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전 : 꾀주머니 뱃속에 차고 계수나무에 간 달아 국어시간에 고전읽기 (나라말) 8
장재화 지음, 이지은 그림 / 나라말 / 2006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병든 용왕과 충성스런 자라, 영악한 토끼가 나오는 <토끼전>은 우리나라 사람이면 어릴 적에 한번쯤은 동화책으로 읽어보았음직한 소설이다. 문제는 그렇게 간추려진 줄거리 중심의 이야기만 읽고 제대로 된 원본은 거의 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원본 텍스트가 가지는 다채로운 에피소드와 문체의 맛, 인물의 다양한 성격을 즐기지 못하는 까닭에 대다수의 사람들은 고전소설을 그저 어린이용 동화책 정도로만 인식하는 것이다. 

 

여러 이본들 가운데 가람본 <별토가>와 박봉술이 부른 판소리 <수궁가>를 저본으로 한 이 <토끼전>만 하더라도 동화책에 등장하지 않는 별주부의 아내 이야기, 별주부가 뭍에 가서 소와 만나 나누는 대화, 토끼가 별주부의 아내를 취하는 대목, 용왕과 별주부를 속이고 뭍으로 돌아온 토끼가 또다시 꾀를 내어 사람들이 쳐놓은 그물과 독수리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목숨을 구하는 부분과 같이 축약본에서는 볼 수 없는 풍부한 사건들이 가득 들어 있다. 

 

조선 후기의 가혹한 사회상황 속에서 지배층의 가렴주구에 시달리던 당대 백성들에게 뻔뻔스럽고 능청스럽게 용왕과 수국의 조정 신하들을 속이는 토끼의 모습은 자못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지 않았을까? 특히나 의심많은 용왕에게 간을 넣다 빼는 구멍이랍시고 똥꼬를 들이미는 토끼의 행위는 풍자와 해학의 극치이다. 뭍에서나 수궁에서나 늘 생명의 위협을 받는 토끼의 처지가 오늘날 날이 갈수록 팍팍해지는 힘 없는 서민들의 삶과 묘하게 맞아 떨어지는 듯하다. 예나 지금이나 힘 없는 사람은 슬기로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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