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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예수 - 다석 사상으로 다시 읽는 요한복음
박영호 지음 / 교양인 / 200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잃어버린 예수>는 우리나라 근현대의 독창적인 영성가 다석 유영모의 사상을 깊이 숭모하고 따르는 제자 박영호가 요한복음을 해설한 책이다. 역사적 예수와 성서판본에 대한 비판적 연구성과를 일부 반영하고 있는 이 책에서 저자는 예수의 영성신학이 훗날 바울로의 속죄신학(예수의 보혈로 인류가 구원받았다는)에 의해 변질 또는 변형되었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러한 관점에서 예수가 본질적으로 전하려고 한 말씀을 다석 유영모의 예수관, 신관, 영성관을 바탕으로 풀어내고 있다.
다석에 따르면 예수는 하느님이 아니다. 하느님은 영성, 성령, 허공(빈탕), 무(無)이다. 예수는 우리와 마찬가지로 육체를 가진 인간, 제나(자아)였으나 하느님-하느님의 성령-말씀을 깨달아 얼나(성령, 영성)로 부활한(솟난) 사람이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짐승이지만 하느님의 얼나를 깨달음으로써 수성(獸性)을 극복하고 영성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따라서 그의 관점에서 예수와 석가의 깨달음은 동일하다. 즉 종교간의 종파적 차이가 극복되게 된다. 그러한 의미에서 다석은 자생적인 종교 다원주의자라 할 수 있다.
다석과 그의 제자 박영호를 비롯한 새로운 기독교 사상가의 출현은 매우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동안 종교라는 미명하에 벌어진 인류의 수많은 비극을 보건대 차이에서 비롯된 적대와 대립을 넘어 다른 가운데 같은 소통의 실마리를 그들을 통해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가 예수의 복음서 가운데 비상식적인 이적기사나 예수를 신화화하는 것에 대한 비판은 건전한 기독교 신앙을 가진 사람들이 반드시 한번 심사숙고해 봐야 할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앞으로 다석과 그의 제자들로부터 성숙할 자생적 영성신학의 밝은 미래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