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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석 류영모 - 우리말과 우리글로 철학한 큰 사상가
박영호 지음 / 두레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다석 류영모 선생(1890~1981)을 어떤 분이라고 말해야 할까? 신선? 도인? 참 크리스천? 기인? 달사? 스승? 진인? 신비주의자? 종교 다원주의자? 그 어떤 정의도 걸맞지 않지만 그 모든 정의가 다 옳은 인물이 아닐까 싶다. 함석헌 선생을 아는 사람은 많지만 그의 평생 스승이었던 류영모 선생을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한 평생을 은둔자처럼 북한산 기슭에 살며 몇몇 진리를 탐구하는 사람들에게만 알려져 있을 뿐 세상에 자신을 드러내려 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근래 그의 직계제자들과 몇몇 학자들을 통해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한 그의 전기가 스승의 사상을 널리 알리기 위해 평생 노력해 온 제자 박영호에 의에 씌어졌다.
우리나라가 낳은 가장 독창적인 영성가라 할 수 있는 다석 류영모 선생은 열 다섯에 기독교에 입문하여 정통 기독교 신앙을 따르다 이십대 초반 톨스토이 사상에 심취해 있던 오산학교 교사 시절 편협한 정통 기독교 신앙에서 벗어나 유교 경전을 비롯 불교와 노장 사상 등을 폭넓게 공부하였다. 하루 한 끼를 먹고 널판지 위에서 늘 무릎 꿇은 자세로 생활하며 늘 참 진리만을 추구하던 다석은 52세 되던 해 큰 깨달음을 얻게 된다. 그 후 자신의 언어로 성서를 비롯한 여러 종교의 경전과 고전을 인연있는 사람들에게 강의하여 그를 따르는 제자들을 만난다. 한문에도 조예가 깊었으나 순 우리말과 글로 자신의 사상을 표현하였다.
근세기 우리나라 초창기 기독교인은 물론 여러 민족지사들과 훗날 민주화 투쟁에 힘쓴 함석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친 그의 사상은 독창적인 자신만의 언어로 표현되었기에 아직까지 세상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지지 못했고 다소 이해하기 어렵다. 김흥호 전 이대교수와 이 책의 저자인 박영호 선생이 다석의 사상을 널리 알리기 위해 그의 사상전집을 여러 권 출판하였지만 직접 그에게서 배운 사람이 아니고서는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다행인 것은 근래에 몇몇 뜻있는 학자들이 그의 사상을 보다 객관적으로 연구한 성과물을 내놓고 있다는 것이다.
짐승과 신의 중간쯤에 놓여 있는 인간이라는 존재. 식(食)과 색(色)이라는 동물적 욕망 때문에 나날이 인간성이 파괴되어 가는 이 시대에 사는 우리는 인간의 가치, 인생이 목적이 인간의 육적인 한계를 벗어나 절대의 신성에 도달하는 것-다석의 표현에 의하면 제나가 죽고 얼나로 솟나는 것-이라는 다석의 가르침에 좀더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예수의 말씀처럼 사람이 빵만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 말씀으로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육적 욕망은 결코 만족을 모르는 것이어서 그 끝에는 자기파괴와 허무만이 있을 뿐이다. 육체와 물질의 추구가 극한에 이르고 있는 이 세상에 다석의 말씀은 새로운 복음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