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겁인 空劫人 - 한국의 유마 백봉 거사와 제자들
최운초 지음 / 비움과소통 / 2011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공겁인>은 한국의 유마 거사라 불리는 백봉 김기추 거사에게 가르침을 받은 제자들의 인터뷰를 모은 책이다. 백봉은 이제까지 출가 수행자보다 한 단계 낮은 것처럼 인식되었던 재가자들의 수행과 깨달음을 새롭게 바라 볼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여 재가 선풍을 크게 일으킨 대 선지식이었다. 50대 중반의 늦은 나이에 불법을 만나 불과 1년도 되지 않아 큰 깨달음을 얻어 승가와는 다른 재가의 수행과 방편을 개발하여 많은 구도인들의 눈을 밝혀 주었다.

 

인터뷰에 나선 11명의 제자들의 회상을 통해 7~80년대 백봉이 이끌던 보림선원의 가풍과 공부 지도법이 비교적 구체적으로 그려질 수 있었다. 그리고 공부인들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많았던 보림선원의 인가 방식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도 다른 재가 수행단체나 지도자들은 물론, 그 아래서 공부하는 학인들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 과연 학인에 대한 인가가 어떤 의미인가, 그것이 학인 자신이나 다른 도반, 그 단체에 끼치는 영향은 긍정적인가, 부정적인가? 

 

늦은 나이에 법을 펴게 되고, 특히 세속의 삶을 영위하며 출세간의 공부를 하는 재가자들을 고려하여 백봉은 나름대로의 인가 방식을 고안했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학인의 공부에 대한 점검과 인가가 너무 쉽고 인가 이후의 공부 지도가 두드러지게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개인적으로 지적하고 싶다. 현재 제자들 중 세상에 나와 다른 학인을 지도하는 이는 30여 명의 인가 제자들 중 서넛에 불과한 것으로 알고 있다. 여러 사정이 있겠으나 허술한 인가 방식과 사후 지도의 미흡이 이런 결과를 초래한 것은 아닌지 출재가를 막론하고 수행자라면 다같이 궁리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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