나.

 

종소리를 더 멀리 보내기 위하여

종은 더 아파야 한다

                    - 이문구의 시 '농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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