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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수행은 둘이 아니네 - 종달 이희익 노사 입적 20주기 기념
박영재 지음 / 본북 / 2010년 6월
평점 :
예전에 한참 깨달음을 구해 여기 저기를 떠돌던 무렵 서울의 어느 선원장 스님에게서, 오늘날 진짜 공부꾼은 먹물옷 입은 사람(출가자)이 아니라 흰옷 입은 사람(재가자) 가운데 나올 것이란 말씀을 들은 기억이 있다. 아닌 게 아니라 근세에 마음공부 내지는 선 수행의 영역에 있어 전문 수행인이라 할 수 있는 출가자들보다 큰 영향력을 펼치는 선지식들 가운데 재가 출신의 지도자가 많다.
지금은 작고하였으나 한 세대 전에 부산 남천동을 중심으로 한 보림선원의 백봉 김기추 거사를 비롯해서 현재 서울 지역에서 일승법을 가르치는 현정선원의 대우거사는 물론 부산에서 조사선의 직지인심의 가르침을 오늘날 다시 되살려 내고 있는 무심선원의 김태완 거사 등 자기 나름의 안목과 역량을 갖춘 재가 선지식들의 출현은 진리에 목마른 이 시대 구도자들에게는 진정 감로수와 같은 존재이다.
<삶과 수행은 둘이 아니네>란 책은 일찍이 참선 수행이란 것이 산 속 출가수행자들의 전유물로 여겨지거나 아예 일반 대중들의 관심의 영역이 아니던 1965년부터 '선도회'란 단체를 이끌며 재가자들의 선 수행을 지도했던 고(故) 고부헌 종달 이희익 노사의 입적 20주기를 맞아 단체의 지난 행적과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있는 책이다. 따라서 중복되는 내용이 많고 단체 내부의 기념사업의 일환인 까닭에 일반 독자에게는 그다지 일독을 권할 만한 책은 아니다.
국내의 여러 선 수행 단체들 가운데 독특하게 일본 임제종 묘심사파의 법맥을 이은 선도회는 좌선을 기본으로 하여 공안집 <무문관>의 공안 48칙을 가지고 스승과 제자 사이의 끊임없는 입실점검을 통해 공부를 해 나간다. 일반적으로 한두 개의 화두를 받아 그것을 타파해 나가는 것을 참선 수행으로 여기는 기존의 통념과 달라 간혹 '사다리선'이나 '의리선'이란 오해를 받기도 하지만, 교육의 발달과 지식 정보의 홍수 속에 살아가는 현대인에게는 오히려 그러한 접근법이 효과가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