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딩으로 리드하라 - 세상을 지배하는 0.1퍼센트의 인문고전 독서법
이지성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지난 세기말, 많은 사람들이 '인문학의 죽음'을 이야기 했었다. 약간은 과장도 있었지만 대체로는 엄연한 사실이었다. 80년대를끝으로 사회과학으로 대표되는 인문학의 시대가 종언을 고하고, 기억하기도 싫은 IMF를 겪으면서 사람들은 당장 빵을 줄 수 없는 고상한 학문에 더이상 관심을 두지 않았다. 대학가에서 사회과학서점들이 문을 닫았고, 오로지 돈, 직업, 출세, 성공을 키워드로 하는 실용서들이 서가를 점령했다.

 

베스트셀러 작가 이지성의 <리딩으로 리드하라>는 '참 애매하다.' 인문고전 독서의 중요성을 다소 광기어린 듯 주장하고 있으면서도 실제 이 책은 가벼운 실용서에 불과하다. 왜 인문고전 독서를 읽어야 하고, 인문고전 독서가 어떤 효용이 있으며, 도서 목록과 독서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으나, 어쩌면 이 책은 다른 여타 실용서와 같이 그렇게 소비되고 말 것이다. 물론 작가 자신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고, 애초 그가 의도한 것도 인문고전 독서에 대한 대중의 주의를 환기시키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미치지(狂) 않고서는 미칠(及) 수 없다고 했던가? 정말 미친듯이 인문고전 독서에 매달려 본 저자의 경험의 마력인지 이 책을 읽다보면 인문고전 독서를 새롭게 시작해야겠다는 의지가 자기도 모르게 생긴다. 상당히 설득력이 있고 방대한 자료 조사와 경험에 토대를 두었다는 점에서 신뢰가 간다. 그러나 설득의 한 방편이자 논의의 편리성, 주장의 명료성 때문에 지나치게 인문고전 독서의 가치를 절대화하고, 마치 인문고전 독서만이 개인의 성공과 국가와 민족의 흥망성쇠의 주요 원인인 것처럼 강조하고 있는 점은 좀더 판단을 유보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특정 종교에 대한 편향성이 이 책의 완성도를 다소 떨어뜨리는 면도 있다. 지극히 개인적인 내용이겠지만 방대한 인문고전 독서도 신앙 앞에선 중립을 지킬 수 없다는 사실에 한 사람의 평범한 독자로서 의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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